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에서 시작된 한국판 미투 운동이 전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지난달 7일 오전 서울 도심의 한 공사장 외벽에 미투 운동(# Me Too)을 의미하는 그라피티(graffiti)가 그려져 있다. /뉴시스 제공>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검찰 내 성추행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가 SBS 교양프로그램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 출연해 "제가 검사 생활을 15년 했다. 이 일로 8년을 고통 받았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절반 정도 되는 시간을 고통 속에서 살았었다"며, "법무부나 검찰에서 이 일이 있고나서 제 업무 실적이나 인간 관계에 대해 많은 음해들을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김어준이 “성추행 사실을 세상에 알리기까지 총 8년. 그 동안 왜 침묵했나?”라고 묻자, 서지현 검사는 “처음에는 검사장에게 이야기해 사과를 받아주겠다고 했다. 그 말을 믿었다. 그런데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에 김어준은 “왜 법적인 부분이 아니라 사회적 고발을 택했나”라고 질문했다. 서지현 검사는 “사회적 고발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었다. 검찰 내의 권력자가 저지른 것이기 때문에 다들 아무런 방법이 없다고 했다“며, “나의 성추행 사건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다들 불이익이 있진 않을까 불안해했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서지현 검사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입을 뗐다.

서지현 검사는 “직접 내가 피해를 입었음에도 8년 동안 무엇을 잘못했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닌지에 대한 자책이 컸다”고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라며 ”그것을 깨닫는 데 8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어 “2010년 10월경 장례식장에 참석했고 모 검찰 간부가 동석했다“며 그 때의 상황을 설명했다. 서지현 검사는 “나는 옆자리에 앉게 됐다. 시간 오래 지났지만 떠올리기 힘든 기억”이라며 “그 간부가 옆자리에 앉아 허리를 감싸 안고 엉덩이를 쓰다듬는 행위를 상당 시간 동안 했다. 그 간부는 법무부에 근무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서지현 검사는 검찰 내의 성추행을 폭로하면서 국내에 ‘미투’ 바람을 일으킨 바 있다. 이후 미투운동은 검찰은 물론 연예계, 문화계, 정치계 등 각계각층에 퍼졌다.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하고 이후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안태근 전 검사장는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면서 다음주 내 재판에 넘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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