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경기 부진으로 인한 대출 수요 감소로 인해 가계부채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감소세를 기록했지만 생계형 대출 등 비생산적 대출이 많아 아직 안도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2년 1분기 가계신용'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가계신용 잔액은 911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말보다 5000억원이 줄었다. 이는 2009년 1분기 3조10000억원이 감소한 뒤 3년 만에 감소한 수치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7% 증가해 3분기 연속 증가세가 둔화됐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1분기에는 계절적으로 가계대출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고, 지난해 하반기 취득세 감면 혜택 종료에 앞서 미리 대출을 받은 영향도 큰 것으로 보인다"며 "감소세로 돌아섰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가계부채 규모가 작아지면서 금융기관의 부실로 금융시스템이 위험해질 가능성은 줄었지만 저소득자를 중심으로 생계형 대출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질은 악화됐다"며 "이제는 집을 사기 위한 부동산 관련 대출보다 생계형 대출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주택대출은 올해 1분기에 6000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는 2008년 1분기 9000억원이 감소한 뒤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상호금융과 신협, 저축은행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주택대출 증가액 역시 지난해 4분기에는 3조원에 달했지만 1분기에는 8000억원에 불과했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경영연구실장은 "금융권에서 가계대출을 관리하는 데다 부동산 거래가 부진하면서 대출 수요도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가계대출에 대한 시장 수요와 공급이 위축된 상황인 만큼 가계부채 문제가 해결되고 있다고 보기는 이르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가계부채는 근본적으로 실질소득이 증가해 상환능력이 높아져야 하는데 경제 상황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실질 소득이 증가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최근 주택거래가 위축된 상황에서 생계형 대출이 늘어나는 등 질적으로 나빠지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주목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잠재적 불안 요인은 여전하지만 당장 폭발한다고 보기는 쉽지 않다"며 "가계부채가 소득에 비해 많다는 것에 공감하고, 줄여야 한다는 인식이 있는 만큼 앞으로 증가 속도가 조절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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