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손보, 현대라이프, KDB생명 등 유상증자 논의 중

[월요신문=임해원 기자] 보험업계가 새 회계기준 도입을 맞아(IFRS17)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 경영실적 악화로 구조조정과 점포통폐합에 나서고 있는 중소보험사들은 재무건전성 회복을 위해 대주주들의 유상증자를 유일한 해법으로 기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MG손해보험의 대주주인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이달 중 임시 이사회를 열고 유상증자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MG손해보험은 지난 4년간 약 2102억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한데다 2017년 2분기 기준 지급여력비율(RBC)이 121.36%에 불과하다. 금융당국 권고 기준인 150%를 맞추기 위해서는 약 1000억원의 추가 자금이 필요한 상황.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이미 지난 달 안진회계법인, 법무법인 태평양, 보험개발원 등 세 곳에 컨설팅을 의뢰해 유상증자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현대라이프생명도 대주주 현대자동차의 유상증자를 기대하고 있다. 현대라이프생명은 지난 5년간 약 2183억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했으며, 2017년 2분기 기준 지급여력비율은 164%로 150%를 겨우 넘었다. 현대라이프생명은 현대모비스와 현대커머셜에 인수된 이후 증자와 후순위채 발행 등으로 재무건전성 확보에 힘써왔지만, 지속적인 경영실적 악화로 인해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지난달에는 점포 수를 75개에서 10여개로 축소하는 한편, 직원의 30%가량을 구조조정하며 극약처방을 내렸지만, 유상증자를 통한 대규모 자금수혈 없이는 재무건전성 회복이 요원한 상황이다.

지급여력비율 128.04%(2017년 2분기)을 기록하고 있는 KDB생명도 유상증자를 논의 중이다. KDB생명은 최근 약 170개의 점포를 절반으로 줄이고 230명의 직원에게 희망퇴직을 시행했으나, 올해 2분기 당기순이익 –324억원을 기록하며 경영실적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지난 9월18일에는 부채비율이 3000%를 넘어 후순위채에 대한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해, 후순위채 발행을 통한 자본확충도 어려운 상황이다. KDB생명이 지급여력비율 150%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약 2000억원의 자본이 추가로 필요하다.

최근 보험사들이 잇따라 유상증자에 나서고 있는 배경에는 실적 악화 외에도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른 재무건전성 악화 우려가 있다. 새 회계기준이 도입되면 보험사의 부채가 기존 원가가 아닌 시가로 계산돼 부채 규모가 늘어날 수 있다. 부채 규모가 늘어날 경우 지급여력비율 하락도 필연적이어서, 설령 현재 150% 이상을 유지 중인 보험사라 할지라도 추가적인 자금 확보를 통해 지급여력비율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게다가 손쉬운 자금확보 방안으로 선호되던 후순위채 발행도 한계에 부딪힘에 따라 유상증자를 통해 대주주로부터 자금수혈을 받는 것이 보험사 재무건전성 회복을 위한 유일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대주주들이 유상증자에 쉽게 나서기 어려울 수도 있다. 3년째 KDB생명의 매각이 지연돼 고민 중인 산업은행의 경우 2000억원의 유상증자를 긍정적으로 논의 중이지만, 사드 여파로 중국 내 판매실적에 악영향을 받고 있는 현대자동차와 지난 4년간 약 2600억원의 자금을 MG손해보험에 투입한 새마을금고중앙회의 경우 대규모 유상증자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것. 게다가 향후 보험사들의 경영실적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유상증자가 자칫 당장의 재무건전성 회복을 위한 임시 조치로 끝날 우려도 있다.

새 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자본 확충 압박과 보험사의 향후 수익전망에 대한 부담 사이에서 갈등 중인 대주주들이 유상증자 논의에서 어떤 결론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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