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폼페이오, “중국 주시하겠다” 발언도 서슴지 않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사진=신화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20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세 번째 북중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 이후 중국은 북핵 문제에 더 깊숙이 관여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신속한 비핵화 프로세스에 제동을 걸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폼페이오 “중국 주시하겠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8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북핵 해결과 관련해 ‘시 주석 역할론’을 강조한 것이 25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의해 알려졌다. 이는 본격적인 비핵화 디테일에 도입하면서 시 주석의 적극적인 협조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이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 주시하겠다”면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그러면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도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사안에 정통한 한 정부 소식통은 “북-미 정상회담을 12일에 했는데 (폼페이오 방북이) 이달을 넘기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작성하기 위해 이달에 방북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아울러, 영국 로이터통신은 25일 익명의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우리는 북-미 회담 합의문 이행과 관련해 북한에 구체적인 요구사항(asks)과 시간표(timeline)를 건넬 것”이라며 “북한이 신뢰할 만한 태도를 보이는지 곧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조만간 북한에 '비핵화 시간표'를 제시한다는 입장을 부정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25일(현지시간) CNN과 단독 전화 인터뷰에서 "2개월이든 6개월이든 비핵화 시간표를 설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린 양국 지도자가 제시한 걸 달성할 수 있을지 보기 위해 신속한 순간에 앞으로 나아가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비핵화를 향한 지속적인 진전 상황을 보길 원하면서도 이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할 시한을 설정하는 걸 거부했지만,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정기적으로 평가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협상을 계속해갈 정도로 충분한 진전이 이뤄지는지 "지속적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진핑, 北에 영향력 끼칠 기회 엿봐...

미국의 우려대로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 논의에서 꾸준히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어필하고 있음이 도쿄신문에 의해 드러났다. 도쿄신문은 북-중 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달 7, 8일 시 주석이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의 내용을 보도했다.

그 내용은 종전선언에 관한 것이다. 시 주석은 당시 김 위원장에게 “종전선언에는 중국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설명하며, 종전선언의 당사자인 중국을 거치지 않고 미국과 북한이 직접 한반도와 관련된 중대한 결정을 하는 것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시 주석은 이를 북-미 정상회담 직전까지 거듭 북측에 강조했고, 실제 북-미 공동성명에는 예상과 달리 한반도 종전선언 관련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시 주석은 이번 김 위원장과의 만남에서 "중국은 개혁·개방 40년 만에 자기 혁신을 통해 발전을 이뤄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국정의 중심을 경제건설로 옮긴 것을 기쁘게 생각하고, 북한의 경제건설과 민생개선을 지지한다"며 북한 개혁·개방을 적극 지지하겠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 최근 중국이 북-중 교역 관련 공장 운영 재개와 함께 북한 근로자 고용 확대에 나선 것이 포착되기도 했다. 중국이 대북 경제 지원에 힘을 싣고 있다는 것은 24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의해서도 전해졌다. 이 방송은 함경북도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자국 내 해외투자 합작업체들의 운영실태 조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결국 중국이 향후 비핵화 프로세스에서 북한에 대한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경제 지원’이라는 ‘투자’를 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는 비핵화 후속조치로도 주목된다. 최근 북미 정상 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논의에 있어 중국이 주장했던 쌍중단(雙中斷·북한의 도발과 한미 연합훈련 동시중단)과 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평화협정 논의 동시진행) 방식이 구체화되면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따른 대북 제재 완화 움직임이 주목된다.

쌍중단 방식은 북한이 주장해온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해법과 연계되는 것으로, 중국이 자연스레 한반도 비핵화 과정의 당사국으로 발을 걸칠 수 있게 기회를 마련해준 셈이다.

특히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대미 협상 때마다 중국을 방문했다. 이러한 방중이 한반도 문제에 중국이 참여할 수 있는 정당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비핵화 조치마다 중국발 제재 완화·경제 협력 등을 이끌어내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지난 4월 13일(현지시간)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왼쪽) 워싱턴 미 국방부 청사에서 조지프 던포드(오른쪽) 미 합참의장과 함께 긴급 브리핑을 갖고 시리아 공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뉴시스

◆美 국방부 장관 방중 이유는 비핵화 압박 차원? 

국무부 헤더 나워트 대변인이 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의 세 번째 정상회담에 대해 19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주의 깊고 면밀하게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북한이) 지난주 북미정상회담의 약속과 합의를 따르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힌 가운데,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 역시 취임 후 처음으로 26일 방중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역할을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이날은 미중 무역 갈등 속에 불거진 대만 및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할 예정이어서 미중간에 갈등이 전망된다.

26일 베이징 소식통 등에 따르면 매티스 장관은 26일부터 29일까지 한중일을 순방한다. 28일 오후에 한국, 29일 일본을 거치는 일정에서, 26일부터 28일까지 비교적 긴 시간 중국을 방문한다. 이 점을 고려하면 매티스 장관의 이번 순방은 중국 위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매티스 장관은 취임 후 17개월 동안 아시아를 7차례나 방문했지만, 유독 중국은 방문한 전례가 없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가 2박 3일간 베이징에 머물며 지난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 따른 한반도 비핵화와 이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려 최근 중국이 북한에 항공 노선을 확대하고 경협 지원을 검토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압박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가 나오기 전까지는 유엔 대북 제재를 엄격히 지켜야 한다고 중국에게 강력히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매티스 장관은 이번 순방에 앞서 기자들에게 조만간 북한에 비핵화를 위한 특정 요구사항이 담긴 시간표를 제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이번 방중은 이 시간표를 북한에 제시하기 전에 북한에 최대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과 사전 조율을 할 수도 있다.

그러면서 매티스 장관은 “중국의 전략적 야망이 무엇인지 살펴보겠다”며, 한미 연합훈련 유예와 관련해선 “추후 이어질 (대북) 협상이 (훈련 중지 상태를) 그대로 유지시킬지 두고 보자”고 했다. 북한의 태도에 따라 얼마든지 한미 연합훈련을 재가할 수 있다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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