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부결…기아차·현대제철·현대重도 교섭 난항

서울 양재동 현대차 사옥 전경<사진=고은별 기자>

[월요신문=고은별 기자] 범현대가로 분류되는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제철·현대중공업 등이 올해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 계속된 난항을 겪고 있다. 밤샘교섭에 들어간다 해도 올해 협상 가능한 날수가 고작 나흘 뿐이라 연내타결은 모두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현대차 노조) 등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 22일 전체 조합원 5만890명을 대상으로 2017년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했으나, 조합원 2만2611명(50.24%)이 반대표를 던져 합의안이 부결됐다. 투표자 중 찬성표를 던진 인원은 2만1707명(48.23%), 기권 5882명(11.56%), 무효 690명(1.53%)으로 과반의 찬성표를 얻지 못한 노사는 결국 재협상에 들어간다.

앞서 현대차 노사는 ▲기본급 5만8000원 인상 ▲성과금 및 격려금 300%+280만원 ▲중소기업 제품 구입 시 20만 포인트 지원 등에 합의하고 2021년까지 사내하도급 근로자 3500명을 추가 특별고용하기로 한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내놨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지난해(기본급 7만2000원 인상, 성과금 및 격려금 350%+330만원 등)보다 낮은 기본급 인상분 등 협상안 조건에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노조는 26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향후 방침 및 일정 등을 논의한다. 오는 29일 현대차 창립 50주년 기념일, 내년 1월로 예정된 지부 내부의 대의원선거 등을 고려해 세부 일정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연내타결은 사실상 불가할 전망이다. 밤샘교섭을 통해 2차 합의안을 내놓더라도 남은 한 주에 창립기념일이 끼어 있고, 찬반투표까지 거쳐야 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연내타결은 어려울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현대차 관계자도 “찬반투표가 부결되면서 상황이 원점으로 돌아갔다”며 “연내타결은 일정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양재동 기아차 사옥 전경<사진=고은별 기자>

현대차 노사가 난항을 겪으면서 현대차그룹의 다른 계열사들도 임단협 교섭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아차, 현대제철 등 그룹 계열사들은 관례상 현대차의 임단협 결과에 따라 교섭 타결 수순을 밟아왔다.

기아차 사측은 지난 21일 진행된 23차 본교섭에서 노조에 ▲기본급 5만5000원 인상 ▲성과금 및 격려금 300%+250만원(재래시장 상품권 20만원 포함) 지급 등 2차 제시안을 내놓은 상태다. 반대로 노조는 기본급 15만4883원 인상과 지난해 영업이익 30%를 조합원 및 사내하청분회 조합원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기아차 노조는 오는 27일 부분파업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연내타결을 위한 집중교섭 일정으로 파업지침을 유보하기로 했다. 노조는 “임단협 연내타결을 위해 노조도 결연한 의지로 감수하는 바가 큰 만큼 사측의 전향적인 제시안을 바란다”면서 “사측의 전향적인 제시안이 없다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노조는 투쟁으로 주장을 관철시키겠다”고 밝혔다.

현대제철 노사도 올해 임단협 교섭에서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실정이다. 노조는 그간 기본급 15만4883원 인상을 주장해왔다. 반면 사측은 ▲기본급 4만5408원 인상 ▲성과금 및 일시금 250%+200만원 ▲주식구입금 100만원 등을 제시했다. 지난 22일 19차 교섭을 열었으나 현대제철 노사는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협상이 무산됐다.

현대제철 노조 관계자는 “현재도 계속해서 협상을 이어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협의에 따라 기본급 인상폭 등에 대한 조율사항과 향후 파업일정 등에 대해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울산본사 전경<사진=뉴시스>

2002년 현대그룹에서 분리돼 출범한 현대중공업 노사도 연내타결엔 한 목소리를 냈지만, 여전히 진통 중이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해 임단협 및 올해 임협(임금 협상)을 함께 진행해야 한다. 노사는 지난 22일 본교섭 및 간사협의를 가졌으나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해 이날(26일) 본교섭을 다시 열기로 했다. 노조는 “지난주 본교섭에서 임금인상, 성과금, 상여금 분할 등 쟁점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전했다.

현대중공업 전임 노조 집행부는 올해 임협에서 15만4883원의 임금인상을 요구했다. 지난해 임단협에서 요구한 9만6712원 인상안도 합의되지 않은 상태다.

반면, 사측은 2만3000원 정액 인상을 제시했는데 이는 호봉 승급분에 따른 인상이므로 사실상 동결을 의미한다. 앞서 사측은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기본급 20% 반납도 제시했으나 노조 측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 노사의 최대 쟁점은 상여금 분할지급에 대한 문제다. 사측은 내년 최저임금 인상에 대비해 연간 800%에 달하는 상여금 중 두 달에 한 번씩 지급되는 100%(연 600%, 나머지 100%는 명절·100%는 연말 지급)의 상여금을 매달 50%씩 나눠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원칙적으로 상여금은 최저임금 적용을 위한 임금에 산입되지 않지만, 소정근로시간 또는 근로일에 대해 매월 1회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에 해당된다면 최저임금의 적용을 위한 임금에 산입될 수 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지난 8월 말 노조 소식지를 통해 “최저임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여금 분할을 하겠다는 기업은 대한민국 어디에도 없다”며 “낮은 기본급 인상과 최저임금 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상여금 분할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한편,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임단협 연내타결이 어려워짐과는 별개로 그룹의 정기 임원인사는 예고대로 이달 내 발표될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달 26일부터 해서 여러 날짜들로 임원인사 발표가 점쳐지긴 했으나 내부에서도 정확한 시기는 지켜보고 있다”면서 “임단협 교섭과는 상관없이 이달 중 발표가 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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