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뉴시스

[월요신문=지현호 기자] 정부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후 10년 만에 유류세 인하 카드를 꺼냈다. 휘발유와 경유에 붙는 세금을 인하해 영세사업자와 서민의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지난 13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웨스틴 호텔에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었기 때문에 영세소상공인, 중소기업, 서민에 압박이 될 수 있다"며 "유류세 인하를 통해 어려움을 해소해주고 가처분 소득을 조금 늘려 경제 활력에 도움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는 고유가 책임이 정유업계로 향하지 않은 것. 따라서 연일 계속되는 기름값 상승으로 비난의 대상이 됐던 정유업계는 한숨 돌리게 됐다.

에쓰오일·SK이노베이션·GS칼텍스·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업계는 고유가로 돈을 번다는 인식 탓에, 기름값 상승기마다 비난을 받아왔다. 2012년에는 정부가 알뜰주유소 정책, 주유소 전수 조사 등을 통해 업계를 압박하기도 했다.

올해 역시 국제유가 상승세가 계속되자 정유업계가 폭리를 취한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국제유가가 오를 때는 즉각적으로 기름값을 올리면서 떨어졌을 때는 이를 반영하는 데 인색하다는 것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10월 2주차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674.9원으로 전주보다 15.4원이나 올랐다. 주간 기준 올해 최대 상승폭을 기록한 것. 경유도 16.5원 오른 1477.9원으로 15주 연속 상승했다. 10월 첫 주 정유사의 휘발유 공급가격이 전주 대비 리터당 7.4원 오른 1570.8원, 경유는 10.7원 상승한 1385.2원인 것을 감안하면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

국제유가는 소폭 하락했다. 10월 둘째 주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전주보다 배럴당 0.9달러 하락한 82달러로 마감됐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 유가가 하락했을 때 즉각 반영되지 않는 것은 국내 유류세가 정액제로 부과되면서 개별 사업자가 손실액을 막기 위해 가격을 높이기 때문"이라며 "근본적인 원인이 유류세에 있는 고유가 책임을 정유업계에 떠넘기는 것은 너무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휘발유 가격에 절반가량이 세금인 만큼 유류세 인하가 기름값을 낮추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며 "정유업계의 손익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올 3분기 정유 4사의 영업이익은 전분기에 이어 2조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석유화학부문 핵심인 PX시황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고유가 상황 역시 단기적으로 이익을 볼 수 있어 3분기 실적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유사들은 통상적으로 원유를 2~3개월 전에 구입하기 때문에 판매 시점에서 유가가 올라다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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