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전문가들 “IB 도입으로 경쟁 촉발, 투자기회 늘어날 것”

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지난 1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제1호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인가 받은 것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한국투자증권>

[월요신문=홍보영 기자] 초대형 투자은행(IB) 출범 소식이 들리자 은행업계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IB 5곳이 지정 승인된 와중에 한국투자증권에 발행어음 업무(단기금융업)까지 허용되면서, 은행이 독점해 왔던 중견기업 대출 시장이 증권가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드러내고 있는 것.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5곳 대형 증권사에 대한 초대형 IB 지정 안건을 의결했다. 이중 금융감독원 심사가 완료된 한국투자증권에 대해서만 발행어음 업무를 허용했다.

단 한곳만이 발행어음 업무를 인가받았음에도 은행권에서는 노골적인 반발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업무를 시작으로 이후 다른 증권사들도 인가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열렸기 때문이다.

발행어음이란 증권사나 종합금융회사가 영업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회사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일반 투자자들에게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 단기 금융상품이다. 자기자본이 4조원 이상인 초대형 IB의 경우에는 자기자본의 2배까지 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어음 발행을 통해 모인 자금은 기업 대출, 부동산 금융, 지분투자 등에 활용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다른 초대형 IB들도 인가를 받게 되면 금융투자 시장에는 50조 가량의 증권사 발행어음이 풀릴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은행과 금융투자 업계가 치열한 경쟁 구도에 놓이게 된다.

특히 증권사의 발행어음 금리는 은행 금리보다 높은 연 1%대 후반이 될 것으로 금융투자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발행어음이 예금자 보호 대상은 아니지만 증권사가 파산하지 않는 이상 원금 손실 위험성은 현저히 낮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증권사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좋은 투자처에 발행어음 금리를 더 주더라도 자금을 끌어오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기업대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은행권에서 IB의 발행어음 업무에 반대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 기업대출은 784조5000억원으로 한 달 사이 5조6000억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은행의 중기 대출은 전달보다 3조7000억원 늘어난 629조2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대상으로 원리금 보장 상품을 판매해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기업에 대출하는 것은 일반 상업은행의 업무”라며 “과거 단자사나 종금사가 영위했던 단기대출업무에 치중할 우려가 높아 초대형 IB 육성정책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은행들이 주로 수익을 창출해 왔던 기업 대출시장을 증권사에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주된 동기라고 추정한다.

오히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IB에 발행어음 업무가 인가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가 지배적이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초대형 IB 도입으로 경쟁이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본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투자 기회가 생길 수 있고, 기업에 자본을 공급할 경로가 늘어나 시장이 활성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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