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정계출신 금감원장 사임에 관료출신 후보군 떠올라
문 대통령 외부인사 발탁가능성…윤석헌·주진형 하마평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중앙선관위 위법 발표 직후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17일 청와대가 사표를 수리하면서 김 전 금감원장은 취임한지 2주만에 낙마한 최단기 금감원장이란 불명예를 안게 됐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홍보영 기자] 금융감독원장의 잇따른 사임으로 문재인 정부의 금융개혁에 차질이 빚어졌다. 지난달 13일 취임 6개월 만에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사퇴한데 이어 김기식 금감원장도 이주 만에 물러나며 최단기 금감원장이란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은행권 채용비리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던 상황인데다 지난 6일 발생한 삼성증권 배당입력 사고와 관련한 현장조사 및 징계절차 등을 앞두고 있던 터라 조속한 차기 금감원장 선임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최흥식 전 금감원장의 낙마 이후 ‘재벌 저격수’라고 불린 김기식 금감원장이 구원투수로 나서면서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 채용비리 의혹으로 얼룩진 은행권과 시스템 허점와 부도덕함을 동시에 드러낸 삼성증권 사태 등이 새 국면을 맞이하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 2013년 KEB하나은행 채용청탁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난 최 전 금감원장에 이어 김 전 금감원장도 ‘셀프기부’, ‘외유성 출장’이라는 과거 행보가 논란을 일으키며 결국 사퇴에 이르렀다. 김 전 금감원장은 정책을 본격적으로 펼쳐보기도 전에 과거 경력에 발목이 붙잡힌 셈이다.

두명의 금감원장의 과거 경력이 차례로 문제시되면서 차기 원장 인선에 대한 청와대의 고민이 깊어졌다. 일각에서는 민간 출신에 이어 정치인 출신 금감원장도 낙마하면서 다시 관료출신 영입으로 선회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금감원이 공식 출범한 1999년 이후 역대 금감원장의 내력을 살펴보면 대다수가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원회 등 정통 관료 출신이었다. 경제부총리를 지낸 이헌재 초대 금감원장부터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윤증현 전 금감원장,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 원장직을 수행한 진웅섭 전 금감원장까지 금감원 수장자리는 경제 관료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금융 전문가들은 관련출신 인사의 경우 내부검증이 된데다 전문가적 소양도 뛰어나지만 금융 개혁에 소극적이라는 점은 약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문 대통령이 금융개혁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만큼 강성의 외부전문가가 차기 금감원장으로 발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차기 금감원장 인선에 대한 문 대통령의 생각은 최근 발언에서 엿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김기식 금감원장 인사 논란 관련 입장’에서 “관료 출신을 임명하는 것은 논란을 피하는 무난한 선택”이라며 “과감한 선택일수록 비판과 저항이 두렵지만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줘야 한다는 욕심이 생긴다”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업계에서는 다양한 민간·관료 출신들의 이름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민간에서는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인 윤석헌 서울대 객원교수, 주진형 전 한화증권 사장, 심인숙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관료 출신으로는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유광열 금감원 수석부원장, 정은보 전 금융위 부위원장,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 김주현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 등이 금감원장 후보군으로 꼽힌다.

현재 금감원은 차기 금감원장 인선과 관련해 금융위원회와 청와대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금감원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감원장 선임과 관련해 아직 공식적인 지침이 내려온 상황은 아니지만 물밑작업에 한창일 것”이라며 “차기 금감원장 후보에 대한 검증절차도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는 27일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 등 초대형 외교현안을 앞둔 데다 6월 지방선거도 예정돼 있어 당분간 금감원 수석부원장인 유광열 원장 대행체제를 유지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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