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수출영향력 미미, 내수시장엔 도움”
은행권 이익 개선기대…가계빚 상환부담 커져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가 가파른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홍보영 기자] 11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 성장 기지개를 켜고 있는 국내 경제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30일 개최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11월 기준금리를 현 1.25%에서 1.50%로 인상할 전망이다. 내년에도 추가 금리인상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수출 호조로 ‘3% 경제성장률’ 달성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원화가치가 상승하고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상무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시그널을 주면서 10월 이후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나중혁 KB증권 매크로팀장은 “11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연방준비제도 위원들이 낮은 물가를 우려해 2018년 미국의 금리인상 횟수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원화 강세가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지속적인 원화 강세 흐름이 예견되면서 업계에서는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줘 경기 전반의 위축을 불러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수출 기업들이 원화 강세의 타격을 크게 받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용택 상무는 “수출 경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과거에 비해 그 민감도가 현격하게 떨어져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나라 수출 구조는 과거 ‘벌크형 수출’에서 ‘브랜드형 수출’로 전환됐고 IT를 중심으로 수출 경쟁력이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다.

나중혁 팀장은 “미국 금리 인상은 달러 강세를 유발할 수 있는데, 최근 금리 인상보다는 정상화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우리나라 통화의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도 “수출 경쟁력이 높아진 만큼 원화 강세에 받는 영향력이 작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상황을 내수시장 회복의 긍정적인 신호로 보고 있다. 원·달러 환율 하락이 구매력 증진으로 이어져 내수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 팀장은 “원화 강세는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 개선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현상”이라며 “내수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외국인 자금의 추가 유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득중심의 성장을 표방하는 제이노믹스(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와 더불어 본격적인 내수경기 활성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최근 기준금리를 현행 1.00∼1.25%로 동결했다. 연준은 지난 3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했었다. <사진=뉴시스>

금리인상이 은행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관점에 따라 의견이 분분하다. 나중혁 팀장은 “금리인상은 예대마진차를 벌려 은행들의 이익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부실 여신규모가 커져 실적 개선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일부 의견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기업의 경우 금리인상으로 이자부담이 커지면 투자비용 감축과 고용악화로 이어져 경기가 위축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특히 부동산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증권회사들이 건설주 목표주가를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삼성증권, KB증권, 하나금융투자, 메리츠종금증권 등 10개 증권사는 지난달 이후 현대건설 목표주가를 하향했다. 

김형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대출이자 부담 가중 등의 영향으로 내년 국내 부동산시장이 조정 국면에 진입하고 신규 분양시장이 활기를 잃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IT 관련주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수출 비중이 높은 반도체 부문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차별적인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는 점이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3분기 가계부채 규모가 1400조원을 훌쩍 넘어선 마당에 금리인상은 가계빚 상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금리인상이 가계의 원리상환부담을 높여 결과적으로 구매력을 떨어뜨리고 소비를 위축시키는 등 경기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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