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한 인사해임 및 재정 악화에 경영진 믿을 수 없어” vs “병원 운영 전혀 문제 없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여성병원으로 유명한 제일병원의 간호사 50여명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하는 초유사태가 발생해 관련업계 이목이 집중된다. 이는 몇 년간 이어진 재정 악화를 비롯한 무책임한 병원 경영 문제를 인지하던 간호사들이, 결국 부당한 인사 해임건으로 사직을 감행한 것. 노조 측은 "나날이 늘어가는 부채에도 불구하고 헐값에 토지를 매각할 계획인 이사장의 비리의혹과 경영진의 무책임한 행적이 갈등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제일병원 측은 "노조 측의 주장은 터무니없다"면서 "운영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월요신문>은 제일병원을 둘러싼 노사 갈등을 살펴봤다. 

 

<제일병원 홈페이지 이미지 캡처 >

 

노조, 경영진의 무책임한 병원 경영에 신뢰 잃어

여성병원으로 유명한 서울시내 제일의료재단 제일병원의 간호사가 재정 악화와 인사 문제를 비롯한 병원과의 갈등 끝에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5일 기준 사직서 제출인원은 50여명이다. 이 밖에 전체 간호부 소속 450여 명(간호사 300명, 조무사 150명 등) 중 절반 이상인 240여 명이 사직 의향서에 서명했다. 국내 대형병원 간호사들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한 것은 유례없는 사례라는 게 업계의 소견이다.

제일병원 노조 측은 간호사 집단 사직이란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데에는 경영진에 대한 불신을 손꼽았다.

노조 측 주장에 따르면 무책임한 병원경영, 급증한 원내 부채, 이사장단의 무리한 인사행정 등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한 배경이라는 것. 

특히 그 중에서 '인사행정'을 문제 삼았다. 제일병원 노조 간부는 "2017년 인사발령을 받은 임모 간호부장이 1년도 채 되지 않아 보직에서 해임됐다"면서 "임 전 간호부장의 해임은 이사회의에서 '쓴소리'를 한 탓에 윗선의 미움을 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임 전 간호부장은 해임 통보를 받은 그 날 하루 아침에 해임당했다"며 "올바른 것에 대한 협조를 바랐을 뿐인데 병원 측은 설득도 않고 무시할 뿐이다. 새로 임명된 간호부장도 현재 재직중인 인물이 아닌 2017년 이미 퇴직한 후 퇴직금과 위로금까지 받았던 인물이다. 이를 부당하다고 느낀 다수의 간호사들이 집단 사직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노조 측은 궁극적으로 직원들과 경영진 사이에 신뢰가 깨졌다고 말했다. 

현재 제일병원은 5년째 적자상태로 2016년부터 경영난에 빠져 있다. 이를 놓고 지난해 6월 임금단체협약을 통해 간호사·의료기사·행정직 직원들은 연봉의 약 15%를 반납하고, 추후 병원경영이 흑자로 전환됐을 때 이를 돌려받기로 합의했다. 이후 병원 측에서 이를 납득하지 못하는 직원들로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고, 퇴직하지 않은 직원들은 이사회의 투명경영과 재정건전화를 약속 받고 합의했다.

그러나 이사회는 이후로도 계속 적자를 냈고, 재정건전화 대신 엉뚱한 신관 신축공사를 택했다는게 노조 측 주장이다.

결정적으로 현 이재곤 이사장이 기본 재산인 토지를 자신의 친동생에게 시세보다 싼 가격에 매각하는 결의를 함에 따라 노사 갈등은 더욱더 깊어졌다. 

노조 관계자는 "문제의 토지매매는 2007년 쓰여진 계약서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재단은 그해 12월 해당 토지를 현 이재곤 이사장이 운영하는 부동산 개발업체 ‘동삼기업’에서 사들일 때, 계약서에 ‘환매 특약’ 조항을 끼워넣었다. 계약서에는 ‘향후 재단이 동삼기업에 매매 당시와 똑같은 가격으로 고스란히 되팔아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 측에 따르면 당시 무리한 매각에 반발했지만, 병원 측에서 '환매 특약' 조항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일축했다. 문제는 후에 그 '환매 특약' 조항만 빠진 똑같은 계약서를 한장 더 발견한 것이다.

이에 그는 "10년 전 가격 그대로 되파는 것이 말이 되냐”며 “환매 특약 때문에 매각하는 거라면, 그 조항이 없는 계약서는 무엇이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러한 여러 가지 갈등 끝에 일부 간호사들은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대부분 연차가 높고 경력이 풍부한 간호사들로 알려져 있다. 

제일병원 파견직원은 "이같은 소식이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간호사의 질도 상당히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는 곧 환자의 진료 서비스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겠냐"고 말했다. 

병원 측 “말도 안 되는 소리” 운영에 문제 없어...

이같은 노조의 주장에 대해 제일병원은 억측이라고 답했다. 

병원 측 한 관계자는 노조에서 부당함을 토로한 임 전 간호부장 해임건에 대해 "인사행정에 문제가 없다"며 "인사권은 전적으로 경영진의 권한이다. 간호 부장 임명 문제는 역량강화 목적일 뿐이다. 현 간호 부장이 최적정 인물이기에 임명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토지 매각건의 두 장의 계약서에 대해 그는 “신고용으로 간결한 계약서를 한 장을 더 만든 것 뿐”이며,  “이에 반박하는 근거 자료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환자가 아닌 노조와 경영진의 갈등인 만큼 노조와 최선을 다해 합의할 것”이며 “환자의 안위는 전혀 문제될 것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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