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금리, 높은 대출 문턱으로 저·중신용자 몰려
파산 시 예금자 피해 커, 분산투자할 필요 있어

저축은행 파산시 예금자가 받지 못하는 돈이 4조6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홍보영 기자] 저축은행이 파산할 경우 돌려받지 못하는 금액이 4조6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예금보험공사는 지난 6월 기준 전국 저축은행 79곳에 5000만원 넘는 예금을 한 사람이 5만4172명이라고 밝혔다. 이중 개인은 5만2314명, 법인은 1858개다.

이들이 저축은행에 맡긴 돈은 총 7조3191억원으로, 예금자보호가 안 되는 5000만원 초과 예금은 4조6105억원이다.

예금자보호법에 의하면 저축은행 파산 시 해당 은행 예금자는 원금과 이자를 포함, 1인당 5000만원까지의 예금을 돌려받게 돼 있다.

이번 저축은행 5000만원 초과 예금은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다. 2011년 1분기 저축은행 5000만원 초과 예금은 4조9231억원이었다.

2009년 말 7조6000억원에 이르던 초과 예금은 2011년 저축은행 부실사태를 겪으면서 빠르게 줄어들다가 최근 다시 오름세로 전환됐다.

금융 전문가들은 “장기 불황 속에서 시중은행의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예금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저축은행으로 돈이 쏠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저축은행 1년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2.34%. 1% 중반대인 시중은행과 현격한 차이를 드러낸다.

일부 저축은행은 연 3%대에 이르는 고금리 특판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월 말 저축은행 여신 잔액이 48조92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저축은행 부실사태가 일어난 2011년 12월 50조2376억원을 기록한 이후 최대 규모다.

저축은행 여신은 2010년 5월 65조7541억원까지 늘었다가 이듬해 저축은행 부실사태를 계기로 꾸준히 줄어 2014년 6월에는 27조5698억원까지 축소됐다.

그러나 2014년 하반기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저축은행 대출은 2015년 5조5557억원(18.5%)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에는 7조8808억원(22.1%) 뛰었다.

올해 들어서도 1∼7월 4조6283억원(10.6%) 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 증가액 4조4947억원을 웃돌았다.

은행의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한 취약계층과 자영업자를 비롯한 중소기업들이 저축은행을 많이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저축은행이 기업대출 금리를 상향 조정하면서 자영업자, 중소기업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 15일 한국은행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저축은행 신규 기업대출 금리는 연 8.46%로 지난해 동기 7.80%보다 0.66%포인트 올랐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자영업자를 비롯한 중소기업의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대출금리를 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록 20%에 육박하던 연체율이 5.1%까지 떨어지는 등 저축은행 건전성이 많이 좋아졌지만, 전문가들은 안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은행권의 고신용자 대출이 늘어나면서 저축은행에 상대적으로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저‧중신용자들이 집중 포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16일 “지난 1년 간 은행 대출증가는 대부분 고신용자에 의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대출 규제에 따라 은행들이 신용등급을 엄격히 책정하면서,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한 사람들이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으로 몰리기 시작한 것.

이에 전문가들은 거액을 한 저축은행에 맡기기보다는 여러 저축은행으로 분산 투자할 것을 권유한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소득층이 저축은행 예금자의 주를 이루고 있는 만큼, 5000만원 이하로 여러 저축은행에 맡겨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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