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석 (원두공장 프레세르 대표)>

[월요신문=인터넷팀 ] 커피도 하나의 음식이자 기호식품이다. 이왕 마실거면 조금이라도 알고 마시는게 더 낫지 않을까? 보통 ‘커피는 쓰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인 대부분이다. 1999년에 이대 앞에 스타벅스 1호점이 오픈한 이래, 커피에는 신맛, 단맛, 쓴맛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커피에는 쓴맛만 있는 걸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생두를 어떻게 로스팅 하느냐에 따라 커피의 맛이 천차만별이다. 라이트 로스팅을 할수록 신맛이 강해지고 쓴맛은 줄어들고, 다크 로스팅을 할수록 신맛이 약해지고 쓴맛이 강해진다. 사람들의 입맛은 다 다르기 때문에 뭐가 맞다고는 할 수 없지만, 예전에는 다크 로스팅이 주류였다면 요즈음은 라이트 혹은 미디엄 로스팅이 대세인 듯 하다.

물론 로스팅 업체마다 닫 다르겠지만 말이다. 각자 입맛에 맞게 로스팅 해서 즐기는게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누구에게 강요할 필요도 없고 내가 좋아하는 맛을 찾아 그냥 맛있게 즐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또한 커피 맛은 주관적이라 어떤 맛이 맞고 어떤 맛이 틀리다 라는 것은 없다. 같은 커피를 마셔도 이야기해보면 각자 느끼는 소감이 다 다른다. 어떤 사람은 신맛에 예민하고 어떤 사람은 단맛에 예민하다. 어떤 사람은 플로럴 향이 난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허브향이 난다고 한다. 느끼는 감각은 그동안의 경험 즉, 무엇을 먹으며 살아왔는가에 대한 환경적인 영향에 많이 좌우되기 때문에 각자 느끼는 향과 맛이 다 다른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주로 사과, 배, 딸기, 참외, 복숭아 같은 과일을 주로 먹으며 자랐는데 유럽사람들이 자주 먹는 베리류 (블루베리/크랜베리/라즈베리 등)의 향과 맛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을까… 가장 좋아하는 커피는 무엇인가요? 라는 질문을 많이 받게 되는데 사실 답을 하기 쉽지않은 질문이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커피 맛의 특성이 다 달라서 뭐가 제일 좋으냐는 질문을 답하기는 어렵다. 어떤 사람은 가장 맛있는 커피가 아침에 일어나서 처음 내려마시는 커피라고 한 걸 본 적이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사실 커피를 마시는 순간의 자신의 컨디션 등도 커피를 맛있게 마시느냐 맛없게 마시느냐 결정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커피를 정말 마시고 싶을 때 마시는 것과 별로 마시고 싶지 않은데 모임같은 데서 할 수 없이 마시는 경우에 어떤 상황이 더 맛있게 마실까 쉽게 판단된다. 커피를 마실 때는 우선, 마시기 전 향을 한번 맡아보고, 한 모금을 마시고 무슨 맛이 나는지 혀에 집중해 느껴보기를 권한다.

즉, 혀에서 느껴지는 커피의 맛과 혀가 받는 무게감 즉, 바디감이라고 하는데, 을 느껴보고 삼킨 후 입안에 남아있는 여운 (‘애프터 테이스트’ 라고 한다)이 어떤 지, 즉, 여운이 짦은 지 긴 지, 혀가 떫지는 않은 지, 촉감은 어떤 지 등을 느껴보면 좋다. 처음에는 이러한 것들을 다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커핑으로 자주 훈련하다 보면 익숙해져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게 된다. 커핑이나 로스팅이나 많이 마셔보고 표현해본 사람이 잘할 수 밖에 없다. 특정 커피가 좋다고 그것만 고집하지 말고 다양한 커피를 마셔 보길 권한다.

같은 커피라도 라이트하게 볶은 커피와 다크하게 볶은 커피, 중간정도로 볶은 커피를 마셔보는 것도 향미 인지에 도움이 된다. 그러다 보면 자기가 좋아하는 맛을 발견하게 된다. 어차피 커피에는 천 여가지 향이 있어서 사람의 후각, 미각으로는 다 알 수가 없다. 마시는 동안은 최대한 혀에 집중해서 그 느낌을 지주 표현하도록 노력하는 수 밖에. 처음에는 잘 느껴지지 않고 표현이 안된다고 실망할 필요 없다. 꾸준히 마시며 느낀 모든 맛과 향을 노트에 적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칼럼제공 :이  석 (원두공장 프레세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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