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과 안철수의 통합은 반대하며, 국민이 납득할만한 통합의 원칙과 명분 강조”

<사진=뉴시스>

[월요신문=박현진 기자] 남경필 경기도 지사가 원하는 통합의 정치는 무엇일까? 바른정당은 정계개편의 핵심 상수가 됐다. 문제는 바른정당이 중심이 된 정계개편이 아닌 당의 분열을 전제로 한 개편이라는 점이다. 야3당의 셈법이 다르기에 바른정당은 하루에도 몇 번 운명이 갈리는 비참한 신세로 전락했다. 김무성 의원을 중심으로 한 당 내 통합파는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연일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자강파를 압박하고 있다. 

◇바른정당을 지키자

남경필 지사는 자강파다. 건강한 보수의 가치를 가지는 바른정당을 만드는 것이 최우선과제로 삼고 있다. 그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내 자강론과 통합론 논쟁에 대해 “유승민 의원에게 기회를 주자”고 역설했다.

“유 의원은 지난 대통령선거의 우리당 후보였다. 우리 당의 소중한 자산이며, 우리가 추구하는 깨끗하고 따뜻한 개혁보수의 대표주자 중 한 분이다. 그런 유 의원의 뜻을 존중하고 당을 살릴 기회를 주어야 한다.”

남 지사는 문재인 정부의 불안한 국정운영을 견제하고 바로 잡기 위해선 강하고 건강한 야당이 필요하다며,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에는 반드시 지켜져야 할 전제와 조건이 있다고 강조했다. 즉 바른정당이 국정농단세력이라고 규정한 자유한국당과 무조건 통합을 하는 데는 국민이 납득할만한 원칙과 명분을 제시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바른정당의 상황은 새롭게 전개됐다. 유승민 의원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양당의 통합을 시도해 정치권에 충격파를 던져줬다. 유 의원과 안 대표는 자신들이 처한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려고 중도통합론을 제시한 것이다. 유 의원은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은 절대로 선택할 수 없는 참사고, 안 대표는 지리멸렬한 한 자리수의 지지율을 극복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양당의 통합을 시도했다.

◇유승민과 안철수의 통합론은 No!

남경필 지사는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통합론에 직면하자 유승민 의원에 대한 태도가 변화했다. 그는 지난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제대로 된 통합을 추구하는 남경필의 요구>라는 제목으로 유승민 의원과 안철수 대표에게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지금 통합이 왜 필요합니까? 국민들에게 통합의 필요성을 설명하십시오. 둘째, 지금 통합이 필요하다면 지난 대선에서는 왜 통합 또는 단일화를 하지 않았습니까? 개인의 정치적 이해 때문 아니었는지요? 통합을 추진하려면 먼저 이에 대해 사과하십시오. 셋째, 양당을 지지하는 당원 여러분의 동의를 구하십시오. 그래야 통합을 하더라도 국민과 당원 앞에 떳떳하고 제대로 된 통합을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자유한국당과의 통합론에 대해서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원칙과 명분을 제시하라고 했던 남 지사의 입장에선 유승민과 안철수의 통합이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정치공학적 이합집산일 뿐일 것이다.

얼마 안지나 유승민 의원이 남 지사를 자극했다.

유 의원은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개혁보수의 원칙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과 정당을 같이 할 수는 없다. 선거의 유불리만 따져서 그저 숫자와 세력을 불리기 위한 셈법은 하지 않겠다. 선거를 앞두고 원칙도, 명분도 없는 정치공학적 통합은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며 독자노선을 천명했다.

남 지사는 그 이튿날 “유승민 의원, 분열의 정치는 그만두고 제대로 된 통합의 길로 갑시다”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동안 유승민 식 통합정치에 쌓였던 분노가 폭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나만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독선이다. 자유와 평화, 인권같은 보편적 가치를 위해서는 어떤 타협도 없어야 한다”면서도 “정치의 길은 다르다”고 단언했다.

남 지사는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들에게는 '갈 테면 가라'고 말하고, 자유한국당은 아무리 노력해도 통합할 수 없고, 국민의당은 안보관이 불분명해 안된다고 주장한다면, 누구와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어 유 의원을 겨냥해 자신만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독선이고, 민주적이지 않다고 단언하며 “이런 태도는 통합을 내치고 분열을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보수통합 넘어 중도까지 아우르는 대한민국 통합

남 지사가 생각하는 통합론은 보수대통합에 머무르지 않는다. 즉, 모든 보수세력이 선 보수 개혁 후 보수 통합을 시도하고, 중도까지 아우르는 대한민국 통합을 시도하자고 역설했다.

남경필 지사는 이튿날 자신의 뜻대로 보수대통합에 시동을 걸었다. 홍준표 대표의 친박청산 작업에 응원의 목소리를 전한 것이다. 그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홍준표 대표의 ‘대표직을 건 승부수’를 주시한다>며 격려의 글을 남겼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대표직을 걸고 국정농단세력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는 단순한 당내 권력투쟁이 아니다. 국정농단세력 청산은 낡은 보수와의 절연이며,새로운 보수의 출발을 의미한다. 자유한국당 내부에서 국정농단세력을 몰아내려는 행동이 시작됐다는 점은
평가받아야 한다.홍 대표의 대표직을 건 승부수다. 저 스스로 마무리 짓지 못했던, 그래서 새누리당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다. 그 힘든 싸움이 다시 시작됐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했다. 어렵게 디딘 첫 걸음을 응원하며 주시한다.”

보수 정치권에 30여년 몸담고 있는 한 인사는 “남경필 지사는 보수대통합론을 넘어선 중도대통합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는 지난 2014년 경기지사 취임 직후부터 ‘연정’이라는 새로운 정치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진보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경기도의회와의 연정을 통해 보수-진보의 진부한 양극단의 정치를 지양하는 정치를 추구하고 있다”며 “연정 추진 후 몇가지 잡음이 발생하긴 했지만 정착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큰 아들의 연이은 일탈행위로 정치적 타격을 받고 있지만 본인의 권력의지는 전혀 영향을 받고 있지  않다”며 “바른정당이 풍전등화와 같은 운명이지만 남경필 지사는 자신이 언급한 대로 국민이 납득할만한 원칙과 명분이 생기지 않는 한, 바른정당의 간판을 지킬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