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가상통화 규제·세제·회계분야 이슈 점검 세미나
중개거래소 등록제/인가제 시행, 신용평가제도 구축 지적

한국경제연구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가상통화, 규제·세제·회계분야 이슈 점검’ 세미나를 개최했다.

[월요신문=임민희 기자] “해킹파산 등으로 투자자가 입을 손실에 대비해 보험제도, 거래소전용 이상징후탐지시스템 등 다각적인 투자자보호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 오정근 건국대 교수

“가상화폐도 거래소에서 시장가격이 형성돼 있는 재산(자산)이므로 양도소득세 과세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 김병일 강남대 교수

“인터넷으로 얼마든지 가상화폐 해외거래가 가능한 상황에서 정부의 ‘가상화폐 중개거래소 폐쇄’는 충격효과가 없다. 철학을 갖고 글로벌 방향에 맞춰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 이군희 서강대 교수

2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는 ‘가상통화, 규제·세제·회계분야 이슈 점검’ 세미나가 열렸다. 한국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이날 세미나에서는 가상화폐 제도권 편입과 새로운 회계정책 마련, 투자자보호 방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제기됐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가상화폐의 해외 규제사례와 시사점)와 김병일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가상화폐 과세방안 모색과 평가),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가상화폐 관련 회계처리 이슈)가 발제를 맡았고 토론에는 3명의 발제자 외에도 좌장을 맡은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와 이군희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가 참여했다.

오정근 교수는 “가상화폐(암호화폐)의 출현은 새로운 부를 창출하고 중앙화된 엘리트 중심의 금융권력으로부터 자유롭게 할 수 있다”며 “암호화폐가 범죄에 악용될 거란 우려도 있으나 세계적으로 논의 중인 고객신원확인(KYC), 자금세탁방지(AML) 강화로 상당부분 해결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긍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오 교수는 일본과 미국사례를 들어 가상화폐를 제도권으로 편입해 거래투명성을 높일 것을 주장했다. 일본과 미국 주은행감독협의체(CSBC)는 가상화폐를 법정화폐는 아니지만 거래수단은 물론 회계단위로서 기능할 수 있는 화폐로 인정했다. 또 가상화폐에 세금을 매기고 거래소를 인가제나 등록제로 전환했다.

오 교수는 가상화폐 핵심이슈인 투자자보호 강화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한국도 조속히 투자자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법제화해 등록제나 인가제를 시행해야 한다”며 “건전한 가상화폐 거래 생태계 구축을 위해 가상화폐 신용평가제도 구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한 신용평가회사는 세계 최초로 74종의 암호화폐에 대한 신용등급을 발표한 바 있다.

이군희 서강대 교수는 “정부가 가상화폐 중개거래소 폐쇄 등 충격요법을 쓰고 있지만 인터넷으로 얼마든지 해외거래가 가능해 큰 효과는 보지 못할 것”이라며 “오락가락 정책으로 혼선을 주기 보다는 정책적 철학과 방향을 잡고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3일전 스위스가 발표한 ICO 규제가이드라인을 보면 블록체인 기반 가상화폐가 ‘금융시장을 변화시키는 새로운 원동력’이라는 기본철학이 깔려 있다”며 “가상화폐가 화폐냐, 자산이냐 등의 소모적 논쟁보다는 어떻게 하면 안정적으로 신기술을 흡수시킬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김경수 성균관대 교수는 가상화폐에 대한 표준화된 규제 마련으로 투자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현재 가상화폐 종류는 1545개, 거래소시장은 8944개에 달하는데 옥석가리기가 쉽지 않다”며 “누구든,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접근 가능한 위험자산으로서 가격변동성이 매우 높고 역선택, 모럴해저드를 치유하는 투자자보호가 시급하지만 현실적으로 건전규제와 감독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초국가화폐로서 가상화폐의 가치가 국가간 규제차익에 의존하나 궁극적으로는 국가 화폐주조권을 침해하는 셈”이라며 “가상화폐에 대한 표준화된 규제가 없으면 각 나라마다 프리미엄이 만들어질 수 있는 만큼 G20 등 국제적 차원에서 투자자보호를 위한 규제 및 감독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가상화폐 과세방안과 회계정책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김병일 강남대 교수는 주요국의 가상화폐 과세 제도를 소개하면서 과세방안기준 및 조세회피 방지 방안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가상화폐의 자산적 성격과 결제수단으로서의 성격을 모두 인정하는 과세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가상화폐 법적성격의 정립과 관련 세법규정 개정 등 입법 보안을 통해 양도소득세와 상속세 및 증여세 등의 과세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가상화폐 조세회피를 막기 위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관련 산업에 추적되는 거래정보들을 활용해 과세대상 거래를 관측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가상통화 교환업의 등록제 등 중개인들을 적절히 규제해 가상화폐의 익명성을 이용한 조세회피를 방지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이한상 고려대 교수는 가상화폐에 부합하는 새로운 회계정책 개발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현재 교환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주요 가상통화의 경우 회계상 자산이지만 기존 국제회계기준(IFRS)과 기업회계기준(K-GAPP)상 특정자산 및 부채정의에 부합하지 않아 새로운 회계정책을 개발,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채굴자, 가상화폐 공개(ICO)의 경우 재공품/재고자산 및 자본(잉여금)처리 가능성을 검토하고 투자자는 가상통화를 유통/당좌자산으로 분류하고 공정가치를 평가하며 가치변동분은 손익계산서에 반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아울러 “정책당국이 행위규제(금융·세제·회계 등)보다는 투명성 규제(감사보고서 제출 의무화 및 지정감사인제 도입)를 고려하는 게 거래급증을 막는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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