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증장애인 위주로 채용, 의무고용률 채우기 급급하다는 지적 잇따라

채용박람회를 찾은 장애인들이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뉴시스/대덕구청 제공)

[월요신문=유수정 기자] 2017년 출범한 문재인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로 손꼽힌 ‘일자리 확대’ 정책에 따라 공공부문은 물론 민간 기업들까지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개정된 장애인 고용촉진 법률에 따라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대표적 근무 소외계층인 장애인 채용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고용부담금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거나 혹은 보여주기식의 ‘면피성 채용’이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는 상황이다.

롯데그룹이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에 장애인 특별전형을 마련했다. (사진=롯데 채용 홈페이지)

◆ `유통괴물` 대형마트, 앞 다퉈 장애인 대규모 채용 나서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르면 상시 근로자 100명 이상의 사업장은 근로자의 2.9%를 장애인으로 고용해야하며, 이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고용부담금을 내야 한다. 더 나아가 오는 2019년에는 민간기업의 의무고용률이 3.1%로 상향조정될 방침이다.

이처럼 장애인 일자리 확대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정부의 압박이 더해지자 유통업계는 부랴부랴 장애인 채용에 나서는 모습이다.

우선 이마트의 경우 ‘편견 없는 고용’이라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아래 장애인 고용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이들은 5차례의 장애인 특별 채용을 진행해 300여명의 장애인을 채용할 계획을 공표하고 지난 상반기 1, 2차 특별채용을 통해 신규 채용을 진행했다.

또한 이와는 별개로 상대적으로 취업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현장 맞춤훈련 후 채용까지 연계하는 프로그램 역시 확대 중에 있다.

아울러 올 초 장애인 고용 직무 확대를 위해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연계해 발달장애인을 위한 온라인 PP(Picking&Packing)센터 신규 직무도 개발했다.

롯데마트 역시 ‘고용이 최고 복지’라는 신동빈 그룹 회장의 경영철학에 걸맞게 장애인 채용에 활발한 모습이다. 현재 270여명의 장애인 사원이 근무 중인 롯데마트의 경우 채용비율이 대형마트 3사 중 유일하게 2.9%의 의무고용률을 뛰어넘는 3.07%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같은 그룹 계열사인 롯데백화점의 장애인 채용 비율은 3.43%(230여명)에 달하며, 롯데슈퍼 역시 올 하반기에 영업관리와 경영지원 부문에서 장애인 직원을 특별 채용할 방침이다.

3사 중 장애인 채용 비중이 가장 낮아 ‘장애인 고용 저조 기업’의 오명을 얻었던 홈플러스 역시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장애인 고용 증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일자리 확대에 앞장 설 계획이다.

앞서 홈플러스는 장애인 의무고용인원 535명 중 절반에도 못 미치는 213명만을 채용해 고용노동부로부터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에 이들은 우선적으로 올 하반기 서울 및 수도권 점포에 장애인 60여명을 추가 채용하고 2018년도에는 장애인 채용을 전국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편의점업계도 장애인 채용에 앞장서는 분위기다. (사진=CU)

◆ `신흥강자` 편의점업계, 직영점 중심으로 채용 확대

전국적으로 4만여개에 달하는 매장을 통해 유통업계의 신흥강자로 떠오르는 편의점 업계 역시 장애인 채용에 앞장서는 모습이다.

BGF리테일 CU(씨유)의 경우 발달장애인을 채용하는 ‘CU투게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업무협약을 맺고 진행 중인 해당 프로그램은, 지난해 인천국제공항 내 3개 점포에서 시작해 병원·대학교·도서관 입지 점포 등에 총 30여명의 발달장애인 스태프를 채용하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아울러 인천에 이어 광주발달장애인훈련센터에서도 편의점 교육 시스템을 활용, 발달장애인 직업 훈련 및 양성 프로그램을 지원할 방침이다.

롯데그룹의 세븐일레븐(법인명 코리아세븐) 역시 장애인 채용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본사와 현장에서 근무 중인 장애인 직원은 58명(3.2%)으로, 이 역시 다른 롯데그룹사와 마찬가지로 의무고용률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GS리테일의 GS25도 ‘내 일(My Job)을 통해 행복한 내일(Tomorrow)을 만들어 간다’는 뜻을 지닌 ‘내일스토어’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추천한 중증장애인을 GS25 직영점의 스토어매니저(직원)으로 채용하는 등의 고용활동을 펼치고 있다.

많은 장애인들이 취업전선에 뛰어들지만 실제 채용으로 이뤄지기까지는 어려움이 잇따른다. (사진=뉴시스/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제공)

◆ “실제 근무 투입은 글쎄”..면피성 채용이라는 지적 잇따라

유통업계가 소외계층 일자리 창출 등에 앞장서고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 근무에 투입되기까지는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이다.

특히 고객과의 직접적인 응대가 주를 이루는 서비스직의 특성상 고객으로부터 컴플레인(complain)이 제기될 경우 브랜드 이미지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에 중증 장애인 보다는 가벼운 장애를 가진 이들을 우선 채용, 의무고용률 채우기에 급급하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센터의 관계자는 “장애인들이 유통업체 등에 취업해 서비스직 근무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지만 실제 정식 직원으로 채용되는 건은 전체의 30%에 불과하다”면서 “아무래도 서비스직 업무 자체가 고객응대가 주를 이루는 직종이다 보니 매장 위치를 기억한다거나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 등 매장에서 요구하는 수준을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무고용 자체가 장애인복지법에 의해 등록된 장애인을 채용하기만 하면 되는 부분이라 실질적으론 가벼운 장애를 가진 분들을 위주로 채용하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중증 장애를 가진 분들의 경우 실제 고용으로 이뤄지지 않아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전했다.

또 다른 장애인 취업교육 관계자 역시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현장 맞춤훈련을 진행하고 채용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며 “기업의 사회적 의무를 다한다는 의미로 이 같은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은 장애인 취업 의식 개선 등에 있어 바람직한 현상일 수 있으나 이들을 실제 투입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에 채용된 장애인들은 매장 내 상품진열 및 매대 정리, 자율포장대 관리, 카트 관리, 보안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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