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권은 종근당으로 갔지만…대웅 “종근당 글리아티린, 대조약 될 수 없다” 날선 공방

서울 삼성동 대웅제약 본사<사진=고은별 기자>

[월요신문=고은별 기자] 뇌기능 개선제인 글리아티린(성분명 콜린알포세레이트)의 대조약 지위를 두고 대웅제약과 종근당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대조약은 제네릭(복제약) 개발 시 생물학적동등성 시험의 ‘기준’이 되는 약이다. 제네릭을 개발하려면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등한 효능 및 효과를 나타내는지 이 시험을 통해 입증해야 한다. 제네릭의 동등성이 입증된 경우 시판허가를 받게 되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 1월 원개발사인 이탈리아의 이탈파마코 글리아티린 판권이 대웅에서 종근당으로 넘어갔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글리아티린의 대조약으로 종근당의 글리아티린을 선정했다. 현행 식약처의 대조약 선정기준은 신약과 원개발사의 품목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대웅 측이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종근당 글리아티린의 대조약 공고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심판을 제기했고, 올 2월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식약처의 대조약 변경 공고 집행이 잠정 정지된 상황이다.

이후 식약처는 행정심판 패소 직후인 지난 4월 ‘의약품동등성시험기준 개정고시’를 통해 대조약 선정기준을 ‘국내 최초 허가된 원개발사 품목’에서 ‘원개발사 품목, 단 여러 품목인 경우 허가 일자가 빠른 것’으로 개정했다. ‘국내 최초 허가’라는 단서 문구가 빠졌다.

대웅 측은 이러한 식약처의 개정고시를 근거로 종근당의 글리아티린이 대조약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종근당 글리아티린은 기존 제네릭인 ‘알포코’의 허가변경 제품이라는 주장. ‘원개발사 품목’에 대한 정의는 통상 원개발사의 완제의약품 또는 그와 동일 시 할 수 있는 품목을 의미하지만, 종근당 글리아티린은 이 조건에 부합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9일 오전 서울 삼성동 대웅제약 베어홀에서 진행된 '글리아티린 대조약 선정의 건'과 관련된 대웅제약 기자간담회에서 양병국 대웅바이오 대표이사(가운데)가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고은별 기자>

대웅은 행심위 결과에 따라 대조약 지위를 회복했지만 대웅 글리아티린의 유효기간이 오늘(9일) 끝남에 따라 바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종근당 글리아티린은 대조약이 될 수 없다”고 또 다시 밝혔다.

이날 서울 삼성동 대웅제약 베어홀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양병국 대웅바이오 대표는 “종근당 글리아티린은 기존 제네릭 알포코와 품목코드 및 보험약가 코드가 동일한 제네릭”이라며 “제네릭에 불과한 종근당 글리아티린이 원개발사와의 판권계약만으로 원개발사의 품목임이 인정돼 대조약으로 지정될 순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조약에 가장 적합한 제품으로 대웅바이오의 ‘글리아타민’이라고 언급했다. 대웅 자회사인 대웅바이오는 그동안 끊임없이 자사의 글리아타민이 신약인 글리아티린의 대조약으로 선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대표는 “대웅바이오 글리아타민은 콜린알포세레이트 시장 마켓리더임과 동시에 기존 대조약인 대웅 글리아티린과 본질적으로 가장 유사하다”며 “최적화된 제제기술을 이어 받은 글리아타민이 대조약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종근당은 이런 대웅의 공격에 얽히고 싶지 않다는 입장이다. 다만, 대웅이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또한 별도의 기술이전 없이 기존의 제네릭 알포코가 종근당 글리아티린으로 변경허가 됐다는 대웅 측의 주장에 대해선 “원료뿐만 아니라 원개발사로부터 기술이전을 직접 받았다. 오리지널 제품이 맞다”고 반박했다.

업계에서는 대웅이 글리아티린 판권을 종근당에 빼앗기면서 자사의 약을 대조약으로 선정키 위해 일종의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종근당으로 판권이 넘어간 글리아티린 매출액은 302억원에 그친 반면 대웅바이오의 제네릭인 글리아타민 매출액은 454억원으로 대웅의 매출액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웅의 글리아타민이 대조약으로 선정되면 ‘오리지널’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조약 지위에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 양 대표는 “제네릭 의약품이 활성화된 국내 보건의료 환경 속에서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대조약은 다른 무엇보다도 엄격히 관리돼야 한다”고 답할 뿐이었다.

한편, 글리아티린 대조약 지위를 두고 대웅과 종근당이 각축전을 벌이는 사이 피해는 제네릭을 개발 중인 다른 제약사들에게 돌아가고 있어 문제해결이 시급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내일부터 글리아티린 대조약에 공백이 생겨 후발 제약사들은 의약품 개발에 차질이 발생한 상태”라며 “조속히 이들의 갈등이 해결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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