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안유리나 기자] 다소 잠잠했던 사드보복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타겟 넘버원이었던 롯데는 여전히 사드보복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부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를 제공한 대가로 중국 정부의 표적이 된 롯데그룹의 수난이 1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 사이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났지만 무엇보다 정부에서 사드보복에 대한 해결책 마련에 소극적이면서 롯데의 걱정은 더욱더 커지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중국 정부의 사드보복으로 현재까지 롯데가 입은 피해액은 약 2조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의 중국 관련 사업 매출이 약 6조원, 전체 매출의 10%인 것을 감안하면 그룹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그 씨앗은 2016년 1월 경북 롯데스카힐 성주C.C(성주골프장)를 사드 부지로 정부에 제공하기로 결정하면서부터다. 당시 롯데는 정부의 요구 조건에 따라 사드 부지를 제공하기로 했다. 롯데 신동빈 회장은 중국 눈치보다 한국 정부의 요구조건에 더 귀를 기울였다.

결론만 놓고 보자면 그 일을 계기로 롯데는 중국 정부의 주요 타깃이 됐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3월 현지 롯데 사업장에 대한 각종 세무조사와 안전점검 등을 집중실시한 데 이어 소방법 위반 등의 이유로 중국 롯데마트에 대한 순차적인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롯데 관련 사업에 딴지를 걸어왔다.

현재 슈퍼를 포함한 112개의 중국 롯데마트 점포 중 74곳은 중국 당국의 소방점검 등에 따라 강제 영업정지 상태이며, 13개는 자율휴업 중이다. 나머지 12개 매장도 불매운동에 따라 손님 발길이 끊기며 사실상 휴점 상태다.

사드보복에 대한 여파로 롯데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롯데쇼핑의 지난해 2분기 영업이익은 87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반토막이 났다. 특히 중국 내 롯데마트의 경우 매출이 무려 94.9% 급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롯데마트는 결국 지난해 9월 전면 철수 선언을 하는 등 극단의 조치를 취했다. 이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해왔지만 정부는 방패막 역할을 하기 보다는 방관하는 자세로 일관했다. 이쯤되면 그동안 한국 정부는 상황이 이렇게 악화될 때 까지 뭘하고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드 보복으로 인한 롯데의 위기를 정부는 파악이나 하고 있을지 의문이다.

국가가 자국의 기업들을 보호해주지 못하면 또 다시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어느 기업이 선뜻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까.

관련 업계에서도 정부를 위해 부지를 제공한 롯데의 피해가 너무 심각하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정부가 언제까지 방관만 하고 있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더 이상 사드 보복과 관련 정부가 나서서 풀어야 할 외교적인 숙제를 한 기업의 희생으로 묵인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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