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뛴 오영식 사장·휴가 반납한 임직원…철도안전 총력전 '빛나'
24시간 비상대책반 운영, 사상자 없이 폭염 돌파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지난 7일 오전 대전 본사 관제실 폭염 대책본부에서 점검 회의를 열고 열차 운행 안전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 = 코레일

1907년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최악의 폭염이 올여름 한반도를 뒤덮었다. 전국에서 열사병·탈진·경련 등 온열환자가 쏟아졌고 건설현장에서는 사상자가 발생하는 사고도 이어졌다. 질병관리본부에 보고된 온열환자만 2799명(5월 20일~8월 2일), 이 중 35명은 목숨을 잃었다. 재난 수준의 폭염이 계속되자 정부가 '낮 시간 작업 중지' 등 긴급 대책을 내놓을 정도로 상황은 심각했다. 하루 평균 20만8000명(지난해 상반기 기준)이 이용하는 고속열차 역시 폭염으로 인한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은 서둘러 폭염 대책반을 꾸렸고 현재까지 단 한 명의 사상자 없이 안전운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월요신문은 폭염 속에서도 하루 3400여회 열차를 운행하며 안전 운행의 새 기준을 제시한 코레일의 노력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사상 초유의 폭염 속에도 국민이 안심하고 열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했다. 폭염이 끝나는 날까지 철도 안전을 지키기 위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

오영식 코레일 사장의 진두지휘로 탄생한 코레일의 폭염 안전 대책은 매년 반복될 수 있는 폭염 속 철도안전의 새 기준이 됐다. 올여름 폭염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사후약방문식 대책이 아닌 예방책으로써 코레일의 안전 대책은 제구실을 확실히 했다.

코레일의 폭염 안전 대책은 중심이 되는 폭염 대책본부 설립, 현장 열차 안전 운행 작업, 이용객 불편 최소화, 임직원 폭염 피해 예방 등으로 구성된다.

폭염 대책본부의 시작은 여름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 5월이다. 코레일은 여름철 자연재해를 대비해 기상상태를 파악하고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재해대책본부를 가동했다. 주의, 경보, 재해 등 3단계 근무체계를 갖추고 철도차량 대체편성을 전국에 분산배치하고 신속한 조치를 위한 기동수리반도 운영했다.

이후 예상을 뛰어넘는 폭염이 계속되자 코레일은 지난달 27일 폭염 대책본부를 꾸리고 가동을 시작했다. 각종 재난과 이례적인 사항에 대한 총체적 위기관리센터 기능을 수행하도록 한 것이다.

안전혁신본부장을 대책본부장으로 삼은 폭염 대책반은 총인원 108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오는 31일까지 39일간 관제, 여객, 광역, 물류, 차량, 시설, 전기 등 7개 분야별 폭염 대책을 총괄한다. 24시간비상대응체제(3조 2교대 근무)로 운영되며 철도 전 구간 모니터링, 열차통제 및 임시열차 긴급투입 등 상황관리를 맡았다.

코레일 직원이 선로 온도를 측정하고 있다./사진 = 코레일

◆선로 온도를 식혀라…폭염과 싸운 코레일

현장에서는 열차 안전 운행 관리를 위한 노력이 이어졌다. 폭염 시 선로 휘어짐으로 인한 탈선사고를 막기 위해 레일온도 관리 등 작업이 이어졌다.

폭염에 취약한 선로(약 50km)에 차열성 페인트를 도포하고 레일온도 저감을 위해 자동살수장치(5개소)와 살수설비 3000여개를 구비했다. 레일온도 검지장치로 실시간 모니터링을 해 온도 상승에 따른 열차 감속 운전으로 안전 운행을 도모했다. 곡선 구간이나 통풍 불량 개소 등 취약개소(29개)에는 감시원을 배치했다.

실제로 지난달 23일에는 경부고속선 천안아산~오송역 구간에서 선로 온도가 61.4도를 넘어서자 해당 구간에서 고속열차를 시속 70km 이하로 안전운행하는 긴급조치를 취한 바 있다. 코레일이 선로 온도 관리를 철저히 한 결과 즉각적인 조치가 이뤄진 것이다.

레일온도가 60도를 넘어가면 고속열차 운전취급세칙에 따라 70km/h 이하로 운전해야 한다. 또 64도 이상이면 운행이 중지된다.

폭염에 취약한 열차 내 냉방장치 등 차량 정비 역시 강화했다. 이례적인 상황이 계속되면서 열차 내 냉방장치 고장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코레일은 즉각 차량 정비 담당 전 소속에 냉방장치 전담 TF를 구성하고 열차 운행 시 바로 조치가 가능한 기술인력을 첨승해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했다. 필터 교체, 청소 등 정비 주기 역시 단축했다.

단전 예방을 위한 전력관리와 전차선 장력 중점점검도 이뤄졌다. 여름철에는 냉방전력 과다사용으로 전력용량 과부하가 벌어질 수 있어서다. 폭염 시에는 전선 늘어짐이 발생할 수 있어 전차선·급전선 장력 조정장치에 대한 점검도 추진했다.

물론 열차를 이용하는 이용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도 이뤄졌다. 역사의 경우 맞이방 적정 실내온도(26~28도)를 준수하고 59개 주요 역사에 비상용품(물수건, 생수, 부채 등)을 비치했다. 냉방장치 점검도 하루 2회로 변경해 사고를 예방했다.

용산역, 이촌역, 대곡역, 옥수역 등 주요 지상역 승강장과 연결통로에는 대형 선풍기를 긴급 배치해, 승객들이 조금이라도 더위를 식힐 수 있도록 노력하기도 했다. 

폭염에 노출된 체 열차안전운행을 위해 일하는 현장 작업자의 안전을 위한 대책도 빛났다.

코레일은 우선 순환근무제를 도입, 14~17시 중 1시간 이상 실외근무가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작업시간 조정이 가능한 경우에는 오전·야간 시간 작업을 시행했다. 시설분야 실외작업자는 14~17시 중 1시간은 반드시 쉬도록 휴식시간제도 적용했다. 시급한 유지보수 작업은 가급적 오전에 시행하고 기타 실외작업은 지양했다.

운행선 인접 발주공사도 휴식시간제를 시행토록하고 지도 감독했다. 연기 가능한 공사는 중지하기도 했다. 무더위 쉼터는 소속별로 필수 지정하고 에어컨과 비상구급품을 구비하도록 했다. 체온을 낮춰주는 쿨링제품을 지급해 온열질환 예방에도 힘을 쏟았다.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지난 8일 코레일 평내차량사업소에서 전동열차 냉방장치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 코레일

◆취임 첫해 찾아온 '폭염'…오영식 사장, 현장경영으로 돌파

오영식 사장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폭염 대책반을 꾸린 것은 물론 직접 현장안전점검에 나서며 특별 안전활동에 힘을 쏟았다. 열차 운행 안전 대책 회의를 주관하고, 살수 작업 현장·철도차량 정비 현장 등을 직접 찾으며 현장을 점검했다. 그리고 폭염 속에서 고생하는 직원들에 대한 격려도 있지 않았다. 

실제로 그는 지난 7일 경부고속선 천안아산~오송 구간에서 선로 온도를 측정하고 직원들과 함께 살수 작업을 했다. 다음날은 경기도 남양주시 평내차량사업소를 방문, 냉방장치를 직접 점검했다. 이날 오영식 사장은 "현장 근무자가 폭염에 피해를 입지 않도록 온열질환 예방에 주의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코레일은 오는 31일까지 폭염 대책본부를 운영하는 등 여름이 끝날 때까지 열차 안전 운행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오영식 사장은 최근 대책 회의에서 “지난주보다 기온이 다소 내려가고 있지만 열차 안전 운행을 위해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며 “폭염에 따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설 점검을 강화하는 등 대비 태세를 더욱 확고히 해달라”고 주문했다.

한 코레일 관계자는 "열차 안전 운행을 위해 임직원들이 휴가도 반납하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례적인 폭염에 교통철도분야에서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해야 할지를 코레일이 앞장서서 보여준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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