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표=경찰청.

[월요신문=장혜원 기자] 경찰청 조사 결과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지난해 2470억원으로 최근 5년새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국민 인식과 달리 실제 주된 피해자는 60대 이상 여성이 아닌 40·50대 남성과 20·30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은 최근 ‘보이스피싱 피해현황’ 분석결과(올해 1~4월), 4개월 동안 모두 1만1196건, 1184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56.1%, 64.7%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 규모는 크게 늘어나 2016년(1만7040건, 1468억원) 대비 발생건수는 42.4%, 피해액은 68.3% 늘었다.

2014년에는 2만2205건으로 정점에 달했다가 경찰의 집중단속 등으로 2015년 1만8549건, 2016년 1만7040건으로 감소해오다 2017년 2만4259건으로 다시 크게 증가했다.

피해액 역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2013년 1429억원, 2014년 1887억원, 2015년 2040억원으로 해마다 증가추세를 보이다 2016년 1468억원으로 급감했다가 지난해 2470억원으로 다시 급증했다. 

피해 유형별로는 금융기관을 사칭해 대환대출(고금리→저금리), 신용등급 상향, 보험료, 공증료 납부 등 대출에 필요하다며 선입금을 요구하는 ‘대출사기형’의 비중이 컸다.

사칭대상은 캐피탈(33.3%, 3,017건), 시중은행(28.2%, 2,555건), 저축은행(21%, 1,901건), 특수은행(9%, 819건), 대부업체(3%, 269건) 등의 순으로 많았고, 수법으로는 이용 중인 금리보다 싼 금리로 대출해 주겠다는 '대환대출'(66%)이 많았다. 피해자는 40·50대 남성이 전체 37%로 가장 많았다.

경찰 관계자는 “대환대출 수법은 고금리 추가대출을 받아 범행계좌로 상환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피해규모가 건당 평균 1100만원으로 큰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경찰과 검찰, 금융감독원 등을 사칭해 범죄에 연루됐다거나 보호조치가 필요하다며 돈을 요구하는 ‘기관사칭형’ 피해도 많았다.

검사(검찰)를 사칭한 범행으로 인한 피해사례는 1590건으로 전체 기관사칭형 2130건 중 과반 이상(74.6%)을 차지했다.

기관사칭 사기 피해자는 10명 중 7명이 20·30대 여성이었다. 주로 피해금을 사기범이 알려준 계좌로 이체(50%)하거나 금감원 직원 등을 사칭한 범인에게 직접 건네는 사례(42.%)가 많았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피해가 증가하는 이유로 법죄수법의 진화, 경각심 둔화, 인식과 현실의 차이를 꼽았다.

최근 금감원 직원 등의 신분을 사칭해 피해자와 직접 만나 편취하는 수법(대면편취),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바꿔준다며 기존 대출금 상환 등을 빌미로 고액을 편취하는 수법이 증가하는 등 범죄 수법이 다양해졌고, 스스로 보이스피싱에 대해 ‘잘 알고 있다’거나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경각심이 점점 둔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실제 보이스피싱 피해가 집중되는 40·50대 남성과 20·30대 여성이 주된 피해자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점도 원인으로 꼽혔다.

경찰청이 '보이스피싱에 대한 국민 인식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대상 1000명, 올해 3월 19일~30일)에 따르면 과반 이상이 보이스피싱의 주된 피해자는 60대 이상 여성이라고 인식(54%)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40·50대 남성(31%)과 20·30대 여성(23.6%)이 가장 많았다. 반면 60대 이상 여성 비율은 3.8%에 불과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보이스피싱은 특정한 성별·연령층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피해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기관을 사칭하며 현금인출, 계좌이체를 요구한다거나 금융기관이라며 선입금을 요구하는 전화는 무조건 보이스피싱을 의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청은 향후 보이스피싱 사기범에 대해 강력히 단속하는 한편 금감원 등 유관기관과 긴밀한 협조로 피해를 줄여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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