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2014년부터 19·20대 국회의원에 불법 후원
황 회장 직접 지시 여부 '관건'…KT측 혐의 부인

황창규 KT 회장/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은별 기자] KT 전·현직 임직원들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수사 중인 경찰이 임직원 4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른바 ‘상품권깡’ 수법을 통해 조성한 현금 4억4190만원을 19·20대 국회의원 99명의 정치후원회 계좌에 입금한 KT 관계자 7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입건하고, 황창규 회장을 비롯한 전·현직 임직원 4명에 대해 18일 오전 검찰에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사전 구속영장 대상에는 황 회장, 구모(54) 사장, 맹모(59) 전 사장, 최모(58) 전 전무가 포함됐다.

경찰 등에 따르면 KT의 대관부서인 CR부문은 2014년 5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1억5000여만원을 비자금으로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KT는 법인자금을 활용해 주유상품권 등을 구입한 뒤 바로 현금화하는 수법(상품권깡)을 이용했다고 경찰 측은 전했다.

상품권깡을 통해 마련된 현금 4억4190만원은 국회의원들에게 정치자금 명목으로 돌아갔다. KT 측은 나머지 7억여원에 대해서는 접대비로 사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KT는 이 금액에 대해 영수증 등 증빙 처리를 전혀 하지 않았다.

KT는 2014년과 2015년, 2017년엔 CR부문 임·직원 명의로 정치자금을 후원했고,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던 2016년엔 사장 포함 고위 임원 등 모두 27명을 동원했다.

자금을 받은 국회의원은 19대 46명(1억6900만원)과 20대 66명(2억7290만원)이다. 중복 인원을 제외하면 모두 99명이다. 정치자금을 전달받은 의원실에서는 ‘고맙다’고 하거나 후원금 대신 지정 단체에 기부를 요구하기도 했다. 일부 의원실에서는 자금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의원별 자금전달 규모는 최소 100만원에서 최대 1400만원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KT CR부문 한 임원은 불법 정치자금 후원의 계획부터 실행까지 모두 회장에게 보고됐으며, 또 황 회장이 직접 지시를 한 부분도 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황 회장 측은 “국회에 대한 후원이 관행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내용을 보고받은 사실이나 기억이 없고 CR부문의 일탈 행위로 판단한다”며 혐의 일체를 부인했다. 현재 황 회장과 임원 측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KT의 법인자금을 후원 계좌로 입금받은 국회의원실 관계자 등에 대해 계속해서 소환조사를 벌인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또 지역구 내 시설 등에 기부·협찬을 요구한 사실 등에 대해서도 추가 수사를 할 예정이다.

한편, KT 본사 측은 황 회장에 대한 불법 후원 지시 혐의와 관련해 혐의 자체를 부인하면서도 수사에는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KT 관계자는 “그간 경찰 수사에 최선을 다해 협조해 왔다”면서 “CEO(황 회장)는 해당 건에 대해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적이 없으며, 경찰의 영장 신청과 관련해 사실관계 및 법리적 측면에 대해 성실히 소명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황 회장 등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될지 검찰의 판단에 귀추가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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