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고은별 기자

[월요신문=고은별 기자] 불과 5개월 전 130만원가량 들여 개인 노트북을 구매했다. 문서작업 용도라 비교적 저렴한 제품을 샀는데도 큰 지출이었다. 아마 대부분의 서민들이 기자처럼 100만원 이상을 소비할 때는 큰맘을 먹어야 할 것이다. 정말 필요해서 샀는데도 당시 머릿속으로 수십 번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최근에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요즘 출시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출고가 때문이다. 국산 프리미엄 스마트폰도 기본 100만원대에 출시되니 130만원짜리 노트북은 마냥 비싼 게 아니었다. 오히려 스마트폰이 노트북보다 더 비싼 현실이 됐다.

지난해 아이폰X가 출시됐을 때를 기억하는 이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64GB·256GB 모델 국내 출고가가 142만~163만원으로 책정되며 시장에선 ‘미쳤다’는 반응이 절로 나왔다. 아이폰X 국내 출고가는 미국 현지에서보다 30만원가량 더 비싸다. 그런데도 아이폰X는 국내에서 사전판매 ‘완판’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애플이 한국의 충성고객을 믿고 값을 마음껏(?) 올릴 수 있는 이유다.

삼성과 LG 등 국내 기업의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도 이미 100만원대를 넘어섰다. 올 상반기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S9’ 시리즈 출고가는 95만7000원~115만5000원, 지난달 출시된 ‘갤럭시노트9’는 109만4500원~135만3000원이며 LG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G7 씽큐’는 89만8700원~97만6800원, ‘V30 씽큐’와 ‘V35 씽큐’ 출고가는 104만8300원이다. 지난달 LG전자에서는 200만원에 달하는 초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시장에 내놓기도 했다.

반면 지난 7월 국내 출시된 중국 샤오미의 ‘홍미노트5’ 출고가는 29만9200원, 지난달 화웨이가 국내 자급제 시장에 내놓은 ‘노바 라이트2’는 25만3000원이다. 기존에 판매 중이던 화웨이 ‘비와이폰2’도 출고가는 39만원이었다. 화웨이폰의 프리미엄 라인인 ‘P9’도 60만~70만원 사이로 국내 프리미엄 스마트폰보다는 가격경쟁력이 월등히 큰 현실이다.

물론 중국 스마트폰과 국산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비교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국내 스마트폰의 기술력과 경제적 가치는 분명 중국 제품에 비해 매우 우수하다. 또 국내 제조사에서도 가격 부담을 덜기 위해 중·저가 스마트폰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다만, 고객의 최대 관심은 늘 메인 모델인 전략 스마트폰이다. 이미 스마트폰은 기술이 상향 평준화돼 있고 프리미엄 제품의 수요 둔화도 뚜렷하다. 이 때문에 현재 제조사들은 스마트폰 시장 침체를 이유로 최근 모바일 사업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앞으로 폴더블폰의 등장과 5G 전용 단말이 출시되면 프리미엄 스마트폰 가격은 더 비싸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구매 당시 비싼 값을 지불 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중고폰의 잔존가치까지 높아지는 효과는 불러올 수 없는 듯하다.

진정 고객이 갈망하는 건 프리미엄 스마트폰 가격의 혁신이다. 고가 스마트폰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중국 스마트폰에 눈길을 주는 이때를 간과해선 안 된다. 이제는 프리미엄 스마트폰도 가성비를 갖춰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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