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간 지켜오던 1위 자리 KB금융에 내줘…M&A 통해 경쟁 본격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사진=신한금융>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의 ‘리딩뱅크’ 경쟁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신한금융은 최근 9년간 지켜오던 리딩뱅크 자리를 KB금융에게 내줬다. 올해 상반기에도 신한금융의 당기순이익(1조 7956억 원)은 KB금융(1조 9150억 원)에 미치지 못해 그룹 내 위기감이 고조됐다.

리딩뱅크 탈환을 노리는 신한금융은 최근 오렌지라이프(구 ING생명) 인수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업계에서는 그간 M&A 시장에서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신한금융이 경쟁사인 KB금융의 적극적인 M&A를 지켜보면서 인수합병에 뛰어든 것으로 분석했다.

신한금융은 지난달 이사회를 열고 오렌지라이프 보통주 4850만주(지분율 59.15%)를 주당 4만 7400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총 인수금액은 2조 2989억원이다. 이는 LG카드(현 신한카드, 7조2000억원)와 조흥은행(현 신한은행, 3조4000억원)에 이어 3번째로 큰 신한금융의 M&A다.

당초 오렌지라이프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지난해 말 매각을 추진하면서 희망한 가격은 3조원대로 알려졌다. 협상을 이어가던 신한금융은 한차례 협상을 중단하는 등 ‘버티기 전략’을 통해 몸값을 대폭 낮춰 성공적인 인수를 이뤄냈다.

지난해 오렌지라이프의 연간 순이익은 3402억원으로, 지분율 59.15%의 신한금융은 약 2000억 원의 당기순이익 증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 KB금융과의 당기순이익 차이인 1194억 원을 충분히 만회할 수 있는 수치다.

향후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의 나머지 지분도 사들여 100% 자회사로 편입하면 오렌지라이프의 당기순이익이 온전히 신한금융 실적으로 반영돼 KB금융을 여유 있게 따돌릴 수 있게 된다.

또한 올 상반기 신한금융의 총 자산은 453조3000억원으로, KB금융(463조3000억원)에 10조원 가량 미치지 못했다. 여기에 오렌지라이프 자산 31조5000억원을 더하면 총 자산 역시 KB금융을 넘어 업계 1위로 뛰어오르게 된다.

취임 2년차에 접어든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취임 당시부터 ‘원 신한(One Shinhan·하나의 신한)’을 강조하며 2020 스마트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조 회장의 ‘2020 스마트 프로젝트’는 성장전략 다각화를 통한 미래기회 선점, 디지털금융 전환, 계열사 간 시너지 확대를 통해 신한금융을 아시아 리딩 금융그룹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조 회장의 뚝심으로 10년 만에 대형 인수합병을 이뤄냈다”며 “이번 M&A를 통해 신한금융그룹이 아시아 리딩 금융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사진=KB금융>

한편 지난 달 29일 창립 10주년을 맞이한 KB금융지주는 작년 지주 출범 9년 만에 처음으로 ‘리딩뱅크’ 자리에 올라선 것에 만족하지 않고 업계 1위를 고수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창립 10주년 기념사에서 “1등 금융그룹 프리미엄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먼저 선택 받는 확고한 리딩금융그룹이 돼야 한다”며 “1등 KB가 된 것에 절대 안주하거나 자만하지 말고 담대하게 도전하고 끈기있게 실행하는 역동적인 KB가 되자”고 말했다.

KB금융은 올해 상반기에도 지주 창립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KB금융의 당기순이익은 1조9150억원으로 1분기와 2분기에 이어 3분기도 9000억원대의 순이익을 낸다면 국내 금융사 최초로 2년 연속 순이익 ‘3조 클럽’ 달성도 충분히 가능하다.

윤 회장은 신한금융의 거센 추격에 맞서 ‘글로벌 시장’ 진출을 통해 1위 수성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윤 회장은 지난해부터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특히 비은행 계열사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 돋보이고 있다.

KB금융은 올 초 베트남에 KB증권 자회사를 설립했고 지난 7월 KB국민은행을 통해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의 신주를 인수했다. 9월 들어서는 중국 상해에 KB자산운용 해외 법인 ‘상하이카이보상무자문유한공사’를, 캄보디아 프놈펜에는 KB국민카드의 첫 해외 자회사 ‘KB 대한 특수은행’를 각각 설립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KB금융과 신한금융의 1위 경쟁을 통해 두 그룹 모두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며 “신한금융의 오렌지라이프 인수가 완료되면 ‘리빙뱅크’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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