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월요신문=고은별 기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잇단 항공사 악재로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제주항공 등 일부 LCC들은 최근 근무환경을 대폭 개선하는 등 내부 불만 줄이기에 나선 모습이다.

이들 LCC는 타 항공사의 악재 등과는 전혀 관련 없는 행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직원들의 불만이 공론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소위 ‘사전 단속’을 하는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2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LCC 가운데 제주항공·티웨이항공을 주축으로 최근 객실승무원의 복장 등 스타일 규정이 대폭 완화됐다.

제주항공의 경우, 지난 4월 말 객실승무원 대상 ▲안경 착용 ▲부분 네일아트를 허용했으며 이달부터는 ▲두발 자유화 ▲구두 착용 규정 완화를 차례로 시행했다.

티웨이항공은 지난 5월 국적 항공사 중 최초로 헤어스타일 규정을 완전히 없앴고, 최근엔 공항 각 지점 직원들에게 여름용 셔츠도 지원했다. 에어부산도 지난 5월부터 네일아트와 스타킹, 반지, 시계 등 개인 액세서리 관련 규정을 완화하는 등 기업문화 개선에 서둘러 나선 상황이다.

공교롭게도 이들 LCC의 규정 완화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 사태(4월 16일) 이후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난다.

앞서 조 전 전무의 갑질 사태 이후 그가 과거 부사장으로 있던 LCC 진에어에서는 청바지 유니폼에 관한 내부 불만이 터져 나왔다. 진에어 직원들은 오너가 및 경영진의 갑질 폭로를 위해 오픈 채팅방을 만들었고, 여기서 청바지 유니폼의 불편함과 건강상 문제 등이 폭로돼 논란이 일었다.

업계는 제주항공 등 LCC의 규정 완화 행보를 두고 사전 단속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부 불만을 최소화해 미리 리스크를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이들 LCC가 규정을 완화하는 건 대한항공 등 타 항공사 이슈로 인해 불똥이 튈까봐 미리 대응하는 조치로 볼 수밖에 없다”며 “혹시나 직원들이 연대나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조직적 모임을 할 수 있다는 우려 하에 미리 불만 사항을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항공업계 관계자도 “예전부터 유니폼에 관한 불만 사항은 어느 항공사에게든 있어왔다”면서 “근래에 들어 이런 액션이 자주 나오는 건 타 항공사 분위기를 의식한 활동”이라고 봤다.

반면,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측은 ‘안전’에 집중코자 규정을 완화했다는 입장이다. 이들 LCC는 타 항공사의 리스크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시각에도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LCC 자체가 합리적인 운임을 제공하며 불필요한 규정을 없애는 것이 콘셉트”라며 “서비스나 안전에 위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승무원의 복장 규정을 완화해 기업문화를 개선하고 직원이 행복한 회사를 만들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도 “승무원의 업무환경을 배려하고 최대한 안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차원”이라며 “이전부터 소통, 성과급 배분 등 직원 만족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사 이슈 등이 터지기 전부터 객실 안전 강화를 위해 사전부터 규정 완화를 구상해왔다는 것이 이들 항공사의 설명이다. LCC 창립 시기는 올해로 제주항공 13년, 티웨이항공 8년이다. 안전을 목적으로 최근에야 눈에 띄게 객실승무원의 불편한 복장 및 스타일 등을 개선한 점은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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