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 수용 못하는 시스템이 주원인

<사진=뉴시스>

[월요신문=홍보영 기자] 저렴한 해외송금수수료를 내세우며 출범한 카카오뱅크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8월말 기준 카뱅 해외송금 서비스 이용은 7600여건에 불과했다. 총 금액은 1540만 달러로 건당 평균 송금액은 2000달러였다.

오히려 같은 기간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실적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고객이 이들 은행을 통해 해외로 송금한 금액은 40억2100만 달러, 은행당 8억 달러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카뱅의 송금 서비스가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 이유로 금융 전문가들은 인프라 문제를 꼽는다.

카뱅 이용 고객은 국내 해외송금 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으로 돈을 보낼 수 없다. 카뱅을 통해 송금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 일본 등 22개 국가뿐. 해외송금이 불가한 국가는 시중은행에 비해 2배 이상 많다.

본국에 수시로 송금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수용하지 못하는 것도 주된 요인으로 작용한다. IBK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의 개인 해외송금 규모는 연간 96억 달러(약 10조8000억원)이고 이중 외국인 근로자의 송금 규모는 4조원 이상이다.

그런데 외국인 등록증이나 여권으로는 비대면 실명인증이 불가능해 카뱅 계좌를 이용할 수 없다.

여기에 시중은행의 견제가 한 몫 했다. 국민은행은 '원 아시아' 해외 송금 서비스를 내놨다. 이 서비스를 활용해 고객은 베트남·필리핀·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17개국의 110여개 제휴 은행에 저렴한 가격으로 송금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연말까지 3000달러 이하를 송금할 경우 수수료를 전액 면제키로 했다.

게다가 연말부터 기술력을 앞세운 핀테크 기업들이 속속 해외송금 시장에 진입할 계획이라 카뱅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카뱅의 해외송금 서비스가 이용하기 편리하다 해도 시중은행의 안전성을 쫒아올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출범한지 얼마 안 된 신생은행인 카뱅과 이미 완숙기에 접어든 시중은행의 성적을 비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앞으로 고객인지도와 인프라가 확장됨에 따라 해외송금 실적도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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