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내부통제 구축 후 실명확인 서비스 도입
정부 눈치보는 국민·기업·농협, 산업·우리 “도입 안해”

<사진=뉴시스>

[월요신문=홍보영 기자]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등 연일 고강도 대책을 내놓으면서 은행들이 추진해 왔던 가상화폐 실명확인계좌 도입도 제동이 걸렸다.

신한은행이 가장 먼저 가상화폐 거래용 실명확인 서비스 도입 연기를 공식화한데 이어 NH농협은행과 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 등 다른 은행들도 도입을 잠정 유보한 상태다.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가상화폐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제공한 신한·국민·농협·기업·우리·산업은행 등 6개 은행은 가상화폐 실명확인계좌 도입을 잠정 중단하거나 도입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날 신한은행은 안전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가상화폐 설명확인계좌 도입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가상화폐 실명확인계좌 도입을 위해서는 자금세탁방지 관련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며 “안전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한 후 가상화폐 실명확인계좌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존에 이용되던 가상계좌는 오는 15일부터 서비스가 중단된다. 신한은행은 지난 10일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코빗, 이야랩스 등 3개 업체에 가상계좌로의 입금 금지 통보 공문을 보낸 상태다. 단 기존 가상계좌에서 개인 계좌로의 출금은 허용한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가상화폐 실명확인계좌 도입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미 실명확인 시스템을 개발 중인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지침을 본 후 시행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실명확인계좌 도입을 위해 기존 가상계좌서비스는 곧 종료할 예정”이라며 “실명확인계좌 도입일은 아직 미정으로, 정부에서 정확한 지침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가상계좌서비스를 운영 중인 기업은행도 비슷한 입장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실명확인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부의 구체적인 지침이 나와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이미 가상계좌 서비스를 종료한 국민은행과 KDB산업은행, 우리은행 역시 정부 대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7월 가상계좌서비스를 종료한 후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실명확인 시스템 구축을 준비 중이었다”며 “현재는 당국의 정책과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난색을 표했다.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은 가상화폐 실명확인계좌 도입을 아예 검토하지 않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5월 가상계좌 서비스를 중단했고 실명확인 시스템 구축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기존에 운영했던 가상계좌 서비스는 지난해말 종료된 상태”라며 “현재 가상화폐 실명확인계좌 도입 계획이 없고 정부에도 시스템을 구축할 상황이 아니라고 통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이 가상화폐 실명확인계좌 도입에 신중모드로 전환한 것은 정부가 투기과열을 막기 위해 거래소 폐쇄까지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감독원과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불법 자금세탁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지난 8일부터 6개 은행의 가상계좌에 대한 특별검사를 진행 중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별검사는 당초 11일까지였으나 금융당국은 내부통제 미흡사항 등에 대한 정밀점검을 위해 16일까지 검사기간을 추가 연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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