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서비스 차원일 뿐"…궁색한 변명에 10만 반려동물 종사자 뿔났다

(사진=반려동물협회)

[월요신문=유수정 기자] 유통공룡으로 손꼽히는 롯데가 펫산업까지 본격 진출하고 나설 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반려동물 산업 전 분야에 걸친 10만여명의 종사자들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롯데의 펫산업 진출 자체가 겉으로는 상생을 표방하지만 결국에는 골목상권을 잠식하고 대부분 생계형으로 영업 중인 자영업자들을 죽이는 셈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내일(26일) 롯데백화점 강남점에 90㎡(27평)규모의 반려동물 전문 컨설팅 스토어인 ‘집사’(ZIPSA)를 오픈한다.

이는 집사(執事)가 집안의 대소사를 살뜰히 살피듯 반려동물의 생애주기와 특성에 따라 문제점을 분석하고 맞춤형 솔루션을 제시해 고객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겠다는 취지의 매장이다.

백화점에서 최초로 운영하는 펫 전문 컨설팅 매장인만큼, 롯데 측은 보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우선 매장에 전문 교육을 받은 ‘펫 컨설턴트’ 4명을 상주시키며 반려동물의 종류, 생애주기에 맞는 상품을 고객에게 추천할 방침이다.

예를 들면 피부 알레르기에 좋은 영양제와 샴푸로 구성된 상품 패키지, 관절에 좋은 영양제와 간식으로 구성된 상품 패키지 등을 소개하는 식이다. 반려동물을 처음 키우는 고객들을 위한 사료와 필수 용품 등으로 구성한 패키지도 구성해 판매한다.

프리미엄 펫 전문 매장답게 윤병국 청담우리동물병원 원장을 주 1회 매장으로 초청, 사전 예약고객을 대상으로 반려동물 관련 기초 의료 및 영양학 관련 상담 서비스 역시 진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금까지 백화점에 반려동물을 데려오지 못했던 고객들을 위해 반려견 산책 서비스 플랫폼인 ‘우프’(Woof)와 연계, 유료로 반려동물 산책 대행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와 함께 매장 한쪽에 ‘라이브 키친’ 코너를 만들고, 수제 베이커리와 쿠키를 오븐에서 직접 구워내 반려동물과 주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자리도 마련했다.

또한 펫 푸드 정기 배달 서비스, 홈 파티 방문 케이터링 서비스 등 다양한 플랫폼과 프로그램들을 통해 급격히 발전한 1000만 반려동물 가족시대에 보다 가치있는 프리미엄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롯데 측은 단순히 반려동물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고객들이 많이 찾는 반려동물 식품에 초점을 맞추고 구색을 갖춰 매장을 운영할 방침이다.

이들이 판매하는 품목은 사료 100여종, 간식 500여종, 관련 용품 및 서적 100여종 등 총 700여종에 달한다.

주요 품목으로는 반려동물 프리미엄 사료 전문 중소기업인 ‘㈜갤럭시펫’과 농장주 실명제의 유기농 재료를 사용하고 수의사 자문을 통해 최고급 수제 간식을 제조하는 ‘키친앤도그’와 협업해 제작된 프리미엄 먹거리다. 반려동물이 또 하나의 가족으로 자리한 시대에서 반려동물은 물론 주인도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제품을 소개하겠다는 것이 업체 측의 설명이다.

집사(ZIPSA) 매장 조감도 (사진=롯데백화점)

그러나 이 같은 롯데백화점의 반려동물 전문 스토어 오픈 소식과 관련, 대부분의 중소업체 및 반려동물 산업 종사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기업이 진출하지 않는 산업이 없는 시점에서 결국 어찌 보면 유일하게 남아있을 수 있는 골목상권의 반려동물 산업까지 잠식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반려동물협회는 25일 ‘유통공룡 적폐재벌 롯데의 펫산업 진출 결사반대’라는 내용을 담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대기업의 자본 및 거대 유통망을 활용한 펫산업 진출을 중지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롯데는 펫산업 진출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었던 과거와는 달리 지난해 8월 대표이사 직속의 ‘펫 비즈 프로젝트팀’을 신설한 이후 계속해서 펫산업 진출을 전사적인 프로젝트로 진행하고 있었다.

협회 측은 롯데의 펫산업 진출 소식이 전해진 이후 지난해 10월부터 약 보름간 릴레이 집회를 펼친 끝에 롯데로부터 판매 위주가 아닌 ‘서비스 제공’에 집중하겠다는 확답을 받았던 바 있다.

그러나 롯데가 공개한 ‘집사’ 매장의 경우 반려동물 전문 컨설팅 매장을 표방했을 뿐 실질적으로는 반려동물 용품 판매가 주가 된 매장이라는 주장이다.

김영덕 반려동물협회 회장은 “롯데의 펫산업 진출 본격화는 수십 년간 어떠한 법적인 보호도 없이 온갖 오해와 편견 속에서도 현재의 1000만 반려동물 가족시대를 견인해 온 10만 반려동물 산업 종사자들을 무시한 처사”라며 “기존 펫산업 종사자들과의 상생이 기반이 된 발전대책 논의는 철저히 무시당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가뜩이나 지금의 대한민국은 반려동물 가족의 급격한 증가추세에 못 미치는 제도 정비 및 사회적 합의 부재로 연일 사건사고가 이어지고 있는 과도기적인 시점”이라고 설명하며 “그러나 롯데는 사회적 문제 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대자본을 앞세워 반려동물 전문 컨설팅 스토어라는 명목 하에 프리미엄을 추구하는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이윤창출만을 추구하고 펫산업 전 분야 진출에 대한 야심을 드러내고 있는 꼴”이라고 규탄했다.

이경구 사무국장 역시 “백화점을 찾는 고객들의 편의를 위한 서비스 제공 차원일 뿐이라는 롯데 측의 설명과는 달리 700여종에 이르는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물론, 경품 이벤트까지 내걸며 1000만 반려동물 인구를 프리미엄화 하겠다는 전략”이라며 “펫코노미 프리미엄 시장의 구축은 전체 반려동물 산업에 거품을 형성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소상공인 등 영세업체는 물론 결론적으로 일반 소비자까지 피해를 보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존 신세계, 이마트 등이 단순히 기존 유통망을 확대하고 재생산 하는 방식으로 펫산업에 진출했던 것과 달리 롯데는 기존 유통시스템 자체를 무시할 만한 새로운 유통체계를 세우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2020년 6조로 예상되는 펫산업 시장의 이윤을 독점하기 위해 롯데백화점 대표이사 직속의 펫 비즈니스 프로젝트팀을 구축하고 그 첫발로 ‘집사’를 론칭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롯데는 펫산업 진출에 있어 생산부터 판매까지 유통의 전 시스템을 본인들이 담당하는 토탈 시스템을 구축한 셈이며, 프리미엄 브랜드를 통해 반려동물 시장을 전반적으로 고급화 한 뒤 향후 몇 년 안에 자사 중저가 브랜드를 론칭, 골목상권에 진출할 수도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밖에도 그는 “롯데 측은 ‘분양 아닌 입양’이라는 타이틀을 통해 펫 산업의 기본이 되는 분양산업 자체를 부정하고 있으면서, 결론적으로는 프리미엄 서비스의 제공을 통해 반려동물 인구 사이에서도 격차를 느낄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며 “이는 기존 사업자와의 상생을 통해 시장의 규모를 키워 발전시키는 것이 펫산업이 보다 커나갈 수 있는 길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들만의 이윤을 추구하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0월 반려동물협회는 릴레이 집회를 통해 롯데의 펫산업 진출을 반대한 바 있다. (사진=반려동물협회)

이와 관련해 롯데백화점 측은 “오해일 뿐”이라며 자신들에 빚어진 논란에 전면 일축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가구 비율이 28.1%로 조사됐을 만큼 반려동물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했고, 이에 백화점을 방문하는 고객 3명 중 1명은 반려동물과 함께 할 것이라는 판단 하에 고객 서비스 차원의 매장을 오픈한 것 뿐”이라며 “판매하는 제품은 중소 파트너사와 협력한 제품이고, 우리는 반려동물 산책 대행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뿐이며 골목시장 진출 등은 전혀 계획된 바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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