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분기 누적 순익 1조원 돌파 ‘동반자금융’ 호평
친박인사 물갈이로 입지 위축, 남은 임기 경영부담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이 이달 28일 취임 1년을 맞는다.<사진=기업은행>

[월요신문=임민희 기자] 이달 28일 취임 1년을 맞는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우호적이다. 김 행장은 올해 실적·중소기업 지원·노사소통 등 무엇 하나 나무랄 데 없는 한해를 보냈다.

하지만 ‘내부출신’임에도 김 행장에게 따라붙는 ‘낙하산 인사’ 내지는 ‘친박인사’ 꼬리표는 1년 내내 그의 어깨를 무겁게 했다. 특히 지난 5월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전 정권의 권세를 업고 금융권의 요직을 차지했던 ‘친박인사’들이 대거 물갈이 되면서 김 행장의 입지가 위축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사실 김도진 행장은 올 한해 최고의 시간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행장은 1년 전 취임식에서 ‘동반자금융(중소기업 성장단계별 맞춤 지원)’과 ‘현장경영’을 핵심 경영모토를 내세웠다. ‘동반자금융’의 일환으로 중국의 사드보복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위해 올해 3월까지 연간 중기지원 목표 43조 5000억원의 32%인 13조8000억원을 조기 공급했다.

김 행장은 “3년 임기 동안 전국 660개 점포를 한 번씩 가보겠다”며 현장경영을 약속했다. 그는 취임 후 6개월간 전국 영업점 123곳을 찾아 직원 2269명을 만났다. 또한 해외이익 비중 20% 달성을 위해 인도네시아(M&A), 베트남(하노이·호치민지점 법인전환), 캄보디아(IBK캐피탈과 함께 복합점포 진출) 등 동남아 3개국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디지털금융 강화를 위해 특화서비스 3종(ARS 외화송금·휙 서비스·IBK 휙 계좌개설), 착오송금 반환서비스’도 선보였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기업은행의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연결기준)이 1조 250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9495억원) 대비 31.7% 증가한 실적이다. 순이자마진(NIM)은 전 분기 대비 0.02%포인트 상승한 1.96%를 보였다.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작년말 대비 7조 3000억원(5.5%) 증가한 141조 7000억원을 기록했으며 중소기업대출 시장점유율(22.5%)은 업계 1위 자리를 유지했다.

김 행장이 실적제고와 더불어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노조와의 관계회복이다. 그는 지난해 말 은행장 선임 과정에서 노조의 거센 반대로 상당한 곤혹을 치른 바 있다.

당시 기업은행 노조 측은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주관한 저녁식사 자리에 김도진 부행장과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참석한 사실을 들어 행장 인사에 현정부 실세와 친박계의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이러한 우려를 의식한 듯 김 행장은 취임 직후 노사대화를 통한 소통강화에 역점을 뒀다. ‘차별없는 조직’을 목표로 1월부터 노사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 운영 중이며 무기계약직 3100여명과 기간·파견근로자 2900여명 등 총 6000여명에 대한 정규직 전환도 추진 중이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당시 김도진 행장을 반대했던 것은 갑작스럽게 행장 후보가 되고 친박계의 인사개입 정황이 있어 낙하산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김 행장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노사간의 대화를 통해 잘 해결해가고 있다”고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이렇듯 김 행장이 내부직원들로부터 높은 신망을 얻고 있지만 문재인 출범 이후 금융권을 강타한 ‘친박인사’ 물갈이는 그의 경영행보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특히 정찬우 전 한국거래소 사장의 금융연구원 복귀 시도 무산을 계기로 김 행장의 ‘친박인사 꼬리표’도 다시금 부각됐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연루혐의로 수사를 받은 정찬우 전 이사장은 취임 10개월 만에 자진사퇴했다. 이후 정 전 이사장이 공직자윤리위원회에 금융연구원 초빙연구원으로 취업심사를 신청해 승인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분을 샀다. 결국 비난여론에 부담을 느낀 금융연구원이 정 전 이사장의 재취업을 불허하면서 그의 4번째 금융연구원 복귀는 무산됐다.

앞서 ‘친박인사’인 이동걸 전 산업은행 회장(2012년 박근혜 대선캠프 금융인 모임 주도 등)이 취임 1년 6개월만인 지난 8월 중도 사임한데 이어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서금회’ 멤버)도 지난달 2일 특혜채용 의혹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바 있다.

금융권의 ‘친박인사’들이 줄줄이 CEO직에서 물러났지만 김 행장은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 금융계는 김 행장이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조준희-권선주-김도진’으로 이어지는 내부출신 CEO 계보에 대한 평가가 나쁘지 않은 점, 김 행장이 그간 ‘친박 색깔빼기’에 상당한 공을 들여온 점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기획재정부 51.8% 지분 보유)과 자회사들은 역대 정권마다 낙하산 보은인사가 끊이질 않는 곳이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최근 5년간 기업은행과 6개 금융 계열사에 재직한 정치권·금융관료·행정부 출신인사가 총 41명에 달해 ‘낙하산 천국’이란 오명을 썼다.

김 행장이 취임 1년을 무사히 넘겼지만 남은 2년 동안 ‘친박 낙하산 인사’라는 꼬리표를 떼고 핵심과제들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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