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고금리 카드론 규제 방침…카드사 “수익성 악화 불가피”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잇따른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카드사들의 올 상반기 최대 수익을 담당했던 카드론 수익이 하반기에는 다소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금융당국의 전방위 대출규제가 카드론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고금리 대출에 기댄 실적방어가 힘들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BC카드를 제외한 7개 전업 카드사들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신한·국민·삼성·현대·롯데·하나·우리카드 등 7개 카드사의 상반기 카드론 잔액은 27조1700억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2조2000억원 가량(9.46%) 증가했다. 지난해 연간 증가액 규모가 1조2717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올 상반기 만에 지난해 증가액의 두 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카드사별로는 우리카드의 상반기 카드론 잔액이 2조3547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9.2% 증가했다. 이어 롯데카드가 2조8013억원으로 9.7%, 국민카드가 4조 700억원으로 9.2%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신한카드도 지난해 말보다 8.7% 증가한 6조4632억원을 기록했다.

카드수수료 인하 등으로 수익 악화에 직면한 카드업계가 카드론을 확대하면서 카드론 수익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카드론 수익을 별도로 공개하지 않는 신한카드를 제외한 6개 카드사의 카드론 수익은 상반기 1조3975억원을 기록해 반기 만에 1000억원(8.31%)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 중에서는 같은 기간 삼성카드의 카드론 수익이 3256억원(12%)을 기록하며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어 하나카드가 카드론 수익 1431억원(11.7%)을 기록했고 우리카드(9.59%)와 롯데카드(9.49%)도 9%대 증가율을 나타냈다

상반기 카드론 잔액과 수익이 급증한 이유는 카드사들의 영업 확대와 더불어 정부가 은행권의 가계대출을 제한하면서 상대적으로 대출이 쉬운 카드사로 수요가 몰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카드론은 은행권 대출보다 훨씬 간편하게 전화한 통이면 대출이 가능하다. 통상 급전이 필요한 서민과 자영업자들이 이용하기 쉽고, 카드사들은 20%대에 달하는 대출 금리로 높은 수익창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카드론을 통한 카드사들의 수익창출이 하반기에는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카드사 압박에 나섰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7월부터 전년 말 대비 대출증가율을 7% 이내로 억제할 방침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당국은 최근 카드사들에 대해 카드론 금리 산정 적정성 여부와 금리산정체계 모범규준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에 대해 점검을 벌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부가 가계 대출을 제한하면서 상대적으로 대출이 쉬운 카드론으로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면서 “카드론도 결국 대출금리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이므로 면밀한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 감소에 따른 실적 악화를 고금리 카드론을 통해 만회하려고 했지만 금융당국의 압박에 이마저도 쉽지 않게 됐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수수료 인하로 기존 수익원이 타격을 받은 가운데 카드론 수익마저 당국의 압박으로 막히게 됐다”며 “새로운 수익원 창출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 카드사들의 수익성 악화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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