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안유리나 기자] 대우건설 매각이 숲으로 돌아갔다. 다시 원점부터 시작해야 한다. 지난달 31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9일만이다. 그동안 헐값매각, 공정성 상실에 따른 특혜의혹 논란에서도 움직이지 않던 호반건설이 대규모 손실을 핑계삼아 발을 뺀 것이다. 

이번 매각 해프닝에서 호반건설 입장에서 실보다는 득이 많았다는 게 업계 관게자들의 전언이다. 그래서 일까. 오히려 호반건설은 "'뒷통수' 맞았다"며 "산업은행을 더이상 신뢰할 수 없다"고 까지 했다. 

또 한번 산업은행 관리 능력에 오명을 남긴 셈이다. 문제는 몇 차례 걸쳐 매각 진행이 이뤄지다보니 이 상태로는 제값을 받기가 어려워졌다. 가뜩이나 국민 혈세인 공적자금 투입으로 인해서 예의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또 다시 매물로 나온다고 한들 어느 기업에서 인수를 하고자 하겠는가. 빈껍데기를 누가 인수하겠냐는 말이다. 

산업은행은 해외부문의 손실을 호반건설에 고의로 알려주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매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매각 무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또한 그동안 보여줘왔던 여타 대우조선해양, 금호타이어 구조조정 절차를 볼 때 이미 신뢰 부분에서 회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회생이 불투명한 부실 기업에 자금 투입을 계속해야하는 것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사정이 이런 만큼 대우건설 매각을 급하게 서두른다고 성사될 일은 아니다. 내부 부실 요인을 털어내고 경영을 정상화시킨 뒤에 시장에 내놓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선 정확한 원인 진단이 수반되지 않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매각을 진행할 필요가 없다. 경영 정상화가 이뤄진 이후 매각 절차가 진행되더라도 늦지 않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관련 시장에서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그림은 만들어 줘야한다. 더이상 같은 짓을 반복해서는 안된다. 상처만 남기고 정작 해야할 본연의 것은 달성하지 못하는 과오를 남겨서는 안된다. 무엇보다 향후 이런 일이 또 다시 반복된다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입지도 보장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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