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 원두공장 프레세르 대표

[월요신문=안현진 기자] 대한민국에서 창업 아이템으로 카페가 유행하기 시작된 것은 이미 오래된 얘기다. 카페는 이미 우리 사회에 뿌리를 깊게 내려 그 수가 편의점을 넘볼 정도다. 창업 아이템으로는 그야말로 레드오션이다. 창업 후 열에 아홉은 문을 닫는 업종이 카페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메뉴를 개발하고 개성 넘치는 인테리어로 손님을 유혹하는 등 생존 경쟁이 펼쳐지는 카페시장. 대치동 한적한 골목길에 자리한 ‘원두공장 프레세르’는 이런 정글 속에서 커피 하나로만 8년을 지속해왔다.

공장이라는 이름답게 생두 선별부터 커피로 추출하기까지의 모든 공정이 이곳에서 수행되는데 특별한 메뉴 없이 '커피 맛' 하나로 성공한 사례다.

지난 7일 원두공장 프레세르에서 만난 이석 대표는 커피의 본질을 이해하고 본연의 맛을 끌어내는데 집중해 온 전문가였다. 회사를 그만두고 스스로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일까 찾던 중 커피를 만나 흠뻑 빠져들게 됐다는 이 대표를 통해 프레세르의 시작과 목표, 카페 창업의 팁을 들어봤다.

커피를 내리는 이석 대표

◎ 원두공장 프레세르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 2008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아는 분의 소개로 커피를 알게 됐다. 그 뒤로 커피가 너무 좋아져 이것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다. 바리스타 학원에 다니며 로스팅 등 기본을 다지고, 잘하신다는 분들을 찾아다니며 개인레슨을 받았다.

공부 중 커피에 대해 더 깊게 알고 싶어 미국에서 큐그레이더(품질감별사) 자격증도 땄다. 큐그레이더 시험은 커피를 볶아 향과 맛을 감별하며 일주일 동안 진행되는 것으로 최근에는 많은 분이 도전하지만 당시에는 굉장히 생소한 자격증이었다. 나는 이 일을 하려면 커피의 향미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도전하게 됐다.

프레세르는 2011년부터 지금까지 운영해오고 있는데 처음부터 카페를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원두를 로스팅해 납품하는 것까지만 생각했다. 그런데 굴뚝을 통해 바깥으로 새어나간 커피 향을 맡고 골목을 지나다니던 직장인들이 커피를 찾아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수가 점점 많아지며 신경을 쓰고 싶지 않아도 쓸 수밖에 없게 됐다. 결국 실내 인테리어를 바꾸고 직접 카페까지 운영하게 됐다. 가게이름에도 이러한 역사를 담았다. 초기 추구했던 ‘원두공장’을 아이덴티티로 삼고 신선하다는 뜻의 프랑스말 ‘프레세르(Fraicheur)’를 더했다.

원두를 볶는 이석 대표

◎ 그동안 카페를 운영하며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다면?

- 커피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커피는 생두 종류만 해도 셀 수 없이 많다. 이를 어떤 온도에서 어떤 타이밍에 로스팅 하느냐로도 맛이 바뀐다. 온도와 습도가 많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보관단계부터가 중요하다. 이때 생두가 가진 본연의 맛을 살려 원두를 추출하는 것이 베스트다. 그것을 잘 하려면 생두의 특성을 알고 그에 맞춰 로스팅할 줄 알아야 하고 그래야 커피의 본질을 표현할 수 있다. 커피가 만들어지는 과정 중 생두가 70%를 차지한다. 나머진 로스팅이 20%, 바리스타가 10%를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과 최신 기계가 있어도 생두가 좋지 않으면 커피 맛을 살리기 어렵다.

실제로 좋은 커피는 식어도 맛있다. 온도가 뜨겁든 차갑든 간에 여운이 남아야 좋은 커피다. 이를 애프터 테이스트라고 한다.

커피는 기호식품이라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 나는 개인적으로 에디오피아와 케냐의 커피가 바디감은 조금 약해도 꽃향이 많이 나고 허브계열의 향이 있어 좋다. 콜롬비아나 온두라스쪽 커피는 바디감이 있어 깊고 풍부한 맛을 낸다.

원두를 볶기 전 선별 과정을 거쳐야 하는 생두

◎ 원두공장 프레세르 성공비결은?

-최근 커피가 기호식품이라 쉽게 생각하고 창업을 하시는 분들이 많다. 이는 너무나 안일한 생각이다. 커피는 굉장히 어려운 품목이다. 카페를 운영할 때는 경영학의 가장 기본을 생각하면 된다.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다. 빵이나 음료를 판매해 매출을 늘리는 것은 이해한다. 요즘 트렌드를 보면 거의 필수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커피의 맛이다. 커피에 대한 공부도 없이 카페를 시작하면 커피 맛이 떨어져 금세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본질에 집중해 커피 맛을 올리고 본인만의 길을 만든다면 얼마든지 훌륭한 카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다음이 바리스타다. 직원을 뽑을 때 전문 바리스타들을 대상으로 긴 시간을 들여 면접을 봐왔다. 채용 후에도 이런저런 교육에 보내며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도록 지원했다. 단순한 아르바이트생이 기계로 뽑아낸 커피로는 지속할 수 없다. 직원이 전문가가 되어야 카페도 성공할 수 있다.

직원이 커피 위에 그린 라떼 아트 '장미'

◎ 커피만 바라보고 8년을 지냈는데 앞으로의 8년은 어떻게 보낼 예정인지?

- 여태까지는 지인을 통한 입소문 위주로 오프라인 판매를 해왔다. 지금도 한 달에 500㎏ 정도의 원두를 볶아 20여 곳에 보내고 있다. 이제는 대세를 따라 온라인 판매를 강화해 보려고 한다.

또 이 일을 하면서 기회가 될 때마다 각종 바리스타 대회에 도전하고 있다. 2013년 로스터스 챔피언십에서 7위에 들었고 2015년에는 2위까지 올랐다. 좋은 기회를 찾아 끊임없이 도전하는 삶을 살고 싶다.

원두공장 프레세르 외관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