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부작용 규제우선” VS 학계 “기술발전 고려”
이천표 서울대 교수 “일반인에 가상화폐 장단점 충분히 알려야”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가상통화 거래에 관한 공청회에서 김진화 블록체인 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진화 블록체인 공동대표, 이천표 서울대 명예교수, 정순섭 서울대 법과전문대학원 교수, 차현진 한국은행 결제국장, 한경수 위민 대표변호사, 홍기훈 홍익대 경영대 교수,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사진=뉴시스>

[월요신문=홍보영 기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거래과열로 유사코인 등장, 불법거래 등의 피해가 속출하자 정부와 금융당국이 규제 카드를 꺼냈다. 

정부가 가상화폐를 투기수단으로 판단, 유사수신업법 개정안과 방문판매법 등을 통한 규제 방침을 밝힌 가운데 4일 국회 정무위원회 주도로 열린 ‘가상화폐 거래에 관한 공청회’에서는 규제범위와 방안 등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오갔다.

이날 공청회는 김진화 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공동대표와 이천표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대 교수, 정순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경수 위민 대표 변호사 등 학계와 법조계 및 관련 전문가 5명과 금융당국을 대표해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차현진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장 등이 참여했다.

참석자들은 대체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 변혁에 대한 전망을 충분히 고려해 가상화폐를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은 다소 보수적인 입장을 표명해 다수 의원들의 빈축을 샀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가상통화 열풍의 원인이 명확치 않지만 블록체인의 기술 기대에 따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지금은 성급하게 제도화하기보다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에 보다 주목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가상통화는 화폐나 금융상품의 기본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며 정부가 가치 적정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며 “가상화폐를 금융의 시각으로 봐서는 안 되며 현재 투기 양상을 보면 가상화폐 거래업에 금융회사와 같은 공신력을 줘서는 안된다”고 단언했다. 정부에서는 가상화폐 거래소가 계속 영업을 하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주시하고 있으며, 필요시 더 강도 높은 조치도 취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ICO(가상화폐를 통한 자금조달)는 기술의 불확실성이 높고 코인의 법적 성격이 불안정하다”며 “투자자 보호에 취약한 ICO를 국민 대상으로 행하는 것을 정부는 허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진화 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대표는 “정부가 가상화페를 바라보는 시각이 지나치게 부정적”이라며 “부정거래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규제하는 것이 옳지만 앞으로 지급수단에 큰 변화가 찾아올 것이란 보다 장기적인 전망 속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금융위가 법무부 중심으로 TF를 구성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박선숙 국민의당 의원과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크게 반발했다.

박선숙 의원은 “현재 가상화폐를 지급수단으로 볼 수 없다는 협소한 관점으로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이라며 “기본적으로 불법에 대한 행위규제기관인 법무부가 주관부서가 되는 것은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어 “불법거래에 대해서는 규제하되 기술발전을 고려한 개방적 시각이 필요하다”며 “향후 지급수단으로서 발전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거래소 규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운열 의원도 “우리나라의 가상화폐 시장규모가 실물경제 규모와 비교했을 때 위험한 수준까지 와있어 정부에서 적절한 규제를 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면서도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경제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기본적으로 규제마인드를 지니고 있는 법무부에 가상화폐 규제를 맡기는 것이 타당한지는 다시 고민해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차현진 한은 결제국장은 “금융당국도 과도한 규제가 기술 발전 가능성의 싹을 자를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유사수신행위 정도로 규제하는 편을 택한 것”이라고 답했다.

가상화폐에 대한 전 국민적인 이해도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내에서 가상화폐에 대한 공감대가 선행돼야 한다”며 “어떤 장점과 위험성이 있는지 소비자 개개인의 이해도가 높아져 사회적 합의가 도출된 뒤에 제도도입에 대한 논의도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천표 서울대 명예교수도 “정부와 언론에서 가상화폐의 장단점에 대해 일반인들이 알 수 있도록 널리 알리는 작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상화폐는 투기자산으로 이해되고 있으며 다양한 활용사례를 위한 실험도구로서 부각되고 있지 않다”며 “이는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거부할 수 없는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서 있는 만큼 변화하는 금융결제수단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데이터 확보와 알고리즘 활용 역량 제고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현재 국내에는 그 가치가 1~1만달러에 이르는 1200여개의 가상화폐가 존재한다. 가상화폐의 대표격인 비트코인은 지난달 29일 1코인당 1375만원까지 올랐다가 하루 만에 1001만원대로 27.1% 떨어졌다. 그러다 3일 2시 30분 현재 1300만원대를 회복했다. 스텔라루멘의 경우 지난달 29일 오후 1시 1코인당 136원까지 치솟더니 다음날 오전 5시 65원으로 떨어지는 등 52.2%의 급락폭을 나타냈다.

이에 이낙연 국무총리와 최종구 금융위원장 등이 가상화폐 거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거래소 존속 문제까지 들고 나오면서 가상화폐 규제 논란이 점화되고 있다.

국회는 지난 2월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이 유사수신행위규제법 개정안을, 7월에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공청회 이후에 규제입법에 대한 추가 논의가 속도를 낼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정부와 금융당국이 앞으로 어떤 규제책을 내놓을지 업계와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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