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 7일 새벽 서울 서초구 허익범 특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후 귀가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드루킹’ 댓글 조작에 연루된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드루킹’ 김 씨가 직접 벌인 진실 공방이 3시간30분 만에 마무리됐으나, 둘의 입장은 평행선을 탄 것으로 보인다.

전날 오전 9시 25분 특검에 출석한 김 지사는 약 20시간이 지난 이 날 오전 5시 20분께 드루킹과의 대질신문 및 조서 검토를 모두 마친 뒤 특검 건물에서 나왔다.

특검 건물에서 나온 김 지사는 취재진들에게 "저는 특검이 원하는 만큼, 원하는 모든 방법으로 조사에 협조하고 충실하게 소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는 특검이 어떤 정치적 고려도 없이 오직 진실에 입각해서 합리적이고 공정한 답을 내놓을 차례"라고 전했다.

이번 대질 조사는 특검 9층 영상녹화 조사실에서 이뤄져, 드루킹과 김 지사가 변호인 입회하에 한 공간에 앉아 진술하는 직접 대질했다.

김 지사로부터 댓글조작을 지시받았다고 주장하는 드루킹과, 이를 전면 부인하는 김 지사의 말 중 어느 쪽이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는지 가려내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대질 조사에서 양측은 기존의 입장을 반복하며 입장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드루킹은 김 지사가 2016년 11월 자신이 운영한 느릅나무 출판사를 찾아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을 보고 사용을 승인했다고 주장한다. 특검 역시 이를 의심하고 있다.

반면에 반면 김 지사는 당일 느릅나무 출판사를 방문한 사실은 있지만 드루킹이 킹크랩과 같은 댓글조작 프로그램을 보여준 기억은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특검은 2017년 12월 드루킹에게 일본 총영사직을 대가로 6·13 지방선거를 도와달라고 요구한 것이 아닌지 의심한다.

특검 수뇌부는 김 지사와 드루킹의 대질신문을 통해, 진술이 조금씩 변하거나 논리적 모순점 등을 관찰했다. 이를 통해 어느 쪽이 신빙성을 유지하느냐를 가늠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1차 수사 기간을 15일 남긴 허익범 특검팀은 김 지사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그의 진술을 세밀히 분석한 뒤 신병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그가 특검의 지난 45일간의 수사 결과를 전면 부인하는 만큼 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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