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성유화 기자] 여야가 '평양공동선언'과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 비준 단행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평양공동선언과 군사합의서에 대해 국회 동의 절차를 밟지 않고 23일 국무회의 심의 의결과 대통령 재가로 비준 절차를 마쳤다. 자유한국당은 이에 대해 위헌이라고까지 반발하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소송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갈등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평양공동선언'과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 비준의 향후 전망이 주목된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현안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국무회의에서 비준한 '평양공동선언과 남북군사분야합의서'의 효력정지가처분신청서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곽상도 의원, 김성태 원내대표, 최교일, 임이자 의원. 2018.10.24./사진=뉴시스

◆野 "평양선언과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 비준은 위헌"

자유한국당은 지난 24일 9·19평양 공동선언과 판문점 선언이행을 위한 군사합의서를 비준한 것이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청구와 남북군사합의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한국당은 전날 문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포함한 권한쟁의심판 청구까지 야권 공조를 통해 실천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유한국당은 25일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선언과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 비준에 대해 조목조목 따졌다.

윤영석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이 과거 자서전 '운명'을 통해 '남북 정상 간 합의는 법적으로 따지면 국가 간 조약의 성격'이라고 규정했다. '(10·4 공동선언도) 국회 비준 동의를 받아두는 것이 좋겠다'고 강조했다"고 과거 문 대통령의 자서전 구절을 언급했다.

하지만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지난 24일 "헌법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남북합의는) 조약이 아니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윤 대변인은 “한마디로 자가당착”이라며 “청와대는 북한을 국가로 볼 것인지에 대한 문 대통령의 기존 입장에 대한 해명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당은 나아가 통일부가 탈북민 기자를 남북회담 취재에서 배제한 조치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의미에서 조명균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추진하기로 하는 등 전선을 확대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5일 소관 상임위인 외교통일위·국토교통위 합동대책회의를 통해 "조 장관에 대해 해임을 건의해야 한다는 데 대체로 의견이 일치했다"며 "의원총회 등을 통해 확정 짓고 해임건의 절차를 밟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與 "위헌이라는 주장은 궤변일 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5일 자유한국당의 '청와대 평양공동선언·남북군사합의서 비준은 위헌'이라는 주장에 대해 "몽니도 이런 몽니가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정책조정회의를 통해 "(청와대의 비준이) 위헌이라는 주장은 궤변일 뿐"이라며 "판문점 선언은 남북철도 도로 연결등 예산 투입 연결돼있어 정부가 비준동의를 요청한 것으로, 평양선언과 남북군사합의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북관계 발전법에 나와 있는 '중대 재정발생'이나 입법상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법제처의 해석"이라며 "국무회의에서 비준한 선례도 10번이나 있다"고도 설명했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오전 서면 논평에서 "자유한국당은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한국당이 평양공동선언과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 국무회의 의결·비준에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과 관련해 "남북합의서 비준은 이미 1999년 대법원에서 판례로 적법성을 증명했다"며 "한 편의 희극을 쓰려는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 대변인은 “마치 법리적 하자가 있는 것처럼 억지 주장을 펴면서 퍼포먼스를 벌인 것”이라며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서를 들고 포즈를 취한 사진은 웃지 못 할 또 하나의 희귀 사진으로 남았다”고 날을 세웠다.

이 대변인은 덧붙여 “한국당이 회생할 수 있는 마지막 길이 있다”며 “그것은 바로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에 힘을 보태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18.10.23./사진=뉴시스

◆평양선언과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 비준 향후 전망은?

여야의 이같을 갈등을 문 대통령이 예상하지 못했을 리 없다.

그럼에도 이같이 단행한 이유는 지지부진한 북미 협상 국면 속에 남북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의지로 읽힌다. 북미 협상이 다시 교착상태에 빠지는 상황이 오더라도, 진전된 남북 관계로 비핵화 협상의 긍정적인 효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특히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틀 아래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조처들은 선제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아울러 미국 중간 선거를 앞두고, 2차 북미회담이 내년을 넘어가야 개최된다는 설이 돌고 있다. 이에 따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답방과 우리 정부의 종전선언 추진 구상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때문에 남북 관계 발전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도 보인다.

한편 한국당은 전날 공언한 대로 헌재에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낼 예정이다. 다만 다른 보수당들과 함께 낼 예정이어서 25일 오전까지 청구서를 헌재에 제출치는 않았다. 

헌법 전문가들의 헌재 판단 전망은 아직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고 있다.

한 전문가는 “현재 청와대의 인식대로라면 국회는 어떤 군사적 양보에도 관여키 어렵게 돼 있다. 안보에 관한 사항은 ‘입법 사항’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국회 논의에 시일이 걸리겠지만 국무회의만을 통과한 평양선언의 경우엔 단순 신사협정이 돼버린다. 이럴 경우 법적 구속력을 갖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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