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개선으로 리딩금융 탈환 이뤄내며 연임 성공
노조갈등·현대증권 고가인수 의혹 등 가시밭길 예고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이 결정됐지만, 풀리지 않는 노사갈등 문제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홍보영 기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우여곡절 끝에 연임에 성공했다. 윤 회장은 실적개선을 통한 리딩금융 탈환으로 주주들의 재신임을 받았지만 노동이사제 도입을 둘러싼 노조와의 갈등 지속, 노동조합 설문조사 조작 의혹과 LIG손해보험·현대증권 고가인수 의혹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이면서 순탄치 않은 앞날이 기다리고 있다.

윤 회장은 2014년 내부 갈등으로 비롯된 ‘KB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구원투수로 나섰다.  특히 윤 회장은 비은행 강화를 통한 실적개선 등 안정적인 경영으로 KB금융을 리딩금융 반열에 올려놓으면서 연임가능성이 높게 점쳐져 왔다.

KB금융은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2조7577억원으로 신한금융지주(2조7064억원)를 제치고 1위 금융그룹에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주가도 신한금융과 1만원 가까이 격차를 벌리며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윤종규 회장의 연임이 확정된 20일 KB금융의 주가는 전일대비 200원(0.35%) 오른 5만7100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경영실적에도 윤 회장은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우선 내부적으로 노조와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KB금융 산하 계열사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KB금융 노동조합협의회는 윤 회장의 연임 찬반설문조사 조작의혹을 제기, 업무방해 및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윤 회장 등 관련자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이에 경찰은 이달 초 KB금융 본사를 압수수색한데 이어 HR본부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또한 20일 열린 KB금융 임시 주주총회에서 노조 측은 경영진의 독단을 막기 위해 노동이사제 도입과 대표이사의 이사회 내 위원회 참여를 막는 정관개정 안건을 제안했으나 모두 부결되면서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날 KB금융 주총에서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안이 주주 제안으로 상정됐으나 부결됐다. 이날 주총에서는 해당 안건으로 인해 1시간가량 정회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KB금융이 사전 의결권 행사 내역을 발표하자 노조 측이 자체 수집한 주주 위임장을 제출하며 재집계를 요구하고 나선 것. 결국 재집계를 진행했지만 17.73%로 최종 부결됐다. 사외이사 선임안이 통과되려면 의결권 주식 수의 4분의 1 이상이 참석해 참석한 주주 중 절반 이상으로부터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노동이사제 도입이 무산됐지만 노조 측은 내년 3월 정기주총에서 노조 추천 사외이사 도입을 다시 제안할 방침이다. 더구나 노동이사제는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인데다 KB금융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임시주총에서 찬성표를 던진 만큼 KB금융이 마냥 거부할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윤 회장은 연임이 확정된 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노사갈등 해결 의지를 피력했다. 윤 회장은 “노사문제는 부부관계와 같아서 때로는 다투지만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다”며 “끊임없이 대화해서 상생 파트너로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대증권 등 인수·합병을 둘러싼 M&A 잡음도 윤 회장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시민단체인 투기감시자본센터는 KB금융의 LIG손해보험·현대증권 고가 인수의혹을 제기하며 윤 회장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윤영대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는 “KB금융의 LIG 인수는 명백한 불법”이라며 “입찰과정과 금액 측면에서 모두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윤 회장은 “법적 테두리 안에서 효율적인 인수합병을 한 것”이라며 관련 의혹을 일축했다.

올해 최대 실적으로 리딩금융 탈환을 눈앞에 둔 KB금융 윤종규 호가 대내외 악재들을 극복하고 순항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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