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개혁연대가 휴대전화 배터리팩, 이어폰 등을 제조·판매하는 영보엔지니어링(주)와 통신기기용 액세서리 유통업체인 (주)애니모드에 대해 삼성그룹 계열사 포함 여부와 삼성전자의 부당지원이 있었는지를 조사해달라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두 회사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들 회사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조카 김상용씨가 운영하고 있는 곳으로, 매출 대부분이 삼성전자와의 거래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경제개혁연대는 지적했다. 삼성전자가 과연 이 회장의 친인척이 운영하는 회사에 부당한 혜택을 안겨주며 일감몰아주기를 한 것이 맞는지, 공정위의 판단에 이목이 집중된다.

애니모드가 지난해 내놓았던 갤럭시탭 10.1인치용 스마트 케이스.

경제개혁연대가 삼성그룹 계열사 포함 여부와 삼성전자의 부당지원 가능성을 지적한 영보엔지니어링과 애니모드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조카 김상용씨가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러 시선을 받고 있다. 김상용씨의 어머니는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3녀 이순희씨로, 이건희 회장의 여동생이다.

영보엔지니어링은 1998년부터 휴대전화 배터리팩, 이어폰 등을 제조·판매·납품해 왔으며 애니모드는 삼성 애니콜 공식 액세서리 브랜드로 유명하다.

애니모드는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의 전용 액세서리를 공급하기 때문에 갤럭시S 시리즈 등의 인기에 따라 그 사업도 크게 확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애니모드가 삼성과 특수한 관계를 이용해 다른 액세서리 제조사들에 비해 삼성의 시제품을 빨리 입수하는 등 특혜를 받아왔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삼촌 회사와의 거래,
매출 대부분 발생

김상용씨는 영보엔지니어링 지분 19.6%를 보유하며 이 회사 대표이사로 재직중이며, 애니모드에는 약 32.14%의 지분을 가지고 있어 최대주주로 올라 있다. 또 김씨의 모친인 이순희씨가 영보엔지니어링 지분 13.0%를 보유하고 있으며, 영보엔지니어링은 애니모드의 지분 14.29%를 보유해 모회사 격으로 존재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영보엔지니어링은 김상용씨와 이순희씨, 이건희 회장과의 관계, 그리고 삼성그룹 계열사와의 거래관계를 비춰볼 때 삼성그룹 계열사로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며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편입, 공정거래법의 규율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러한 지적과는 상반되게, 올 4월 공정위가 발표한 ‘2012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등 지정 결과’에서 영보엔지니어링과 애니모드는 삼성그룹 계열사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영보엔지니어링의 경우 2007년 이후 매출이 급증하고 있는데, 국내 매출의 62%, 중국 현지법인까지 포함할 경우 전체 매출의 99%가 삼성전자와의 거래에서 발생하고 있다.
때문에 경제개혁연대는 "삼성전자가 공정거래법상 '현저한 규모'로 거래해 영보엔지니어링에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정거래법상 사업자가 특수관계인이나 다른 회사에 대해 부당하게 지원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

공정위 측은 영보엔지니어링과 애니모드가 이건희 회장 조카가 운영하는 회사이고, 매출 대부분이 삼성전자와의 거래에서 발생한다는 정황만으로 삼성 계열사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공정위 등에 따르면 영보엔지니어링은 2005년 7월 친족분리로 삼성그룹에서 떨어져 나갔으며 때문에 삼성과 법률상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또 애니모드 역시 친족분리 이후 설립됐고 이 회장 일가나 임원 등이 보유한 지분이 없어 삼성의 위장 계열사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두 회사가 삼성전자와의 거래에서 매출액 비중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불공정 행위로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납품가를 통상적인 시장가격보다 높은 금액에 쳐주며 일감을 몰아줬다면 이는 '부당성'이 있다고 판단돼 제재를 받을 수 있다.

기업이 총수나 총수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일은 그동안 재계에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던 것이다. 이러한 일감 몰아주기는 대량의 일감을 시장 가격보다 싼 가격이나 비싼 가격으로 수의계약해 계열사에게 몰아줌으로써, 계열사가 성장하도록 도와 궁극적으로 총수나 총수의 친인척에게 특혜를 안겨주게 되는 방식이다.


국제적 망신 안겨줬던 '애니모드'

한편 애니모드는 지난해 7월 애플의 아이디어를 그대로 도용한 삼성 갤럭시탭 10.1인치용 액세서리로 국제적 망신을 당했던 바 있다. 애플이 아이패드2용 케이스로 개발한 '스마트커버'를 그 기능과 디자인에 있어 거의 비슷하게 애니모드가 만들어 판매용으로 올렸던 것이다.

해당 '짝퉁' 제품은 해외에서도 널리 알려져 미국의 유명 IT 매체인 <기즈모도>와 <엔가젯> 등이 이를 일제히 보도, 애니모드가 삼성전자와 긴밀한 관계에 있으며 '김상용 대표가 이병철 창업주의 3녀인 이순희씨의 장남으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조카이자 이재용 사장의 사촌'이라고 알렸다. 때문에 삼성전자는 애니모드의 잘못을 업어 함께 국제적으로 비난을 받아야만 했었다.

삼성전자 측은 당시 자사 블로그를 통해 "삼성전자가 승인을 하지 않은 채 해당 회사인 애니모드가 임의로 자신의 판매 사이트에 게재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고, 애니모드 또한 잘못을 인정한 듯 홈페이지에서 해당 상품 정보를 삭제했지만 '짝퉁 논란'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그랬던 애니모드가 다시 한 번 경제개혁연대의 지적에 따라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이건희 회장의 조카가 대표이사로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거래가 계속 이어지는 한 여러 감시의 시선에서 벗어나기란 힘들 것으로 보여진다. 공정위는 어떤 잣대로 판단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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