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믿고 보험 잘못 들어 손해를 보는 경우가 왕왕 있다. 아무리 먹고 살기 어려운 세상이라지만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상품에 대한 설명의무를 소홀히 해서 실적 쌓기에 급급한 설계사들이나 텔레마케터로 인해 발생한 소비자 피해는 생각보다 입증하기 어렵다. 표면적으로는 설명의무를 소홀히 한 경우 원금을 다 돌려줘야 하지만, 설명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사실을 소비자가 어떻게 입증할 수 있을까? 결국 소비자는 무조건 봉이 돼줘야 하는 금융마케팅 세상에서 유명무실한 사후약방문인 셈이다.

A씨는 30대 초반에 미혼이고, 결혼과 출산의 계획이 전혀 없다. A씨는 지난 해 3월, 교보생명 서울강남지원단 도곡지점에 다니고 있는 친구에게 여윳돈을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을 의뢰했고 좀 무리를 해서 저축상품에 가입했다.

그런데 A씨 수입과 너무 맞지 않는 규모의 상품이라 수정을 요구했으나, 친구는 이리저리 회피했다. A씨가 계속 납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친구는 1년만 정상적으로 납부하면 기존에 납부한 것에 대한 손해 없이 감액할 수 있으므로, 지금 돈이 안 되면 따로 가입돼 있는 연금보다 훨씬 좋은 수익상품이므로 그 연금을 해약해서 1년치를 선납하고, 1년 후에 낼 수 있는 만큼 감액하면 된다고 말하면서 A씨가 그렇게 하도록 했다.

그리고, 1년이 다 돼 A씨가 감액을 하려는 시점에서 기가 막힌 사실 2가지를 알게 됐다.

일 년 만에 원금 다 돌려주는 상품은 없다!

A씨가 알게 된 첫 번째 사실은 가입 1년 후에는, 손해 없는 감액이 아니라, 원금을 거의 다 손해 보는 부분해약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두 번째 사실은 1년 전 가입한 상품은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저축상품이 아니라, 사망보험금을 목적으로 하는 종신상품이라는 점이다.

첫 번째 문제점은 A씨가 원했던 저축상품에 비해 종신상품은 사망보험금을 위한 사업비로 초기 납입금이 거의 다 들어가고, 그 이후로도 저축에 들어가는 돈의 비중이 현저히 적기 때문에 투자의 기능은커녕, 원금을 회복하는 기간도 저축상품의 두 배 이상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친구가 저축상품이 아닌 사망보험에 가입시킨 이유는 수당 때문이었다. 사망보험은 저축상품에 비해 약 3배가량의 커미션을 더 받는다.

두 번째 문제점은 A씨가 납입능력이 없어서 한 달이라도 손해를 줄이고자 감액을 요구했을 때, 일 년 만 제대로 내면 가입하고 나서 일 년 후 부터는 손해 없이 감액이 가능하니 단순복리 상품인 연금을 깨서 수익성이 좋은 이 상품에 1년을 채워 넣고 1년 후에 감액하자고 했으나, 이제와 보니 일 년 후 감액한 금액만큼 거의 사라지고 없었다.

친구 신뢰 저버린 설계사 수당

친구가 다른 상품까지 손을 대며 어차피 감액할 상품을 일 년 동안 유지하게 한 이유 역시 수당 때문이었다. 소비자가 일 년 만 유지하면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되더라도 설계사는 온전히 수당을 챙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역시 친구의 커미션을 유지하기 위해 A씨는 4년 반이나 부은 연금을 100만원 이상 원금 손해를 보고 해약을 해서 이 상품을 유지하고 있었다.

게다가 콜센터는 형식적인 확인 절차를 수행한다. 설계사들은 무조건 설명을 잘 들었다고 대답하기만 하면 된다고 요구한다. 그리고 문제가 생기면 설계사들이 했던 설명에 책임을 지기는커녕, 소비자의 자필서명만을 내세우며 설계사들은 책임이 없다고 잡아뗀다.

민원해결도 형식적이네요

A씨는 잘못을 바로잡아달라고 교보생명에 민원을 제기했다.

민원접수 이후 교보생명은 이 설계사가 거짓말 한 내용의 녹취를 듣고도 회사 측이 볼 손해가 무서워 가입단계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버티고 있다.

또한 교보생명은 이 일 및 또 다른 개인적인 문제로 공황상태에 빠져 설계사인 제 친구도 너무 자살할 것 같다는 얘기를 수차례 전하며 A씨를 심리적으로 협박하고 있다.

민원 담당자는 “잘못된 계약이 맞는 것 같다”도 말하면서, “지점이 의견을 다르게 하고 있으니 해결될 때까지 기다리라”고 말했다.

A씨가 금융감독원에 고발하겠다고 말했더니 교보생명은 “어차피 금감원에서도 다시 해결해서 보고하라고 지시만 내린다”고 답변했다.

“이런 사건 일반화시키지 마세요”

교보생명 관계자는 “설계사 수당은 상품구조에 따라 다르다. 사망보험 수당이 저축상품 수당보다 많다. 저축상품은 5년이나 10년으로 기한이 정해져 있어서 만기가 되면 원금과 이자를 돌려주는 구조이다. 반면 사망보험은 장기상품이므로 수당이 많다”고 말하면서 사망보험의 수당이 많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일 년 치 선납이 가능하고 이러한 경우에는 이율에 따라 할인을 해준다.일 년 치 선납을 했더라도 3개월 이내에 계약을 해지하면 원금을 환급해준다“고 설명했다.그러나 이번 사건의 경우 일반화를 시켜서는 안 된다고 덧붙이면서 교보생명 설계사는 2만여 명이고 일률적으로 그 모든 설계사들의 윤리의식을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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