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한 고용 승계" 롯데 측 해명에도 불구, "결국 부담 떠안는 것은 영세업체"

(사진=유수정 기자)

[월요신문=유수정 기자] 인천공항공사와 공항면세점(T1) 임대료를 놓고 길고 긴 협상을 벌이던 롯데면세점이 결국 백기를 들었다. 임대료 조정에 난항을 겪는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 제소 등이 겹치며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진 까닭에, 임대료 인하는 더 이상 건널 수 없는 강이 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속적인 수익성 악화에 따른 철수는 이해하지만, 이로 인해 파생되는 고용 승계 문제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안 없이 너무 섣부르게 결정한 것이 아니냐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9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T1)에서 사실상 철수할 방침이다.

사드 보복에 대한 조치로 중국 정부가 내린 금한령(禁韓令)이 부분 해제됐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면세업계에서 체감할 수준이 아닌데다가 인천공항공사와 협상 중인 임대료 조정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롯데면세점은 이달 말 중으로 인천공항공사에 T1 매장 철수를 통보하고, 철수 작업에 돌입할 전망이다. 다만 전면 철수와 부분 철수를 두고 내부 논의 중인 가운데, 주류와 담배 매장은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면세점은 2015년 9월부터 1터미널 면세점 면적의 약 58%를 차지하는 총 4개 구역(동편 1·3구역, 중앙 5구역, 탑승동 8구역)에서 향수·화장품과 주류·담배, 패션·잡화 등의 품목을 판매하고 있다.

업장의 규모가 큰 만큼 사드 보복에 대한 타격도 컸다. 지난해 2분기에 무려 200억원대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롯데면세점은, 갈수록 늘어만 가는 임대료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실제 롯데면세점은 2015년 9월 사업 시작을 기준으로 오는 2020년 8월까지 5년간 납부해야할 임대료가 약 4조1200억원에 달한다. 이는 경쟁사인 신라면세점(약 1조4930억원)이나 신세계면세점(약 4330억원)에 비해 크게는 10배가량 차이나는 수준이다.

계약상 사업기간(5년)의 절반 이상이 지나야 철수를 요청할 수 있는 터에, 롯데면세점은 설 이후 즈음으로 공항 측에 통보할 가능성이 높다. 사업권을 반납하더라도 4개월의 의무영업 때문에 오는 6월께나 매장의 공식적인 철수가 가능하다.

롯데면세점 측의 이 같은 결정에 따라 현재 T1 매장에서 근무 중인 직원들의 거취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본사의 갑작스러운 폐점 결정에 당장 일자리를 잃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롯데면세점 측은 “아직 확실하게 결정된 것도 아니며 T1 매장의 철수가 확정되더라도 오는 6월까지는 영업을 지속하기 때문에 직원 근로와 관련한 부분은 천천히 논의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우선적으로 직원들의 고용은 최대한으로 유지하는 것이 회사 측의 방침”이라며 “지난 잠실 월드타워점 폐점 당시에도 순환배치나 유급휴직 등의 절차를 통해 직원 1000여명의 고용을 그대로 유지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롯데면세점 노조 측은 “해당 건과 관련해 아직까지 본사와 논의 된 부분은 없다”고 말하면서도 “최근 T2가 오픈한 상황이라 지난 시내면세점 사태 때와는 달리 고용승계와 관련해 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문제는 파견사원으로 일컬어지는 브랜드 직원들이다. 직영사원의 경우 시내면세점 혹은 T2로 근무지가 변경되면 되는 문제지만, 파견직의 경우 고용승계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

현재 인천공항 롯데면세점에서 근무 중인 인력은 판촉사원 등을 포함해 2000여명 수준이다. 본사 직원 200여명을 제외하고는 무려 1800여명이 파견직이다.

지난 월드타워점 사태 때 롯데면세점 측이 협력사 판촉 직원들을 자체적으로 흡수했던 것과 달리 이번 공항점의 경우 당시와 비교해 책임져야 할 인력이 2배 가까이 늘어난 상황이라 전체를 모두 흡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잇따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의 사업권 반납 승인 후 재입찰 공고를 통해 차기 사업자가 정해지겠지만, 현재 롯데에 입점 된 브랜드들이 차후 신설되는 사업장에 그대로 입점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고용에 따른 문제가 빚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롯데 측의 결정과 관련, 면세점 입점 협력업체 노동조합인 김성원 부루벨코리아 위원장은 “사실 큰 기업에서 파견되는 직원들의 경우 크게 상관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문제가 되는 것은 영세 업체에서 파견되는 직원들”이라고 설명하며 “면세점 측에서 대안으로 시내면세점 매장으로의 근무나 신규 입점 등의 혜택을 제공할 수도 있겠지만 결론적으로 이는 영세업체에 모두 떠넘기는 구조일 뿐”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파견 직원들의 경우 인건비는 100% 협력업체에서 지원하는데, 사실상 영세한 업체들은 매장이 줄어든 상황에서 직원의 인건비를 모두 감당할 만한 여력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실제 지난 사드 사태 당시 영세한 업체들의 경우 아르바이트 근로자를 우선적으로 고용 해지하고 계약직의 계약을 추가로 연장하지 않았으며 정규직에게 강제로 연차를 사용하게 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롯데면세점 측에서 인천공항점(T1)의 파견 근로자를 시내면세점 등으로 재배치하겠다고 하더라도 결론적으로 직원들의 인건비를 책임져야 하는 것은 영세업체”라며 “시내면세점에 매장이 입점 된 상태라 할지언정 기존 인력과 공항면세점 인력을 모두 수용하기에는 업체 측의 부담이 클뿐더러, 입점이 되지 않은 업체의 경우 롯데면세점 측에서 시내면세점으로의 신규 입점을 진행시켜준다 하더라도 매장 공사 기간 동안 직원들은 무급휴직이나 연차사용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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