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업체 두레비즈 직원 정규직 전환 방식 놓고 파열음
노조 “무늬만 정규직, 임금착취로 번 돈 산은직원들 배당 지급”

산업은행의 두레비즈 용역직원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공공운수노동조합 서경지부 산업은행분회 노조원들이 자회사 전환 강행에 반발해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월요신문=임민희 기자] KDB산업은행이 용역업체인 두레비즈 직원 정규직 전환과 관련 ‘자회사 전환(편입)’ 강행 의혹과 용역직원들에 대한 임금착취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산은은 직접고용 보다는 자회사를 신설해 두레비즈 직원들을 편입(고용승계)하는 방식을 추진 중이지만 용역직원들은 무늬만 정규직일뿐 간접고용을 지속하기 위한 ‘꼼수’라며 강하게 맞서는 상황이다.

특히 산은이 직접고용을 피하기 위해 정년 60세, 임금피크제 적용 등 불리한 조건을 내세워 자회사 전환 방식이 유리한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정규직 전환 협의기구도 사측에 유리한 인사들로 구성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두레비즈 용역직원 520여명에 대한 정규직 전환 협의기구를 구성하고 신설 자회사 편입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정규직 전환 협의회는 사측 대표(산업은행 관계자) 6명, 노동자 대표 6명, 외부전문가 4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 협의기구 인적구성 및 운영방식을 놓고 산은과 용역노동자들이 대립각을 세우면서 협상은 한달째 파행상태다. 두레비즈 용역직원들은 지난달 중순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서경지부 산업은행분회(이하 노조)를 결성하고 산은에 자회사가 아닌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집회와 1인 시위를 전개하고 있다.

두레비즈는 산은 직원들의 친목단체인 행우회(2300여명)의 100% 자회사로, 산은 전·현직 임직원들이 경영권을 갖고 있다. 현재 산은 간부 출신 퇴직자가 두레비즈 대표를, 사내이사 2명은 현직 인사부 팀장과 총무부 팀장이, 감사는 산은 정규직 노조 간부가 맡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관계자는 “협의기구에 노동자 대표로 정규직 직원 2명이 포함되는 등 대다수가 전환대상자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달 24일 산은이 다수결로 자회사 전환을 결정하겠다고 해 조합원들이 들고 일어나자 비난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한달이 넘도록 협의회가 열리지 않고 있다”고 탄식했다.

노조에 따르면 협의기구 노동자대표로 참여한 6명 가운데 2명은 산은 정규직 직원이며 이중 한명은 두레비즈 감사를 맡고 있다. IT부문(대표 1인)의 경우 고도의 민간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은 정규직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오래전에 정규직 전환대상에서 빠졌고, 파견직인 행정부문(대표 1인)은 이미 직접고용이 결정됐음에도 협의회에 포함됐다.

결국 특수고용 노동자대표와 시설관리 노동자대표 등 2명만 정규직 전환 이해당사자인 셈이다. 청소 노동자대표는 노사 인적구성 비율 문제로 협의회에 들어가지 못했다. 외부전문가 구성 역시 대부분 산은의 자문변호사들로 구성됐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산업은행이 제출한 정규직 전환 관련 직접고용과 자회사 방식 처우수준 비교표. <자료제공=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노조는 산은이 직원들에게 편협한 정보제공으로 ‘자회사 편입’에 동조하게 만들었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산은은 직접고용과 자회사 방식에 대한 비교표를 만들어 두레비즈 직원들에게 제공했는데 직접고용시 정년 60세, 임금피크제, 복지하락 등의 불이익이 따른다는 점을 부각시켰다는 것이다.

이는 청소·경비노동자 등 고령자적합업종의 경우 정년을 65세로 하되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많은 현장은 고용안정 기간을 보장해 주도록 한 정부 가이드라인에 위배된다.

또 저임금에 시달리는 청소/경비 노동자들에게 은행 등 억대연봉자들처럼 임금피크제를 동일하게 적용하는데 대한 비판도 제기했다. 산은의 대졸 신입사원 평균연봉(초봉)이 4500~5000만원인데 반해 두레비즈 청소노동자들은 1년에 1800만원 이내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노조는 신설 자회사에 고용승계될 경우 임금착취 등 인권침해가 지속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관계자는 “청소노동자들은 아침 6시부터 오후 4시까지 10시간 근무를 하는데 3.5시간은 무급(휴게시간 분류)으로 처리하고 6.5시간은 최저임금을 받는다”며 “노동자들을 이런 방식으로 혹사시켜 모은 돈 45억원을 1억1200만원을 연봉으로 받는 산은 직원들이 나눠가졌다”고 분개했다.

이밖에도 청소노동자들이 점심시간에 식당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에게는 연장·야간·휴일수당 등 가산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등 노동착취가 심각하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산은은 두레비즈와 수의계약을 맺고 운전·청소·경비 등 일감을 몰아준 의혹이 제기돼 지탄을 받았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은 고스란히 산은 정규직 직원들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갔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산은은 2008년부터 2017년 6월까지 10년간 두레비즈와 총 910억원이 넘는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말에는 이익잉여금 45억원을 산은 행우회원들에게 배당해 빈축을 샀다.

노조는 지난 10일 산은의 부당 수의계약 및 겸직금지 의무 위반을 통한 부당이득 환수 문제에 대한 감사를 청구했다.

산은 관계자는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규직 전환 협의기구를 구성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노사비율에 따라 노동자 측에서 대표를 세웠을 뿐 산은이 일방적으로 추진하진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자회사 설립 시기와 직접고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 논의중인 사항에 대해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산은은 행우회가 두레비즈의 주주로 배당금을 수령하는 게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저임금 구조에 대한 개선필요성은 공감했다.

일각에서는 산은의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 시도가 비용감축을 위해 이름만 바꾼 ‘자회사 돌려막기’가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탈많은 두레비즈를 없애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시키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연금공단 등 주요 공공기관들은 산은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국민연금은 콜센터·청소·경비 등 간접고용 노동자 827명을 직접 고용키로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작년 기간제근로자 1261명에 대한 정규직 전환 임용에 이어 지난 30일 파견·용역근로자 1722명을 추가로 정규직 전환키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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