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맛이 있다, 없다가 아니라 맛이 다르다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김종윤 (주)지니컴퍼니, 카페 마로네 대표이사
커피 관련 여러 업무 중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커피 강연을 하는 것은 나의 경험을 그들과 공유할 수 있고, 대중들의 의견과 반응을 볼 수 있어 내가 매우 좋아하는 일들 중 하나다. 커피 강연을 할 때면 도입부분에서 수강생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가 무엇이냐고 물어보곤 한다. 그러면 여기저기서 블루마운틴, 모카, 하와이코나, 케냐, 예가체프 등 커피 종류의 이름이 대답으로 나온다.

질문에 대한 강사의 답은 아주 간단하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는 바로 자기 입맛에 맞는 커피이다. 다시 말하자면 커피는 기호식품인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스페샬 커피도 마시는 음용자의 선호도, 상태에 따라 상반된 평가가 나올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므로 커피가 맛이 있다, 없다라는 평가보다는 맛이 다르다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

1994년 마케팅시장 조사차 지방출장을 간 적이 있는데 커피 맛에 관련된 일화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경상북도지역 대리점 및 2차 거래선 다방(그 당시 지방은 다방에서 차 배달이 일일매상 절반이상을 차지할 때였다)을 방문했을 때 일어난 일이다. 그때 지방에서는 원두커피를 추출해 배달을 하던 시기였다. 본사에서 커피전문가가 방문했다 하니 수석 바리스타(물론 그 당시에는 바리스타라는 개념이 있기 전이었기 때문에 주방장이라는 호칭을 사용할 때였다)가 심혈을 기울여 드립식으로 커피 한 잔을 가져와 음용하게 되었는데 묘한 향과 맛이 나는 커피였다. 짭짤한 맛이 너무 강해 혹시 커피를 내릴 때 소금을 집어넣었느냐고 물었더니 전임자에게 원두커피를 계량하고 소금을 티스푼으로 한 개 정도 첨가해서 추출하는 것으로 배웠다고 하면서 말끝을 흐렸다.

과거 국내에 커피회사가 생기기 전 원두커피가 미군PX를 통해 불법유통 된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커피는 묵은, 오래된 커피라 뜬내가 많았다. 그래서 그것을 없애기 위해 소금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었다. 아마 그 다방의 전임 바리스타는 그것을 생각하고 소금을 넣는 방법을 전수 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지금은 신선한 원두커피가 유통되니 소금을 첨가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하고 바로 소금을 빼고 커피를 추출하여 장사를 하도록 조언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에 발생했다. 소금을 뺀 커피를 배달했는데 배달 나간 즉시 100% 반품이 들어 온 것이다.

반품사유는 간단하다. 커피가 싱거워서 맛이 없다는 것이다. 늘 소금이 들어 간 커피를 먹고 생활하니 어느덧 소금 커피는 그 지역 소비자들의 선호하는 맛의 기준이 되어 버린 것이다. 원두커피 맛에 관한 웃지 못 할 해프닝으로 기억되는 일이다.

두 번째 일화는 옥수수 커피에 관련된 것이다. 전라남도 대리점들이 타 지역에 비해 커피분쇄기 고장률 및 지원요청이 월등히 높아 시장조사차 방문 한 적이 있었는데 세 군데 대리점을 점검한 결과 커피 분쇄기 고장 원인을 찾았다. 대리점별로 자체브랜딩을 하여 분쇄, 포장하는 작업과정에 딱딱한 옥수수를 넣고 분쇄했기 때문인데 그 옥수수알이 분쇄기 날사이에 끼여 고장에 이르게 된 것이었다. 커피 분쇄 과정에 옥수수를 넣은 이유를 물어보니 커피에 고소한 맛을 더하기 위해서라는 어이없는 대답이 나왔다. 이곳 또한 그 후 옥수수를 빼고 커피를 분쇄, 추출한 결과 경상도의 사례처럼 바로 반품이 들어오게 되었다.

위의 두 가지 일화를 통해서 알 수 있는 점은 커피는 절대적인 기호식품이기 때문에 맛이 있다, 없다가 아니라 단지 그 맛이 다를 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커피전문점의 그 무수한 커피메뉴 속에서 자신이 좋아하고 익숙한 커피를 선택해서 마시게 된다.

그래도 하루쯤은 그동안 마셔보지 못한 색다른 커피의 맛에 도전해 보는 용기를 내보면 어떨까?

글 : 김종윤 (주) 지니컴퍼니, 카페 마로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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