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수익구조 파악 나선 공정위, 일각선 "실적 위한 갑작스런 움직임" 지적도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유수정 기자] 지난해 일명 ‘프랜차이즈 갑질’을 뿌리 뽑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올해는 의심의 칼날을 재벌 개혁으로 돌렸다.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부분은 지주회사의 수익구조인데, 총수일가가 대부분의 지분을 가진 지주회사들이 편법으로 자회사의 수익을 챙기고 이로 인해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는 점에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실적을 급박하게 채우기 위해 기업을 무차별하게 죽이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지주회사의 수익구조 파악을 위해 자산규모 5000억원 이상 국내 지주사 62곳에 대해 매출현황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자산이 5000억원 미만이지만 대기업집단에 소속된 지주사 7곳도 포함됐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이면서 이 회사가 소유한 자회사 주식 가격의 합계가 자산총액의 50% 이상이면 지주사로 분류된다.

재벌 개혁을 위해 공정위가 요청한 자료는 최근 지주사의 수익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지주사 및 자회사, 손자회사 일반현황 ▲최근 5년간 지주사의 매출 유형 ▲지주사와 자회사 간 거래 현황 등이다.

이는 결국 지주회사가 자회사로부터 어느 정도의 배당을 가져가는지, 혹은 브랜드수수료나 부동산임대료 등을 챙기고 있는 지 등을 샅샅이 살펴보겠다는 뜻이다.

특히 대기업집단 소속 지주회사의 경우 매출 유형별 지주회사와 자·손자·증손회사와의 거래현황도 조사 대상으로 삼을 예정이라 눈길을 끌고 있다.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지주사가 총수 일가의 사익을 늘리고 지배력을 확대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름에 따른 것이다.

이 같은 지적은 정치권에서 다수 발의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해서도 입증되고 있다. 주된 내용은 지주회사의 부채비율 제한, 주식보유비율 상향 등이다.

지주회사란 기업구조조정 촉진과 대기업집단 소유지배구조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허용된 형태다.

그러나 초기 설립 의도와는 달리 재벌들의 사익 편취 및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전락한 만큼 공정위는 오는 8월까지 ‘지주사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매월 최소 1곳 이상의 기업에 총수일가 사익편취와 부당지원에 대한 조사와 제재가 가해질 전망이다.

올해 들어 우선적으로 공정위의 칼날을 직접적으로 맞은 기업은 하이트진로와 금호아시아나, 아모레퍼시픽 등이다.

앞서 이들은 계열사 내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과 관련해 공정위로부터 부당 내부거래에 관한 직권 조사 등을 받은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공정위가 오는 28일 효성그룹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사건에 대한 검찰 고발 및 과징금 부과 여부를 결론 내릴 가운데 강력한 다음 타깃으로는 효성이 지목된 상태다.

재계에 따르면 공정위가 조석래 명예회장의 검찰고발을 실행하게 될 경우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정에 따른 첫 동일인 고발 사례가 된다. 이 때문에 공정위 측이 이번 사건에 가장 공을 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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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태조사 등과 관련해 공정위 측은 “개별 회사에 대한 제재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지주사로의 경제력 집중을 막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급작스럽게 진행되는 공정위의 움직임에 불만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위의 실적을 위해 기업을 심하게 압박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특히나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 기업집단국이 올해 조사 및 제재 계획을 이미 수립해 놓은 것으로 전해진 상황이라 재계는 다음 타깃이 자신들이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더욱 벌벌 떠는 실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기업들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에 있어 공정위가 한동안은 특별한 제재나 압박을 가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었다”고 설명하면서 “그러나 갑작스럽게 자료 제출 등을 요구하고 조사에 착수할 것이 예측되니 기업 입장에서는 아무리 개별 회사에 대한 제재가 목적이 아니라 할지언정 불편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한편, 공정위는 오는 4월 대기업 간담회를 예정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6월 4대 그룹, 11월 5대 그룹을 만난 데 이어 세 번째 열리는 간담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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