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양천구청 소통실에서 지난 3월 6일 개최된 유니세프아동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생각마당 포럼에서 서대원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이 발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제공>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아동 구호 기구인 유니세프 한국위원회가 지난 2013년 류종수 전 사무총장이 기부금 횡령으로 퇴임한 것에 이어, 지난 해 서대원 전 사무총장의 비용 과잉·성희롱 의혹으로 화제다. 연이은 사무총장의 각종 비리 의혹에 후원자들은 "믿을 곳이 없네. 왜 다른 사람의 소중한 지원을 허무하게 사용하는지"라며 유니세프 후원에 등돌리는 입장이다. 

유니세프는 '차별없는 구호의 정신'을 외치는 국제 아동 구호 기구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1994년 한국이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바뀌면서 출범한 사단법인으로 후원회원만 40만 명 규모로 알려져 있다.

주로 개발도상국 어린이들을 돕는 유니세프 본부는 2016년 기준 모금액으로 1천 4백억 원 가량을 모았다. 유니세프 국가위원회가 운영되는 중인 30여 개 선진국 중 3위를 차지했다. 

지난 2016년 12월에는 이동욱·김지원·유연석·이광수 등 유명 연예인이 유니세프의 캠페인에 참가한 만큼, 그 규모나 명성을 인정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수 만명의 후원자와 억 대의 후원금으로 '차별없는 구호의 정신'을 아무리 외쳐도 실상은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명성에 금이 가고 있다는 평가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에서 연이은 사무총장 비리 의혹이 제기된 것.

임기 1년도 안 돼 '기부금 횡령'

지난 2013년 8월 류종수 전 사무총장이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이 한 민간단체로부터 받은 기부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해 해임된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류 전 사무총장은 뉴욕 행사에 운영비가 필요하다며 한 민간단체장에게 후원금을 요구했고 이를 한국위원회 후원계좌가 아닌 다른 차명계좌를 통해 받아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 전 사무총장은 한국위원회 출범 이래  2012년 4월 공개채용으로 처음 맞은 사무총장으로 화제가 됐다.

한국위원회의 첫 외부 출신 사무총장이 임기를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도덕적 문제로 해임된 사실이 알려지자 후원자들은 “한국위원회의 신뢰성이 의심된다”며 한 차례 동요한 바 있다.

'과잉 비용 소비'에다 '성희롱' 의혹까지...

문제는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의 비리 의혹이 이에 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해 서대원 전 사무총장의 과잉 비용 처리와 성희롱 의혹이 여전히 화제다.

서 전 사무총장이 해외출장 시 가장 저렴한 비즈니스 항공편보다 두 배 이상 비싼 비즈니스 항공권을 구매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2015년 미국 보스턴에서 유니세프 국가위원회 연차총회에 참석하게 된 서 총장이 인천에서 보스턴으로 향하는 항공편 가운데 2백여만 원으로 가장 저렴한 아메리칸항공 보다 두 배 이상 비싼 6백여만 원짜리 대한항공을 고집했다는 전언이다.

유니세프는 TV캠페인에서 '한 달에 3만원이면 말리와 같은 어린이 29명에게 영양실조 치료식을 전해 줄 수 있습니다'란 슬로건을 내건 바 있다.

유니세프의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한달에 3만원 정기후원은 의료 시설이 없는 빈곤지역 의료센터가 되어 어린이들에게 필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라며 적은 금액 역시 '소중한' 후원임을 강조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소중한' 후원금을 올바른 곳에 쓰지 않고 개인의 비용으로 과잉된 소비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후원 기반 아동 구호단체 책임자로서 적절한 행위가 아니라는 것. 

이같은 논란에 대해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홍보국에서는 "2015년 9월 보스톤에서 열린 유니세프국가위원회 연차총회 출장 계획 중 뉴욕에 있는 유니세프 미국위원회 방문 일정이 추가됐다"며 "기존 일정에서는 비용이 저렴한 항공 노선이 있었으나 뉴욕 일정을 추가했을 시에 일정에 맞는 항공권은 대한항공뿐이었다"고 해명했다.

서 전 사무총장의 비리 의혹은 이 뿐만이 아니다.

서 전 사무총장은 2016년 8월 당시 총장실 비서였던 한 직원을 성희롱한 혐의로 2016년 12월 고발된 바 있다.

지난 달 27일 고용노동부 측에서는 서 전 사무총장의 직장 내 성희롱 정황을 인정했고,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서 전 사무총장 측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바로 일주일 후인 지난 3일 공개적인 행사로서가 아닌, 비공개로 조용히 명예 퇴임식을 치뤘다.

이와관련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홍보국에서는 "서 전 사무총장의 퇴임은 성희롱 의혹을 비롯한 각종 논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3년 임기를 채운 원칙대로의 퇴임이다"라며 "고용노동부의 위 조사 결과 및 처분에 대해 법적 절차에 따라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 답했다. 

후원자, 유니세프에 신뢰를 잃어...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의 잇다른 비리 의혹에, 후원자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일각에서는 기부 문화가 정착 되지 않은 한국에서, 특히나 '어금니 아빠' 사건으로 기부 문화가 많이 위축돼 있는 상황임을 안타까워하며 그럼에도 나눔을 실천하는 기부자들을 생각하지 않고 개인적 이득만을 챙기는 유니세프를 비난했다.

또한 "이렇게 운영하면서 어린아이들 위해 기부하라고 광고 내보내고 있었군...너무 한다. 어린아이들 위해 돈 쓰고 이코노믹타고 다니면 안되나?", "유니세프 후원하고 있는데....다른쪽으로 후원을 알아봐야겠네요,,,,참....", "후원자였는데 오늘 중단했습니다. 최근에 사건과 관련해 신뢰가 깨졌다", "NGO가 아니라 그냥 기업이네요. 브랜드 이미지, 아이들 얼굴 팔아먹으며 사는 단체... 실망스럽습니다." 라는 반응을 보이며 "앞으로 유니세프에 내돈이 후원금으로 들어갈일은 없을거같다."라고 후원을 꺼리는 후원자들이 속출했다.

이에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홍보국에서는 "유니세프한국위원회는 후원자의 신뢰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인도주의 단체로, 미디어를 동원 하여 왜곡된 사실로 부정여론을 확산하는 해고자 및 언론사의 무책임한 일방적 보도로 인해, 물심앙면으로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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