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성유화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경제수석에 윤종원 주 경제협력개발기구 대사, 일자리수석에 정태호 현 청와대 정책기획비서관을 새로 임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다소 이른 '2기' 교체에 일각에서는 현 정부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해 온 소득주도 성장과 일자리 정책의 성과가 부족했다는 인식을 개선코자 한다고 보고있다.

경제수석으로 발탁된 윤종원 주(駐)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는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경제 정책에 관한 한 기획재정부 내 최고 ‘에이스’로 활약했다. 학자 출신인 홍장표 전 수석의 대타로 윤 수석을 기용한 것은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에 따른 것이라는 게 보편적인 여론이다.

이와 관련,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 정책을 더욱 속도감있게 실행해 성과를 신속히 도출하기 위한 개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성과중시형으로 경제팀을 구성하고 운영하겠다는 의지로 읽히며, 향후 개각에서도 성과중시형으로 경제팀을 개편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소득주도성장과 함께 혁신성장도 청와대가 도맡아 추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 수석이 정책 이론과 실무 경험이 풍부한 만큼 혁신성장에도 적극 관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번 개편은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을 전후, 경제지표에 빨간불이 끊이지 않았던 가운데 그 책임을 물어 경제라인을 경질한 성격이 짙다.

고용지표 악화는 현 정부가 가장 난감해 하는 부분이다. 일자리수석을 맡게 된 정태호 청와대 정책기획비서관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지내는 등 오랜 기간 문 대통령과 발을 맞춰온 최측근 인사다. 임 실장이 정태호 비서관에 대해 “정치권에서 상당히 드문 정책통으로 인정받는 분”이라고 소개하며 정무와 정책 두 분야에 정통하다는 것을 내비쳤다.

장하성 정책실장을 유임시킨 것도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변함없이 추진하겠다는 뜻이 반영된 것이란 시각이다. 경제수석에서 물러난 홍 전 수석에겐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소득주도성장 특별위원회 위원장’이란 자리가 주어졌다. 이는 경질 인사라는 이미지를 피하기 위한 배려의 의미로 본다는 것이 청와대 안팎의 시선이다.

한편, 이번 개편과 관련 청와대·정부 관계자들 간 갈등설도 돌았다.

전임 홍장표 경제수석과 반장식 일자리수석은 장하성 정책실장을 수장으로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정립해온 핵심인사들이었다. 이중에서도 특히 홍 전 수석은 소득주도 성장론의 설계자로 일컬어지며 장 실장, 김현철 경제보좌관과 이와 관련해 합을 맞춰왔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수장인 장 실장이 청와대에 머무르기로 하면서 그 대가로 두 사람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홍 전 수석을 수석 이후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소득주도성장 특별위원장으로 선임했다는 점을 봐도 두 사람을 경질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인사발표에서 홍 전 수석을 윤종원 신임 경제수석으로, 반 전 수석을 정태호 정책기획비서관으로 승진교체한 것에 대해 "지난 1년은 정부 정책적 방향성을 정립하는 기간이었고 이제 이를 속도감 있게 실행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문 정부는 이번 개편을 토대로 향후 경제정책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가 나지 않을 경우, 청와대·정부 경제라인을 좀 더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