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중순 2년 만에 총파업 예정…‘협상 여지는 남아있어’

허권 금융노조위원장. <사진=고병훈 기자>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2년 만에 총파업을 예고했다. 금융노조는 지난 7일부터 33개 지부 조합원을 대상으로 ‘산별교섭 결렬에 따른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결과 93.1%의 찬성률로 총파업이 가결됐다. 이는 전 조합원 9만3427명 중 7만6778명(82%)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7만1447명(93.1%)의 찬성에 따른 것이다.

금융노조는 지난 4월부터 총 25차례에 걸쳐 사측과 산별교섭을 가졌으나 주 52시간 근무제 조기 도입,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 개선 등을 놓고 사용자협의회와 합의에 이르지 못해 지난 6월 결렬을 선언한 바 있다. 이후 중앙노동위원회 조정도 실패하자 노조는 총파업 투쟁을 결의했다. 노조는 사측과의 협의는 계속 이어 간다는 방침이다.

금융노조를 대표하는 허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13일 서울 을지로 금융노조 사무실에서 월요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사측과의 조정안 마련을 위해 끝까지 협의를 했지만 협상이 결렬됐다”며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이제는 정면 투쟁으로 돌파하겠다”고 밝혔다.

■ 허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Q. 지난 2016년에 이어 2년 만에 총 파업을 앞두고 있는데.

A. 파업까지는 원치 않았지만 어쩔 수 없게 됐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우리의 목적은 파업이 아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 비정상화 된 것을 바로 잡기 위함이다. 후퇴된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생존이 걸린 고용안정을 위한 협상을 전개 중이다. 특히 사측에서 조정안을 내지 말라고 한 것은 사측이 노조를 파업 현장으로 떠밀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Q. 협상에서 가장 난항을 겪고 있는 부분은 어떤 것인가.

A. 그간 노조는 ▲과당경쟁 해소 ▲노동시간 단축 및 신규채용 확대 ▲2차 정규직 및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국책금융기관 자율교섭 ▲정년연장 및 임금피크제 개선 ▲노동이사제 등 노동자 경영참여 등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사측은 ‘평균 임금상승률 2.6%, 임금피크제 적용연령 2년 연장’ 안을 일체 거부했다. 임금피크제는 55~56세에 명예퇴직하는 구조로 열심히 일할 수 있는 50대 중·후반 인력을 도태시키는 제도다. 노조는 정년을 63살까지 늘리고 임금피크제 시행 나이도 현재 만 55살에서 58살 이상으로 높일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 쪽은 인건비 부담 등을 이유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했다.

Q. 주 52시간 근무제 조기 도입에 관한 쟁점은.

A. 현재 금융권은 주 5일제 근무를 도입하고도 주 52시간을 넘어서는 무임금 노동을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목표로 한 연간 1800시간과 비교하면 금융권은 연간 900시간이나 더 일하는 셈이다. 노조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당초 예정된 시행시점인 내년 7월 1일보다 앞당겨져 연내에 실시가 가능해지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사측은 사 쪽은 감사, 재무, 인사, 정보기술(IT), 홍보 업무에서 주52시간 근무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사측의 주장처럼 일부 특수직군에 대한 예외직무를 인정하거나 인력을 신규 채용하지 않으면 힘들 것이다.

Q. 신규채용 확대를 주장하는 것도 이와 연관이 있는 것인가.

A. 그렇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금융 종사자들은 지나치게 오래 근무하고 있다. 금융산업은 고질적인 장시간 노동과 과당경쟁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장시간 노동 해소를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신규 채용 확대다. 그렇기 때문에 주 52시간 제도 등 근무시간 상한제를 도입하기보다는 최소 3만 여명을 신규 채용을 주장하는 것이다. 노사정이 원만한 합의를 이뤄낸다면 신규채용을 통한 청년 실업해소와 좋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Q. 최근에는 은산분리 완화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A. 지난해 4월 금융노조는 당시 대선 후보인 문재인 대통령 지지를 선언하면서 민주당과 정책협약을 맺었다. 협약서에는 ‘산업자본의 금융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규제 강화 등 금산분리 원칙을 준수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은산분리 규제 완화 방침은 이 약속을 파기하는 것이다. 은산분리는 금융규제의 근간이며 인터넷전문은행을 살리자고 희생할 가치가 아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당초 목표와 다르게 가계대출에 집중하고 있고 금융위원회가 기대한 중금리 대출도 잘 이뤄지지 않는 등 실패작이다. 은산분리 완화는 케이뱅크의 부실을 은폐하기 위한 금융위의 술책이라고 생각한다.

Q. 일각에서는 금융노조의 총파업에 대해 부정적 견해가 존재하기도 한다.

A. 우리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본적인 노동권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행사할 수 있는 정당한 권리라고 생각한다. 사측에 요구하고 있는 사항들도 절대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파업의 정당성도 문제가 없다고 본다.

Q. 총파업에 돌입하게 된다면 향후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

A. 우선 오는 29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서울·경기·수도권 조합원 결의대회가 예정되어 있다. 이후에도 사측이 요구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내달 중순 경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Q. 총파업에 돌입하기 전 협상의 여지는 남아 있는 것인가.

A. 물론이다. 우리의 목적은 파업이 아닌 근로조건의 개선이다. 사측에서 우리가 요구하고 있는 부분을 수용한다면 파업 전 협상 타결의 여지는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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