박원순 시장 적폐청산 TF 공개발언 전문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김혜선 기자] 19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박원순 제압문건’과 관련,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검찰에 고소·고발했다.

고발장은 이날 오후 2시께 박 시장의 법률 대리인 민병덕 변호사를 통해 서울중앙지검에 제출됐다. 당시 국정원의 불법활동에 관여한 원세훈 전 원장과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 민병환 전 2차장 등 10명도 같이 고소당했다.

박 시장은 이날 국정원 적폐청산TF에 참석해 “권력을 남용해서 민주주의의 근간을 해치는 이런 적폐는 청산돼야 한다”며 “서울시와 서울시민, 저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고소·고발한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는 박 시장과 그의 가족에 대한 명예훼손, 서울시와 서울시정에 대한 공무집행방해, 정치관여·집권남용으로 인한 국정원법 위반 등이다. 박 시장은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것이 굉장히 많다고 생각한다”며 “저에 대한 공작도 단순히 국정원의 박원순 제압문건에 나타난 것뿐만 아니라 훨씬 큰 규모로 이뤄졌다고 본다.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발인 명단에는 ‘서울시’도 함께 올랐다. 박 시장은 “박원순 제압 문건에 서울 시정을 방해하겠다는 목표와 전략이 자세히 나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정책인 무상급식, 마을공동체 사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도시재생정책 등 새로운 도전이 모두 ‘박원순’이라는 이름 하에 제압 당했다는 것.

앞서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는 지난 11일 적폐청산 TF로부터 이른바 ‘박원순 제압 문건’을 국정원이 작성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국정원은 이명박 정권 시절인 2011년 11월부터 ‘서울시장의 좌편향 시정운영 실태 및 대응방안’을 만들어 박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전을 펼쳤다. A4용지 5장 분량의 이 문건은 감사원, 서울시의회, 보수단체, 언론 등을 이용해 박 시장을 견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 시장은 “박원순 제압문건에 적시된 그대로 실현됐다”며 “수많은 정책들이 중앙정부에 의해서 방해받고 훼손당했다고 생각한다. 정책은 시민들의 정치적 지지와 합의로 이뤄지는 것인데 공작으로 인해 여론조작이 가해졌고 내 명예도 추락했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어버이연합은 19번에 걸쳐서 서울 시청 앞이나 곳곳에서 아무런 근거 없이 이명박 정권에서 문제가 없다고 밝혀진 아들의 병역 의혹에 대해서 끊임없이 문제제기했다”며 “검찰, 법원, 병무청에서 한 번도 예외없이 진실이 드러났지만, 지속적인 문제제기에 상당히 많은 국민들은 근거가 있는 것인 것처럼 믿게 됐다”고 전했다.

박 시장은 ‘정치보복’이라는 이 전 대통령 측의 지적에는 “저에 대해 가해졌던 것이 정파적이고 정치적인 비열한 목적의 전략에 기초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답했다. 민병덕 변호사 역시 “야권의 세력 확장을 막기 위해 (이 전 대통령이) 박 시장을 제압하려한 것”이라며 “조폭수준의 무단통치를 했다는 증거고 적폐 몸통이 이 전 대통령인데 보복이라면 적반하장”이라고 반박했다.

다음은 박원순 시장 적폐청산 TF 공개발언 전문.

서울시와 저의 이름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을 고소합니다.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결정입니다. 권력을 남용해 민주주의의 근간을 해치는 적폐는 청산되어야 합니다.

박원순 제압 문건은 저와 제가족 뿐만 아니라 청년실업자 제압이었고, 비정규직노동자 제압이었고, 서울시 공무원을 넘어 서울시민을 향한 제압이었습니다.

박원순 제압문건이 공개되고, 문건에 나온대로 19차례나 어버이 연합의 표적 시위가 진행됐지만, 진상조사도, 수사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날조된 댓글과 가족에 대한 근거없는 공격은 집요했습니다.

저 개인으로도 힘들었지만, 가족들의 고통이 더 컸습니다. 서울시 공무원들도 참 고생했습니다. 서울시는 이명박 정권 동안에 중앙정부와의 협치는 꿈도 꾸지 못했고, 추진하는 정책마다 거부당했습니다. 무상급식이 그랬고, 마을공동체 사업이 그랬고, 복지예산 확대가 그랬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도시재생 정책이 그러했습니다. 서울시의 새로운 도전들은 모두 박원순으로 제압당했습니다.

처음 겪는 일은 아닙니다. 2009년 희망제작소에 있을 때 국정원의 압력으로 사업을 추진하지 못했고 그 부당함을 폭로했었습니다. 이후 저는 국정원으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발을 당했었고, 이는 국가가 개인을 상대로 한 최초의 손해배상 소송으로 기록됐습니다.

제가 억울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분노가 치밀어올랐습니다. 거대한 권력이 휘두르는 크고 작은 횡포가 얼마나 많겠습니까? 이름이 알려진 시민운동가에게 그리고 천만시민의 서울시장에게 이토록 압력과 사찰을 범했다면, 평범한 시민들에 대해서는 어떠했겠습니까?

문화계 블랙리스트도 마찬가지입니다. 국정원은 ‘좌파 연예인 정부 비판활동 견제 방안’, ‘좌파 문화•예술단체 제어•관리 방안’등을 일일 청와대 주요요청 현황’에 따라 ‘VIP 일일보고’, ‘BH 요청자료’등의 형태로 보고했음이 드러났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권한과 지위를 남용해 국가의 근간을 흔들고, 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했습니다. 이명박 정권은 기나긴 헌신과 투쟁으로 만들어진 민주정부수립을 허사로 만들고, 30년 전의 인권이 없고, 민주주의가 없던 세상을 복원시켰습니다. 독재정권이 국민의 생명을 위협했다면, 이명박 정권은 국민의 영혼을 훼손했습니다.

권력의 모든 권한과 책임은 법과 제도에 따르며 민주주의에 근거해야 합니다.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합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철저히 수사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이 세상의 좋은 변화를 위하여, 우리 시민들의 존엄한 인권을 지키는데 온몸과 마음을 바쳐왔습니다. 오늘 이 순간에도 같은 마음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같은 것입니다. 우리 민주당 적폐청산 TF와 권한과 지위를 남용하는 권력을 청산하고, 시민의 삶에 집중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상식적인 미래로 가겠습니다.

함께 해주십시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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