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지현호 기자] 정부가 건설사의 분양대행을 금지하고 나섰다. '건설업 등록사업자'가 아니면 분양대행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법 취지는 건설사가 직접 분양하도록 책임을 강화해 분양시장의 왜곡된 현상(무등록 대행사의 비위)을 막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분양시장 단속 강화 과정에서 무등록 분양대행사의 비위가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했다"며 "당첨자가 바뀐다든지,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현상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무등록 분양대행사에 대한 제재 자체는 환영할 일이다. 분양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들 역시 "최근 분양호황으로 분양대행사가 난립했다"며 "청약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일련의 제재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가 무등록 분양대행사에 대한 단속 방침을 갑작스럽게 통보, 분양시장에 혼란을 초래했다는 점이다.

건설업 면허를 취득하고 있는 분양대행사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시행사업을 영위하는 MDM, 신영 등 대형 분양대행사를 제외하면 건설업 면허를 지니고 있는 분양대행사는 거의 없다.

분양 업계에 10여년을 몸담아온 이들조차 건설업 등록사업자가 아니면 분양대행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몰랐을 정도다.

갑작스러운 규제 소식에 이달 분양시장은 대혼란에 빠졌다. 당장 5월 2주 차 분양을 준비하고 있던 곳들은 모델하우스 오픈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달 분양 일정을 미루는 사업지가 속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달에는 지방선거도 있어 분양일정을 두고 업계의 고민이 깊다.

시행사-시공사-분양대행사-홍보/광고대행사 등으로 구성된 분양관련 업종에서 분양대행사가 빠질 경우 이를 대체할 방법이 없어서다. 건설사가 직접 분양에 나서면 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지만, 그동안 분양대행사가 맡아온 업무를 당장에 건설사가 이어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법 취지와 어긋난 형태로 시장은 움직이고 있다. 건설사가 직접 분양에 나서 청약 업무에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닌 기존 분양대행사가 건설업 면허를 취득하는 것으로 법망을 피해갈 수 있어서다. 이미 대형 업체들은 건설기술자 확보에 나서고 있다. 중소형 대행사도 마찬가지다.

한 분양 관계자는 "현장에서 은퇴한 고령의 건설기술자를 중심으로 채용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상 이들이 맞을 업무도 없어 형식적으로 면허만 빌려 쓰는 형태가 될수 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만약 정부가 해당 법에 대해 적극적으로 업계에 알리고 계도 기간을 제공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법 취지에 맞춰 건설사들이 적절한 대응을 펼칠 시간을 줬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수 있다. 분양시장에 불필요한 혼란을 야기해 애꿎은 예비청약자의 피해룰 부르는 일도 없었으리라. 무등록 분양대행의 비위를 막는 합당한 규제조차, 일방적인 적용은 시장의 불만과 꼼수를 부른다는 것을 정부는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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