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이현우(앞줄 왼족) 등 선수들이 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해단식을 하며 금메달을 깨물고 있다. 2018.09.03./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예술ㆍ체육 특기자의 병역특례 논란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2018 자카르타ㆍ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축구와 야구 한국대표팀이 금메달을 따 병역특례 혜택을 받게 되면서다. 일부 국민들은 병역특례의 이유인 국위선양이 미국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오른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에게는 적용되지 않냐는 등, 형평성을 제기했다. 이에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병역특례를 두고 수십 건의 글이 게재됐다. 국방부는 문제의 병역특례에 대해 “다양한 부분의 대체복무에 대한 안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국위선양' 명분의 병역특례, 형평성 의구심

세계 무대에서 국위선양 공로가 있는 예술·체육인들에게 병역혜택을 주고자 45년 전 도입된 예술체육 분야 병역특례 제도는 유신체제인 1973년 3월 도입됐다.

이 제도는 '국위선양'이라는 거창한 명분 뒤에 박정희 시대의 '홍보성' 기획이 강했다는 지적을 받아왔으며, 특히 대한민국 남성은 헌법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는 병역법 제3조의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계속됐다.

이런 와중 최근 막을 내린 아시아게임을 통해 다시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다.

병역법에 따르면 ▲올림픽 3위 이상 입상자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는 체육요원으로, ▲국제 예술경연대회 2위 이상 ▲국내 예술경연대회 1위 입상자 ▲중요무형문화재 전수교육 이수자 등은 예술요원으로 편입된다.

대중예술인과 기능올림픽 입상자들이 제외되고, 아울러 일부 운동선수들이 병역면제 수단으로 국가대표를 악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도 방탄소년단에게도 병역혜택을 줘야 한다는 글이 수십 건 올라왔다. 방탄소년단의 경우 지난 5월에 이어 전날 ‘빌보드 200’ 1위 정상에 다시 오르면서 우리나라 가요계 역사에 큰 획을 그었지만 대중예술인에게는 특례 혜택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다.

뿐만 아니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엔 병역 특례 폐지를 주장하는 게시글이 300여 개 가량 게재됐다.

한 청원자는 “예술ㆍ체육인들에게 2년이라는 시간이 소중한 만큼 일반인들에게도 2년은 똑같이 소중하다”며 “국위선양이라는 것이 예술이나 체육계에서만 가능한 것이냐”고 주장했다. 그는 “금메달을 땄다는 이유로 2년 간의 복무 의무가 면제된 사람들을 보면 상대적 박탈감만 느낀다”고 호소했다.

예술과 체육을 막론하고 특기자들의 병역혜택을 아예 폐지하길 원하는 주장도 제기된다. 국위선양을 이유로 병역을 면제해준다는 것이 구시대적 사고방식이라는 것.

하지만 역시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국방의 의무를 져야 하는 우리나라 실정에서는 병역의무 형평성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앞서고 있으며, 아울러 예술체육 분야의 국위선양 기준이 단 한 번의 입상 성적으로 평가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각종 대회 입상성적에 따라 점수를 부여하고 일정 점수 이상 되는 자에게 특례편입 자격을 부여하는 '마일리지 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있으며, 병역특례의 범위 확대와 축소는 정부 부처에서 결정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논의하고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이 16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기무사의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 관련 국방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국방부, "형평성과 공정성, 정책 실효성 위해 관련 기관과 협의"

병역특례 논란이 쉽게 잠재워지지 않자, 이낙연 국무총리는 4일 "병무청이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 지혜를 모아 합리적 개선방안을 내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아시안게임에서 최고 성적을 낸 선수들에게는 병역이 면제되는데, 이에 많은 논란이 따르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이 총리는 "(병무청이) 개선방안을 낸다고 해도 그것을 소급적용할 수는 없다"도 전했다.

이 총리의 주문에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국방부는 다양한 부분의 대체복무에 대한 안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오늘 총리님께서 개선 방안에 대해 '국민의 지혜를 모아 합리적인 안을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대변인은 "특별히 체육·예술요원 편입에 관해서는 신경을 그동안 많이 써왔다"면서 "앞으로 병역의 형평성과 공정성 부분, 정책의 실효성 부분을 위해서 광범위하게 관련 기관과 협의하고 국민들의 의견도 수렴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병역특례 개선 문제는) 쉬운 사안은 아니다"라며, "국민들이 보는 눈높이가 있기 때문에 그 사항을 전반적으로 맞춰가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고 광범위한 의미에서 의견수렴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그 과정을 밟아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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