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사업 수직계열화로 글로벌 성장 성공


SK그룹의 석유화학 복합 단지 SK컴플렉스에서 생산되는 석유 제품 가운데, 세계 각국으로 수출되는 비중이 이미 60%가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사업의 성공적인 글로벌화를 발판으로 SK그룹은 지난해 매출이 처음으로 100조원를 넘어, 올해는 그보다 많은 11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년 전에 비하면 10배 이상 성장한 것. 이러한 성장력의 뒤에는 한 발 앞선 생각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최태원 SK회장의 뚝심경영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SK그룹의 석유화학 사업이 그룹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20년 전에 완성된 수직계열화의 결과다.
수직계열화는 SK그룹이 원유에서부터 완제품까지 생산하는 비전을 실천하기 위해 1991년 6월 완성한 경영전략. SK그룹은 당시 SK울산컴플렉스에 제2에틸렌 생산시설 등 모두 9개 공장을 한꺼번에 준공하면서 정유, 석유화학, 필름, 원사, 섬유, 봉제에 이르는 수직계열화를 이뤄 로컬 석유시장에서의 발판을 굳건히 마련했다.

승부는 과감하게

 
최태원 회장은 내수시장에서 만족하지 않고 수직계열화에서 글로벌 플레이어로의 도약 가능성을 찾았다. 수직계열화는 로컬 시장에서는 ‘완성’이지만 글로벌 시장을 감안하면 ‘시작’일 뿐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국내 석유시장은 조만간 포화상태가 되는 레드오션인 만큼 글로벌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때문에 최태원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석유사업에서의 글로벌 비전을 대내외에 제시했다.
10여년 전인 지난 2000년 신년사에서 “국내 시장에서의 성공 경험과 경쟁능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컴퍼니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면서 “기업가치의 획기적 제고를 위한 방법은 글로벌 진출”이라고 강조했으며, SK㈜ 대표이사 회장 취임 이듬해인 1999년 신년사에서도 글로벌로의 변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비전 제시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자원경영을 위한 과감한 투자도 단행했다.
2조원 규모의 울산 제2차 중질유 분해시설(RFCC) 투자, 1억 달러가 넘는 인도네시아 윤활기유 공장 투자, 5000억원이 넘는 페루 LNG 공장 공장 투자 등 국내외 투자가 잇따라 단행되면서 해외 자원생산 및 마케팅 거점이 마련됐다.
특히 자원개발 투자에 의욕적이었던 최 회장은 지난 2005년 자원개발에 1300억원을 투자한 이후 지속적으로 투자를 늘려 2007년 5000억원, 2009년 9000억원을 거쳐 지난해에는 1조3000억원을 투자했다. 자원개발 1조원 투자시대를 연 것이다.
지난해 6월 페루에 준공된 LNG 공장으로 SK그룹의 지분원유 생산량은 4만2000 배럴에서 5만9000배럴로 늘어났다. 2003년 지분원유 생산량인 1만 배럴에 비해 6배나 증가한 것이다.
이 같은 과감한 투자를 통해 SK그룹은 현재 14개국 26개 광구에서 활발한 자원개발을 진행하며 우리나라 국민 전체가 8개월간 사용할 수 있는 5억3000만 배럴의 지분원유를 확보하고 있다. 수직계열화 원년인 1991년의 자원확보량인 5400만 배럴에 비해 10배 가까이 늘어났다.
최 회장의 지속적인 ‘통 큰’ 투자는 로컬 비즈니스일 수밖에 없었던 석유정제사업을 글로벌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끌어 냈다.
해외 자원개발 투자는 자원확보를 통한 해외매출로 이어지고, 석유정제 시설에 대한 투자는 고효율 제품으로 수출경쟁력을 높여나간 것이다.

 

수출 27배 증가, 국내 2위

1991년 수직계열화가 완성됐을 당시의 SK 석유화학사업은 4조원대의 매출에 1조원대의 수출을 기록했다. 1990년대 후반 수년간 10조원대의 매출을 기록한 SK석유화학 사업은 최태원 회장의 강력한 수출드라이브 정책으로 2005년 처음으로 20조원대 매출인 21조9145억원을 기록했다.
수출 역시 2005년도에 10조6888억원을 기록,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섰다. 2005년을 기점으로 수출비중이 50%에 달하는 수출주도형 기업으로 완전히 탈바꿈한 것이다.
지난해 SK 석유화학 사업은 45조8669억원 매출에 27조7208억원 수출을 기록, 수출비중이 60%를 넘어섰다. 수직계열화 원년 대비 매출은 11배, 수출은 27배가 증가하면서 현재는 국내 2위에 해당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SK 울산 콤플렉스에 있는 8개 부두는 석유제품 수출 전진기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곳에는 러시아, 중국, 인도네시아 등 세계 각국으로 석유화학제품을 수출하는 선박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이들 8개 부두는 시간당 4만 배럴, 하루에 96만 배럴의 석유제품을 선적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 출하 기반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수출물량이 밀려있기 때문이다.
이들 8개 부두에서 하루에 30만 배럴이 해외로 수출되고 있다고 한다. 국내 석유 소비량이 200만 배럴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 전체 소비량의 15%가 SK 울산 부두를 통해서 해외로 수출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최태원 회장이 뚝심 있게 추진한 자원개발은 이제 SK그룹의 확실한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았다.
SK그룹의 자원개발 매출은 지난 2007년 3232억원, 2008년 5253억원, 2009년 6358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7830억원을 기록하는 등 고속 성장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자원개발에서만 2778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을 감안하면, 올해 말에는 모두 1조원의 자원개발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SK의 자원개발 영업이익률은 50%가 넘을 만큼 확실한 캐시카우로 역할하고 있다. 지난해 자원개발 매출 7830억원 가운데 영업이익이 4154억원에 달해 영업이익률이 53%에 달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자원개발 영업이익률도 58%(2778억원 매출에 1613억원 영업이익)에 달한다.
최 회장은 올 초 두 번에 걸쳐 중동과 중남미-호주를 잇는 해외 자원경영에 나서는 등 자원개발 사업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그룹의 글로벌 성장을 향한 그의 뚝심경영이 여전히 멈추지 않고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SK그룹은 올해도 최 회장의 지휘 아래 콜롬비아 등 탐사광구에서 시추에 나서고, 생산광구 추가 매입 등에 나서는 등 자원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자원개발과 수출기업으로 대변됐던 SK그룹을 녹색성장 리더로 만들겠다는 새로운 비전이다. 구체적으로 신재생 에너지와 2차 전지 등 신규자원 에너지 개발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LNG 사업에서도 제2의 수직계열화에 나서고 있다.
이만우 SK㈜ 브랜드관리실장은 “최태원 회장은 20년 전 이룬 석유에서 섬유까지의 수직계열화를 발판으로 천연가스, 녹색에너지, 신재생에너지 등 모든 에너지 군에서 수직계열화를 추진해 진정한 에너지 리더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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