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부터 황각규 롯데지주 공동대표, 허수영 화학BU장(사진=뉴시스)

[월요신문=유수정 기자] 롯데그룹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불거진 법정 공방 등에 발목잡혀 잠시 미뤄뒀던 2018년 정기 임원인사를 내일(10일)부터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유력한 승진 후보로 손꼽히는 황각규 롯데지주 공동대표(사장)와 허수영 화학BU(사업부문)장의 부회장 승진 여부에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9일 롯데지주에 따르면 롯데지주·롯데쇼핑·롯데케미칼 등 33개 계열사는 오는 10일부터 이사회를 열고 임원인사를 실시한다. 11일에는 롯데건설과 롯데상사 등 9개 계열사의 이사회가 예정돼 있다. 이들은 이사회를 통해 2018년 정기 임원인사를 순차적으로 확정한 뒤 발표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와 허수영 화학BU장의 부회장 승진 여부다.

우선 지난해 정기 인사에서 부회장 승진이 좌절된 바 있던 황 대표의 경우 이번 인사에서 가장 유력하게 승진할 것으로 점쳐지는 인물이다. 당시 황 대표는 핵심 요직인 경영혁신실 실장을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재판을 받고 있는 점 때문에 부회장 승진 대상에서 제외됐던 바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가장 최측근인 황 대표는 재계에서는 실질적인 롯데그룹 내 실세로 알려져있다. 올해의 경우 지난달 22일 1심 선고공판에서 그간 걸림돌로 자리해왔던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 배임혐의를 벗게 됨에 따라 승진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황 대표와 함께 유력한 부회장 승진 후보로 손꼽히는 또 다른 인물은 허수영 화학BU장이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 3조9902억원, 영업이익 766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4%, 191% 상승한 수치다.

이처럼 우수한 성적표와 함께 지난해 11월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일부 유죄가 인정되긴 했지만 실형을 받진 않았다는 점 등이 고려될 때 허 사장의 승진 가능성 역시 높아진 상황이다.

그는 세무법인 대표에게 금품 로비를 벌이고 하청업체 대표로부터 해외 여행경비를 지원받은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허 사장 역시 지난해 임원인사 당시 부회장 승진 1순위로 평가받아왔음에도 불구하고, 검찰 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는 임원은 승진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원칙에 따라 승진하지 못했다.

허 사장은 현재 롯데지주 4대 BU장 중 유일하게 사장인 상태다. 이원준 유통BU장과 송용덕 호텔·서비스 CU장, 이재혁 식품BU장의 경우 지난해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미 지난해 2월 단행된 정기임원인사에서 10여개 계열사의 대표이사가 교체됐기 때문에 올해의 경우 지난해만큼 인사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그간 롯데의 발목을 잡고 있던 신 회장의 경영비리 관련 재판과 순환출자고리 등이 순탄하게 해결된 상황에서 보다 큰 변화를 추구하기 보다는 조직 안정을 꾀하는 방향으로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한 상황이다.

한편, 보통적으로 연말에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하는 재계 분위기와 달리 롯데는 2016년에는 검찰 수사 여파로, 2017년에는 신동빈 회장의 재판 일정 등의 영향으로 인사를 연초로 미룬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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