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삼성증권 내부통제 등 고강도 현장검사…위법발견땐 중징계
구성훈 사장 안일한 대응태도 논란, 잇단 악재로 핵심사업 ‘먹구름’

삼성증권이 지난 6일 배당사고로 내부통제 허점을 드러내면서 금융감독원의 고강도 현장검사를 받는다.<사진=뉴시스>

[월요신문=임민희 기자] 삼성증권이 전례없는 초대형 배당사고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번 사태가 단순히 한 직원의 입력실수를 넘어 허술한 내부통제 시스템과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 문제, 유령주식 매도에 따른 주가급락으로 ‘주가조작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어 구성훈 삼성증권 사장 등 관련임직원에 대한 금융당국의 중징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이번 금융사고 여파로 삼성증권이 공들여 온 초대형 투자은행(IB) 사업도 제동이 걸렸다. 실질적 대주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순실 뇌물사건’으로 구속됐다가 지난 2월 석방되면서 삼성증권은 금융당국에 발행어음 등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아낼 계획이었지만 금번 배당사고로 연내 사업추진은 물건너갔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날 구성훈 삼성증권 대표와 면담을 갖고 철저한 사고수습과 투자자 피해보상 기준 및 절차를 마련토록 지시했다. 금감원은 이와 별도로 삼성증권의 매도주식 결제가 진행되는 9~10일 특별점검을 실시하고 11일부터 19일까지 삼성증권에 대한 고강도 현장검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이번 조사에서 삼성증권의 내부통제 및 관리시스템 운영실태와 사고수습 과정 및 후속조치, 피해자 보상대책 등을 집중 살펴볼 예정이다. 검사과정에서 위법사항이 확인될 경우 기관(삼성증권)과 임직원을 법규에 따라 엄중 징계할 방침이다.

삼성증권은 지난 6일 우리사주 배당금을 입금하는 과정에서 직원의 실수로 주당 1000원 대신 1000주를 입금하는 대형사고를 냈다. 당초 2000명의 직원에게 28억원의 현금배당이 나가야 하지만 이날 사고로 무려 112조 6000억원이 입금됐다. 삼성증권 주가총액 3조 4000억원보다 33배 많은 규모다.

배당 담당 직원이 입력실수를 한 시점은 5일이지만 어느 누구도 이를 바로잡지 못했고 6일 오전 뒤늦게 입력 오류사실을 안 후에도 바로잡기까지 37분이나 소요돼 대응체계에 허점을 드러냈다.

특히 삼성증권 직원 16명은 회사의 매도금지 요청에도 잘못 입금된 유령주식 501만주를 팔았고 그 여파로 한때 주가가 장중 11% 넘게 급락해 투자자 6만명이 큰 손실을 입었다. 삼성증권은 이들 직원을 9일 대기발령을 내고 내부 문책절차를 진행 중이다.

삼성증권의 안일한 대응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삼성증권은 배당사고와 관련해 홈페이지에 두차례 ‘대고객 공지문’을 올렸을 뿐 공식사과는 하지 않았다. 구성훈 사장이 지난 8일 사과문을 통해 피해보상과 관련자 문책, 주식거래 시스템 개선을 약속했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과 금융계는 삼성증권 배당사고에 대한 날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9일 국회에서 열린 당최고위원회의에서 “단순히 공매도가 아닌 유가증권 주가조작 사건인 만큼 이번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해 온 관행인지 제대로 조사해야 한다”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관련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에서 “담당직원 실수는 그렇다 치더라도 전산 시스템에 존재하지도 않는 주식이 무제한 발행될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이 발견된 것은 가히 충격적”이라고 탄식했다.

삼성증권은 최근 거듭된 악재로 회사 신뢰도 추락은 물론 사업추진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삼성증권은 지난해말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를 대상으로 한 IB사업자로 선정됐지만 대주주 결격 사유로 금융당국의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지 못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2심 재판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는데다 이번에 초대형 금융사고까지 터지면서 IB사업 인가는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장의 불신을 반영하듯 9일 삼성증권 주가는 전일 종가대비 1150원(-3.0%) 하락한 3만7200원을 기록했다.

앞서 검찰과 금감원 검사에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 1229개 중 918개가 삼성증권에 개설된 것으로 드러나 삼성증권은 이건희 회장의 차명재산 관리를 위한 충실한 ‘사금고’ 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사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증권 주가급락 사태를 계기로 공매도 폐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삼성증권 시스템 규제와 공매도 금지’ 청원글이 지난 6일 게재된 후 현재까지 18만7000여명이 동의했다.

금융정의연대는 논평을 통해 “이번 삼성증권 사태는 발행주식 수를 초과한 유령주식의 입고와 매매가 가능한 주식거래시스템의 부실, 일부 직원의 모럴해저드가 부른 참사”라며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주식부터 매도하는 소위 ‘무차입 공매도’는 명백한 불법임에도 시스템상 무차입 공매도가 가능하다는 것이 드러난 만큼 현 공매도 규제의 유효성에 대한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공매도 폐지 요구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사안은 상장 증권사의 배당지급 관련 시스템상의 오류로 공매도 제도와 바로 연결짓기는 곤란하다”고 난색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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