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싱가포르 오차드 호텔에서 싱가포르 동남아연구소(ISEAS : Institute of South East Asian Studies)가 주최하는 ‘싱가포르 렉쳐’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촛불집회 당시 국군기무수령부가 작성한 계엄령 검토 문건을 수사활동에 착수한 당일 이례적으로 대통령에게 즉각 제출하라고 16일 지시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국방부·기무사와 각 부대 사이에 오고 간 모든 문서와 보고를 대통령에게 즉시 제출하라"고 지시한 사실을 전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계엄령 문건에 대한 수사는 국방부의 특별수사단에서 엄정하게 수사를 하겠지만 이와 별도로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로서 실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계엄령 문건이 실행까지 준비되었는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국가안보실을 통해 국방부로 전달했다.

여기에는 우선 이번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여기고, 이 점을 상기시킨 문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관련 문건 전체 제출을 지시한 배경에 대해 "국가 안위와 관련된 심각한 문제로,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사건 실체를 알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며 "문건만으로도 부대 병력 동원과 장소가 구체적으로 적시됐는데 실제 그런 준비나 실행 단계까지 갔는지, 출동 준비를 했는지, 해당 지시를 어디까지 내렸는지 등을 확인해야 문건 성격을 명확히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제출된 문건은 관련된 수석실에서 검토할 예정"이라며 "민정수석실이 법률 검토를, 안보실과 정무수석실은 부대운영 지휘 체계와 군 운용 등에 대해 검토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문 대통령이 제출하라는 문서는 과거 정부의 관련 문건으로, 현 정부 국방부와는 무관하다"고 선 그었다.

일각에서는 계엄령 검토 문건에 대한 군 수사를 지시한 지 불과 6일 만에 관련 문건을 직접 살피겠단 지시를 한 것이 결국, 이 사안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을 향한 ‘경고’의 메시지라는 시선도 있다.

송 장관은 앞서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문건을 4개월 전인 지난 3월 16일 기무사령관으로부터 보고받았으나 수사대상이 아니라고 자체 판단해 국방부 검찰단에 수사 지시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을 샀다.

관계자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이날 입장문을 통해 지난 4월 말 청와대 참모들에게 문건의 존재를 언급했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는 "4월 30일 회의에는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등이 참석했지만, 국방부는 청와대에 원본 문서를 배포하지 않았다"며 "그날 회의의 주된 내용은 기무사 개혁과 관련된 것이어서 계엄령 문건과 관련된 질의나 토의는 일절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덧붙여 “회의에서 송 장관이 그 문건을 독자적으로 얘기했다기보다 기무사의 정치개입 사례 중 하나로서 설명했다”며, “토론 주제가 기무사의 전반적인 개혁이었기에 참석자들이 그 문제에 대해 주의를 기울일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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